‘노브라의 날’ 공개 퍼포먼스? 출국 아닌 입국이라 기자 있는 줄 몰랐을 듯
#공공장소에서 노브라는 이례적
화사의 노브라가 더욱 화제가 된 것은 설리처럼 개인적으로 SNS에 올린 사진이 아니라 공개된 장소에서 언론사가 촬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예인이 공공장소에서 노브라 차림으로 등장해 화제가 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각에선 그날(7월 9일)이 브래지어를 차지 않는 것을 지지하고 독려하는 ‘세계 노브라의 날’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반면 공항 사진을 주로 담당하는 취재진들의 설명은 다르다. 당시 화사는 공항패션 취재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 공식적으로는 취재진이 없는 현장이었다는 얘기다. 애초 공항패션은 연예인들이 평소 즐기는 패션이라는 의미로 각광받았다. 협찬 받은 의상이 아닌 연예인이 개인적으로 고르고 입은 의상이라는 점이 대중의 호기심을 사로잡은 것.
사진 출처 = 뉴스엔 유튜브 방송 화면 캡처
그런데 이런 의미는 퇴색한 지 오래다. 공식석상에 협찬해준 의상보다 공항패션이 더욱 화제가 되면서 유명 브랜드들이 공항패션 협찬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것. 요즘에는 아예 협찬해준 의류 브랜드가 언론사에 해당 연예인의 출국 일정을 통보해줄 정도다. 공항에 있던 취재진이 우연히 연예인이 평소 복장으로 출입국하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아닌 철저히 협찬사의 협조 속에 이런 취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이는 출국에 한정된다. 한 공항사진 전문 기자의 설명이다.
“출국할 때는 협찬사의 통보를 받아 취재를 하지만 입국은 취재하지 않는다. 연예인들 역시 출국할 때는 협찬 받은 의상이라 취재에 잘 응해준다. 반면 입국할 때는 ‘사복’(협찬 받지 않는 개인 의상을 의미하는 현장 기자들의 용어)을 입는다. 오히려 진정한 공항패션은 입국사진인데 협찬사나 소속사에서 일정을 통보해주지 않아 대부분 취재하지 않는다. 몇몇 매체만 입국 현장까지 취재하는데 화사의 노브라 패션을 촬영한 뉴스엔이 그런 매체였다. 정작 화사 본인은 입국할 때 공항에 기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화사가 그날 노브라 의상을 입은 까닭이 ‘세계 노브라의 날’이기 때문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취재진 앞에서 일부러 노브라 의상을 입고 그 의미를 전달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벌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개인 SNS가 아닌 공개 석상에서의 노브라인 만큼 설리보다 화사가 더욱 적극적이었다는 시선은 다소 앞서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화사는 노브라 의상을 착용했을 뿐 이를 대중에 공개하려 한 의도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공항 입국장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장소라 이 부분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사회적인 합의 두고 논란 가열
따라서 상당수의 매체는 이날 모습을 뉴스엔 유튜브 방송 화면을 캡처해서 활용했다. 이를 촬영한 언론사가 뉴스엔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활용한 언론사 가운데에는 화사의 가슴 부분을 모자이크로 가린 매체도 있다.
노브라 사진의 경우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있는 그대로 보도하지만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경우는 해당 사진과 동영상이 자칫 ‘음란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국내 포털사이트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기준이 다 달라서 자칫 사진을 올린 언론사가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화사의 노브라 사진이 화제가 되자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은 SNS를 통해 “화사님의 노브라 실천을 환영한다. 우리는 더 이상 여성의 가슴이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 브라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조롱거리가 되고 욕을 먹지 않기를 바란다. 여성의 가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화제가 됐던 설리는 JTBC2 ‘악플의 밤’에서 “브래지어의 와이어가 소화기관에도 좋지 않다. 편안해서 착용을 하지 않았고 그게 자연스럽고 예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라며 “브래지어는 액세서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옷에는 어울리고 어떤 옷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SNS에 관련 사진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틀을 깨고 싶었다. ‘이거 생각보다 별 거 아니야’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물론 반대 의견도 상당하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 부담스럽다는 의견, 공공장소에서 노브라로 활보하는 것은 민폐라는 의견 등이 제기되며 온라인에서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아직 사회적으로 적절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사안인 터라 노브라를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