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중심 석유화학사업 확장 추세…유통 사업 성장 한계와 금융계열사 매각이 배경
2017년 롯데월드타워 그랜드오픈일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준필 기자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 주재로 16일부터 5일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올 하반기 VCM(사장단 회의)을 개최하고 있다. 사장단 회의는 롯데그룹이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것이다. 앞서 신 회장은 일주일 넘게 일본으로 출장을 떠나 노무라증권과 미즈호은행, 스미토모은행 등 현지 금융권 고위 관계자와 관·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 최근 한일간 불거진 갈등에 대한 현지 분위기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롯데그룹은 최근 일본 아베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직접 연관은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한국에서 벌어지는 불매운동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불매운동의 대표적 브랜드인 유니클로 및 무인양품과 같은 일본기업과 합작사가 많기 때문. 유니클로는 롯데쇼핑이 49%, 무인양품은 롯데상사가 4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제과류, 백화점, 면세점 등 유통·소비재 중심의 사업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국내외 소비경기 둔화와 온라인 유통채널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성장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롯데그룹의 ‘간판’ 역할을 하고 있는 롯데쇼핑은 최근 몇 년간 실적부진에 빠져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액 17조 8208억 원을 기록, 2016년의 24조 1143억 원에 비해 26%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5970억 원으로 2016년(7633억 원)보다 21%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2469억 원 이익에서 4650억 원 적자로 전환했다.
이에 일본롯데홀딩스 영향력에서 벗어나 한국의 ‘뉴롯데’를 그리고 있는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그 중심에는 석유화학사업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최근 그룹 이미지 광고를 제외하면 가장 광고가 많이 나가는 계열사가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의 마케팅·홍보 비중이 높아졌다. 유통과 소비재 사업은 시장과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그룹 내부에서도 중장기적으로 꾸준함을 보일 수 있는 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렇게 나온 것이 석유화학사업”이라며 “롯데케미칼은 신 회장이 인수합병으로 탄생시킨 회사로 애착이 각별하다”고 귀띔했다.
특히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금산분리 지배구조 개편 작업 과정에서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롯데캐피탈 등 금융계열사 매각을 추진하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에서 석유화학사업을 하는 계열사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롯데첨단소재 등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내에서 가장 큰 회사다. 시가총액이 8조 원이 넘는다. 지난해 매출 16조 5450억 원, 영업이익 1조 9674억 원, 순이익은 1조 6419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그룹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84조 원 규모로 전해진다. 이중 석유화학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수준이다. 반면 2000년대 40%가 넘는 비중을 보였던 유통사업은 지난해 3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롯데는 석유화학사업 규모를 점차 키우고 있다. 해외로 생산거점을 늘려가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5월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서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2016년 착공한 에탄크래커(ECC)·에틸렌글리콜(EG) 공장이 약 3년 만에 준공식을 갖고 상업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국내 기업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신 회장은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해서 3조 6000억 원을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신동빈 회장을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롯데케미칼은 지난 15일 GS에너지와 비스페놀A(BPA) 및 C4 유분 제품을 생산하는 합작사 ‘롯데GS화학 주식회사(가칭)’ 설립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케미칼이 51%, GS에너지가 49% 지분을 소유한다.
신규 합작사는 오는 2023년까지 80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BPA 제품 20만t과 C4 유분 제품 21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한다. 합작사 설립으로 두 회사는 연간 매출액은 1조 원, 영업이익은 1000억 원을 기대하고 있다. 합작사는 올해 하반기 설립될 예정이다.
그러나 석유화학사업도 최근 국제적인 공급과잉 현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3조 7218억 원의 매출을 거둬 지난해 1분기 4조 1232억 원에 비해 하락했다. 영업이익 역시 6620억 원에서 2957억 원으로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업계 불황으로 인해 실적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약진하고 있지만 기존의 유통 중심의 기업 구조를 단번에 바꿀 수는 없다. 유통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을 두 축으로 해서 건설·식음료 등 다른 사업들도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탄원서 이어 홈페이지까지 폐쇄’ 신동주-신동빈 4년 만에 화해하나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최근 건강상의 문제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가 케모포트(중심정맥관) 시술을 받고 기력을 회복해 퇴원했다. 신 명예회장이 서울아산병원에 있는 동안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병원을 찾았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최준필 기자 A4 용지 3장 분량의 탄원서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에 대해 “신동빈과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동생이 2018년 2월 1심에서 법정구속되면서, 지금 이대로라면 아버지가 일생을 바쳐 일군 롯데그룹이 무너질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갖게 됐다”며 “동생 신동빈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재계서열 5위 기업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에 따라 그룹 경영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오픈한 SDJ코퍼레이션의 홈페이지도 폐쇄했다. 이 사이트는 롯데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 전 부회장 측이 자신들의 공식 입장과 관련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2015년 12월 개설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동생 신 회장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잇단 패배에 더 이상의 분쟁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신 전 부회장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을 상대로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임됐다’고 제기한 8억 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상고심이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뿐만 아니라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탈환을 위해 신동빈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을 5번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특히 지난해 6월 열린 주주총회의 경우 신동빈 회장이 구속 중인 상황이었지만 신 전 부회장 경영복귀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신 전 부회장의 바뀐 태도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아직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탄원서 제출에 대해서는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된 내용이라 따로 할 말이 없다”며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