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일본서 마약성분 뺄 수 있다며 진술번복 요구”…“한서희 신문조서에서 비아이 관련 내용만 쏙 빠져”
사진=비아이 인스타그램
‘버닝썬 게이트’의 시작은 유명 클럽과 경찰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이었다.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경찰총장’이라는 키워드로 등장한 ‘윤 총경 의혹’이 대두되면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렇지만 관련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버닝썬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경찰은 윤 총경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아직도 검찰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윤 총경의 청와대 근무 이력을 바탕으로 그가 청와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등의 의혹만 양산했을 뿐이다.
버닝썬 게이트는 승리를 넘어 YG로 확산됐고 이 과정에서 양현석 대표의 성접대 의혹까지 확산됐지만 별다른 수사 결과로 연결되지 못하며 그냥 묻혀가는 분위기다. 버닝썬부터 YG까지 누군가 이들을 보호해주는 세력이 있다는 추측성 의혹과 루머만 반복됐을 뿐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비아이 논란이 야기됐다. 이번에도 의혹의 핵심은 YG와 경찰의 유착설이다. 지난 2016년 신종 마약 LSD 관련 경찰 수사 과정에서 비아이 관련 핵심 증언이 있었지만 경찰은 관련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또 하나의 의혹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 ‘YG 양현석 대표가 비아이에 대한 경찰의 수사를 무마했다’는 공익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접수됐다. 공익제보자 한서희를 대신해 공익신고를 한 것은 방정현 변호사. 그는 정준영 단체 카톡 관련 공익신고를 주도하며 관련 의혹을 밝혀낸 인물이기도 하다.
방 변호사에 따르면 비아이는 2016년 4월경 한서희와 함께 대마를 흡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연예매체 ‘디스패치’가 공개한 두 사람이 주고받은 카톡 속 “너랑은 같이 해봤으니까”라는 문구에서도 드러난다. 또한 한서희가 비아이가 요구하는 LSD를 직접 구해줬다는 의혹도 있다. 이 부분 역시 두 사람의 카톡에 등장한다. 반면 비아이는 마약에 관심을 가졌던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겁나고 두려워, 하지도 못했다”며 마약 흡입은 부인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서는 경찰 재수사를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서희 인스타그램
문제는 양현석 대표의 경찰 수사 무마 여부다. 방 변호사는 한 인터뷰에서 “YG 직원이 차를 끌고 제보자를 데리러 와서 양현석 대표가 있는 사옥 7층에 함께 올라갔다”면서 “양 대표가 제보자에게 사례도 하고 변호사 선임해 줄 테니 비아이 진술 번복하라고 했다. 굉장히 고압적인 분위기였고 공포스러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리고 실제 한서희는 YG 양현석 대표가 선임해 준 변호사와 함께 3차 조사를 받으며 모든 진술을 번복했다.
방 변호사는 한서희의 1, 2회 신문 조서를 열람해봤더니 비아이 관련 진술 내용이 빠져 있었다고 밝혔다. 한 방송에서 방 변호사는 “피의자 신문 조서에서 피의자 진술 내용이 작성됐다가 빠졌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거대 권력과의 어떤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현재 권익위는 TF팀을 꾸려 신고 내용을 검토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에 사건을 전달할 계획이다. 각종 경찰 수사에서 누군가 YG와 양현석 대표를 보호하고 있다는 오랜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게 된 것이다.
# 해명의 덫에 걸린 YG
YG를 둘러싼 가장 뿌리 깊은 의혹은 바로 마약이다. 그만큼 소속 연예인이 거듭 마약 관련 수사를 받았다. 비록 수사가 모호하게 끝나거나 가벼운 처벌로 끝나고 말았지만.
그런데 비아이 논란이 불거지자 YG가 내놓은 해명이 오히려 관련 의혹을 더 키우고 말았다. “YG는 2개월에 한 번씩 미국에서 ‘간이 마약 진단 키트’를 구매하고 자체적으로 약물 반응 검사를 한다. 비아이를 포함 어떤 멤버도 약물 양성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해명이 바로 그것이다. 비아이가 2016년 마약 사건과 무관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바로 이 해명이다. YG는 언제부터 이런 마약 검사를 진행했는지에 대해선 밝히진 않았지만 2016년 마약 사건을 거론한 것으로 볼 때 최소한 2016년 이전부터 이런 검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YG의 해명을 100% 받아들인다면 마약 사건이 전혀 불거지지 않아야 한다. 2개월에 한 번씩 내부적으로 철저히 마약 검사를 진행해 왔다면 마약 혐의 연루 소속 연예인이 나올 수 없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17년 빅뱅의 탑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처벌을 받았으며 올해 3월에는 프로듀서 쿠시가 코카인 흡입 혐의를 받았다. 또한 승리 역시 해피벌룬 흡입 의혹을 받고 있다. 분명 문제가 된 2016년 이후에도 YG 소속 연예인과 프로듀서들이 마약 관련 혐의에 연루된 것이다.
