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가 빚 대부분 떠안는 구조…누가 봐도 KCG 맡는 정몽익이 유리
KCC가 최근 밝힌 후계구도의 핵심은 사업분할과 합병이다. KCC에서 판유리와 인테리어 등을 떼어내 KCG를 설립한 후 향후 차량용 유리를 생산하는 코리아오토글라스와 합치는 구조다. 정몽진 회장의 두 동생인 정몽익 사장과 정몽열 KCC건설 사장은 현재 코리아오토글라스와 KCC건설을 지배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코리아오토글라스가 약 3600억 원으로 1400억 원 수준인 KCC건설보다 크다. 하지만 연간 매출액은 5000억 원 미만으로 절반에 불과하다.
후계구도를 위한 KCC의 기업분할이 시장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KCC 울산공장. 연합뉴스
형제간 위계가 뚜렷한 범현대가의 가풍으로 봤을 때 형인 정몽익 사장의 몫이 동생인 정몽열 사장보다 작을 수는 없다. 결국 이번 인적분할은 정몽익 사장에게 KCG라는 성장판을 이식하기 위한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주주들이 실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KCC와 KCG의 분할비율이다. 자산은 7조 6878억 원과 1조 5603억 원으로 83.1 대 16.9이지만 부채는 2조 9908억 원과 1539억 원으로 95.1 대 4.9다. KCC가 빚 대부분을 떠안는 구조다. 누가 봐도 정몽익 사장에 유리한 비율이다.
KCG를 합병할 것이 유력한 코리아오토글라스 주주들에게도 이번 분할은 반갑지 않을 수 있다. KCC가 보유한 코리아오토글라스 지분 19.9%도 KCG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합병이 이뤄지면 KCG 주주들에게 신주를 발행해 줘야 하는데, 자사주를 제외하면 일반주주에게 더 많은 물량을 배정해야 한다. 기존 코리아오토글라스 주주의 주식가치가 더 희석되는 셈이다.
인적분할 이후 주식맞교환(swap)이 이뤄지면 형제간 계열분리가 완성된다. 정몽익 사장이 갖고 있는 KCC 지분 8.8%를 정몽진 회장이 보유할 신설법인 KCG 지분 18.32%와 맞바꾸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정몽익 사장은 KCG 지분 27%를 보유, 코리아오토글라스를 독점적으로 지배하게 된다. 이 경우 정몽진 회장의 KCC 지배력 역시 27%로 높아진다.
한편 현재 형제간 그룹 지배회사를 분할소유한 대기업 집단은 한두 곳이 아니다. 삼성물산, ㈜LG, ㈜GS와 GS건설, 에이치솔루션(한화그룹), LS, 한진칼, ㈜두산, 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 효성, 한국타이어, OCI 등이다. 부자간 후계구도가 명확해진 곳일수록 형제간 분할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LG그룹 방계인 희성그룹은 작년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2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4남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간 계열분리를 단행했다. 역시 주식 맞교환 방식을 택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