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검찰도 제보자 보호 못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이어진 황하나 사건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사건 제보자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청원글을 올렸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제보자 A 씨는 지난 24일 “황하나 마약 사건 제보자 중 한 명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황 씨의 집유 판결을 비판하고, 제보자들의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A 씨는 “매스컴에 황하나의 뉴스로 도배됐을 때에도 기자님들 한 번 안 만나고 법의 심판만을 기다렸다. 사건이 이렇게 커졌으니까, 초범도 아니니까 실형을 살겠지 했다”라며 “그러나 집행유예라는 선고가 내려졌고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게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황하나는 2010년에도 기소유예라는 처분을 받아 마약 투약이 처음이 아니었다”며 “그런데 전과가 있는 사람이 마약 사건으로 입건됐는데 지난해 12월 5일 첫 번째 영장이 기각됐다. 오래 전 사건이라 최근에도 (마약을) 했다는 혐의를 찾을 수 없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 씨는 첫 번째 영장이 기각된 이 시기 탈색 2번과 염색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마약 투약자들 사이에서는 “모발을 염색하거나 짧게 자르면 모발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피할 수 있다”는 게 팁처럼 돌고 있다. 이 때문에 황 씨가 마약 혐의를 피하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로 황 씨는 오랜 기간 검은 머리를 고수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시기 탈색과 염색에 대해서는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A 씨는 “수사기관이 ‘새로운 증거를 더 갖고 오면 영장을 내주겠다’고 해 어떤 제보자분께서 오랜 고민 끝에 용기를 내 최근 혐의에 대해 제보했다”며 “그런데 수사기관은 ‘해외 출장으로 바쁘니 검토해 보고 2019년 1월 18일까지 확답을 주겠다고 했는데, 확답을 받기 하루이틀 전 쯤에 황하나가 돌연 다시 검은 머리로 염색했다”고 밝혔다.
황하나 씨는 지난 19일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석방됐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시기 검찰은 또 “인사발령 때문에 바쁘니 후임 검사에게 말하겠다”고 영장 청구를 또 한 차례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황하나가 뜬금없이 두 번이나 염색을 한 날이 공교롭게도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짓는 날짜와 맞물렸다”며 “황하나가 수사 과정에서의 비밀스러운 정보를 모두 알고 있을 것 같아 (제보자의) 신변이 몹시 걱정됐다”며 불안해 했다.
결국 두 번째 영장도 지난 3월 7일 기각됐다. A 씨는 “제가 정말 화가 난 것은 두 번째 영장이 기각된 당일 황하나가 SNS에 올린 (헤어) 커트 사진과 왁싱을 했다는 글”이라며 “이게 전부 우연의 일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증거를 계속 추가했는데 수사기관은 세 번째 영장도 기각했다. 굳이 황하나부터 조사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라며 “세 차례 영장 기각 이후부터 언론에서 황하나를 언급하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영장이 나왔다. 그러나 이미 증거는 인멸하기 충분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증거가) 크게 나온 게 없었다. 평상시에 쓰던 핸드폰 두 개 중 하나만 제출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황 씨가 형사들을 상대로 제보자를 색출하려 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A 씨는 “황하나가 형사님들한테 ’제보한 사람 xx아니냐‘며 제보자들을 색출했고, 조사 받는 과정에서도 형사님들한테 버릇 없이 ’나 좀 그만 괴롭혀라‘ ’자꾸 이렇게 떠보면 수사 협조 안 하겠다‘고 얘기하는 등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걸 듣고 여러 제보자들이 황하나 사건 담당 판사님께 ’너무나 무섭고 전혀 반성을 하지 않는 것 같으니 엄벌에 처해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보자들의 탄원서는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A 씨는 “제보자를 색출하고 있어서 제보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고, 반성의 기미가 없는 부분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판사는) 어떤 부분을 보고 판단하셔서 집행유예를 선고하신 건가”라며 “마약을 구해와서 지인들에게 직접 주사를 놔주고, 같이 투약을 하고, 마약을 소지하고 있는 지인들을 소개해주는 게 단순 투약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저를 포함한 제보자들이 여지껏 가만히 있었던 이유는 ’설마‘ ’이쯤되면 실형 살텐데‘, 황하나 한 명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까지 다칠까봐 알면서도 모른 척 지켜본 것”이라며 “고민 끝에 청원을 하는 건 황하나의 모든 만행을 고발하기 전에 경찰도 검찰도 저희를 지켜주지 않을 것 같아서 공개적으로 알려 보호를 받고자 글을 썼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황 씨에 대한 제보 이후 신변 위협을 느껴 국민권익위원회를 방문했지만 “해당사항이 없어 신변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만을 들었다고 했다.
A 씨는 “저희는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고 싶고, 황하나에 대해 이렇게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게 맞는 건지, 수사기관은 왜 시간을 끌었고 왜 황하나부터 조사를 못 하게 하신 건지, 왜 황하나가 공교롭게 3번이나 같은 시점에 탈색과 커트, 왁싱을 반복한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최초 사건이 접수된 게 작년 7월이다. 1년 가까이를 힘 없는 저희가 싸우려니 무섭고 힘들고 지친다”고 호소했다.
한편, 수원지법 형사1단독 이원석 판사는 지난 19일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된 황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약물 치료 프로그램 수강, 220만 560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집유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수회에 걸쳐 지인과 함께 필로폰을 투약하고 향정신성의약품을 복용했지만 매매는 단순 투약 목적이며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황 씨가 이미 같은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거나, 함께 투약했던 지인의 수사 과정에서 마약 제공자로 지목됐음에도 수사를 받지 않았다는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유전무죄 판결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