사진 출처 = MBC ‘스트레이트’ 방송 화면 캡처
그럼에도 왜 YG는 2개월에 한 번씩 자체 마약 검사를 벌이고 있다고 해명한 것일까. 우선은 거짓 해명일 수 있다. 이 부분은 비아이의 2016년 마약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질 경우 명백하게 밝혀질 수 있다. 해명 내용이 사실일 수도 있다. 이 경우엔 YG는 탑과 쿠시 등의 마약 투약 사실을 자체 검사를 통해 인지했음에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고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스스로 사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결정적인 의혹이 제기됐다. 한서희가 YG 사옥 7층에서 양현석 대표에게 들었다는 내용이다. 이 부분에 대해 방 변호사는 당시 양 대표가 한서희에게 “소속사 연예인들은 당장 마약 검사를 해도 나오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마약 검사를 하고 만약 마약이 검출되면 일본으로 보내서 마약 성분을 빼낼 수 있기 때문에 검출이 안 될 거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한 디스패치는 ‘위너’ 멤버 이승훈이 한서희에게 보낸 카톡을 공개하며 이승훈이 새로운 전화번호로 전화를 부탁해 한서희가 전화를 걸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통화에서 이승훈이 비아이가 YG 자체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YG가 해명에서 밝힌 2개월 간격의 마약 검사는 마약 성분을 체내에서 빼내려 일본으로 보내기 위한 목적이라는 치명적인 의혹이 제기된다. 자칫 YG가 수사기관 신고나 자체 징계가 아닌 소속 연예인의 마약 투약 혐의 은폐를 목적으로 주기적으로 자체 마약 검사를 진행해 왔다는 의혹으로 확산될 수 있는 사안이다.
관건은 이 두 가지 핵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느냐다. 우선 YG가 경찰 수사를 무마했다는 부분은 뒤에서 힘을 써준 누군가를 찾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렇지만 경찰은 이런 의혹에 대해선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승리의 버닝썬 게이트 윤 총경 의혹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가수 정준영의 2016년 여자친구 불법촬영 혐의 사건에서도 수사 담당 경찰이 정 씨 변호사와 짜고 부실수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당 경찰이 먼저 정 씨 변호사에게 부실수사를 제안했다는 사실까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다만 경찰은 부실수사 이유를 ‘담당 경찰이 사건을 빨리 끝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만 밝혔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수사 결론이다.
또한 마약 관련 부분도 수사가 어렵긴 매한가지다. 기본적으로 3년여의 시간이 흘러 비아이의 체내에 마약 성분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핵심은 경찰이 YG가 어떻게 자체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소속 연예인을 일본으로 보내서 마약 성분을 빼낼 수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느냐다. 그렇지만 이런 의혹들을 밝혀내는 게 결코 쉬운 수사는 아니라는 게 경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
다시 주목 받는 ‘최순실-YG 유착설’ 지난 2013년 6월 27부터 30일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에 국빈방문했다. 당시 71명의 경제사절단이 파견됐는데 역대 최대 규모였다. 경제 4단체장과 대기업 총수 등이 이름을 올린 71명의 경제 사절단 가운데에는 양민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도 포함돼 있었다. 게다가 양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서 최연소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에 위촉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YG가 박근혜 청와대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돌곤 했었고 훗날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며 ‘최순실 YG 유착설’ 등 각종 의혹과 루머가 불거졌었다. 최근 불거진 비아이 마약 투약 의혹 역시 박근혜 정부 시절에 벌어진 일이다. 현재 세간의 관심은 비아이가 실제 마약을 투약했는지 여부보다는 당시 경찰 수사를 YG가 무마했는지 여부로 집중되고 있다. 관련 경찰 수사는 2016년 8월에 이뤄졌다. 과연 당시 YG에게는 경찰 수사를 무마할 힘이 있었던 것일까. 이를 두고 또 다시 연예계에서는 YG가 박근혜 청와대와 가까웠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당시에도 YG 관련 의혹이 거듭 제기됐었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 딸의 YG 특혜 채용설이 불거졌고, 신사동 소재의 건물을 매개로 얽혀 있는 최순실과 YG의 관계 등이 눈길을 끌었다. YG엔터테인먼트 사옥. 이종현 기자 최근 다시 YG와 전 정권의 관계를 두고 뒷말이 무성한 까닭은 확연히 달라진 YG 소속 연예인의 마약 관련 수사 결과 때문이다. 우선 2011년 빅뱅의 지드래곤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양성 반응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검찰은 “일본 투어 중 클럽 파티에서 일본인이 건넨 대마초를 담배로 착각해 한 번 피우고 바로 버렸다”는 해명을 받아들였다. 결론은 기소유예. 막강한 YG의 힘이 수사기관까지 통한다는 소문이 나돈 계기가 된 사건이다. 2014년에는 박봄 마약류 밀수 사건이 불거졌다. 향정신성의약품인 암페타민 82정을 미국에서 밀수입하다 인천국제공항 세관에 적발됐는데 이 사건은 결국 입건유예로 마무리됐다. 암페타민 밀수입 피의자를 입건유예 처리하는 것이 워낙 이례적인 일인 까닭에 ‘봐주기 수사’ 의혹이 강하게 불거졌었다. 다만 이 두 사건은 모두 박근혜 정부가 아닌 이명박 정부 시절에 불거진 사건이다. 박봄 사건은 2014년에 미디어를 통해 알려졌지만 이미 2010년에 불거진 사건으로 입건유예를 받은 것도 2010년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시절에 불거진 YG 관련 마약 사건이 뒤늦게 불거졌다. 바로 비아이 사건이다. 물론 비아이의 마약 투약 여부는 아직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비아이와 YG는 공개된 메시지 내용은 인정하면서도 마약을 실제 투약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YG가 경찰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국민권익위원회에 경찰과 YG엔터테인먼트 사이에 유착이 있어 사건이 무마됐다는 취지의 공익신고까지 접수된 상황이다. YG가 실제로 경찰 수사를 무마했는지 여부는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실제로 경찰 수사를 무마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해질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최순실 YG 유착설’을 둘러싼 옛 루머들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