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뒤집어 놨던 ‘데드라인 트레이드’ 리플레이...박병호, 진갑용, 강승호까지
2011년 ‘데드라인 빅딜’로 유니폼을 갈아입고,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로 성장한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KBO 리그 후반기가 시작됐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은 어김없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9시즌 ‘데드라인 빅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올 시즌이 개막한 뒤 KBO 리그엔 두 건의 트레이드가 있었다. 첫 트레이드는 5월 20일 성사됐다. SK 와이번스가 KT 위즈에 내야수 박승욱, 투수 조한욱을 내주며 내야수 정현, 외야수 오준혁을 받아오는 2대 2 트레이드였다.
7월 6일엔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가 1대 1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NC가 KIA에 외야수 이우성을 내주고, 외야수 이명기를 영입한 것. 올 시즌 성적에 초점을 맞춘 NC와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KIA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트레이드였다.
어느덧 KBO 리그 트레이드 마감시한인 7월 31일이 머지 않았다. 7월 26일 기준 일주일이 채 남지 않은 시간은 KBO 리그 10개 구단에 주어진 ‘마지막 전력 보강 기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 시선은 마감시한 전까지 ‘2019시즌 3호 트레이드’ 성사 가능성에 쏠린다.
1982년 KBO 리그가 출범한 뒤 ‘데드라인 빅딜’이 리그 판도를 흔들어 놓은 사례는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2011년 트레이드 마감일 성사된 ‘박병호 트레이드’였다.
2011년 7월 31일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는 2대 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LG는 넥센에 투수 심수창과 거포 유망주 박병호를 내줬다. 넥센에선 투수 송신영과 김성현이 LG로 건너갔다.
트레이드는 넥센의 압승으로 끝났다. ‘중고 유망주’ 소릴 듣던 박병호의 잠재력이 대폭발한 까닭이었다. 박병호는 넥센 이적 이후 KBO 리그 탑클래스 홈런타자로 거듭났다. 2014, 2015시즌엔 2년 연속 50홈런이란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박병호 영입 이후 히어로즈는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팀컬러를 공고히 했다. 2019시즌 박병호는 여전히 키움의 간판 타자로 활약 중이다.
LG 입장에선 ‘남은 것 하나 없는’ 악몽같은 트레이드였다. 넥센에서 LG로 건너온 불펜투수 송신영은 트레이드 이후 LG에서 19경기에 등판한 뒤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다. 잠재력을 막 꽃피우기 시작하던 투수 김성현은 2012년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이란 메가톤급 스캔들에 휘말렸다. 2012년 4월 18일 김성현은 KBO로부터 영구제명 중징계를 받았다. 해당 트레이드로 LG가 영입한 선수들이 먼지처럼 사라진 모양새가 됐다.
이뿐 아니었다. 2018년 5월 넥센발 ‘KBO 리그 트레이드 이면 계약 파문’이 불거지면서 ‘박병호 트레이드’는 다시 한번 조명을 받았다. 해당 트레이드 당시 LG가 넥센에 현금 15억 원을 지급한 사실이 밝혀진 까닭이었다. LG는 전력을 보강하려 선수 두 명과 현금 15억 원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아무런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셈이 됐다. 이로서 ‘박병호 트레이드’는 LG 구단의 ‘주홍글씨’로 남게 됐다.
1999시즌 트레이드 마감시한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된 뒤 17시즌 동안 사자군단 안방을 지킨 진갑용. 사진=연합뉴스
1999년 성사된 ‘데드라인 빅딜’ 역시 주목할 만하다.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1대 1 트레이드였다. 당시 삼성은 투수 이상훈과 현금 4억 원으로 두산 포수 진갑용을 영입했다.
이 트레이드로 삼성은 ‘헐크’ 이만수 은퇴 이후 무주공산이었던 포수 자리를 메울 수 있게 됐다. 두산 시절 홍성흔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진갑용은 트레이드 이후 삼성의 포수 걱정을 말끔히 지우는 선수로 거듭났다. 진갑용의 존재 덕에 삼성은 2010년대 초반까지 ’안방 걱정‘ 없이 구단을 운영할 수 있었다.
진갑용의 반대급부였던 투수 이상훈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5시즌 동안 두산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이상훈은 롯데 자이언츠 소속으로 2004시즌을 마친 뒤 은퇴했다.
지난 시즌에도 ‘데드라인 트레이드’는 큰 화제가 됐다. 2018년 7월 31일 SK와 LG가 투수 문광은과 내야수 강승호를 주고받는 1대 1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 SK로 이적한 내야수 강승호는 알짜배기 활약을 펼치며 구단의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강승호-문광은 트레이드’의 승자는 SK”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019년 4월 22일 강승호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는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SK는 자체적으로 강승호에게 임의탈퇴 중징계를 내렸다. 단기간 내에 ‘강승호-문광은 트레이드’의 승자를 가리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편 LG로 이적한 문광은은 트레이드 직후인 2018시즌 후반기엔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2019시즌 문광은은 LG의 알짜배기 불펜 자원으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강승호-문광은 트레이드’는 시간이 흐를수록 평가가 역전될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올 시즌 ‘데드라인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복수 야구 관계자는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야구계 소식통에 따르면 A 구단을 중심으로 현재 KBO 리그에서 1건 이상의 트레이드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 맞추기’ 단계에서 트레이드를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란 전언이다.
트레이드는 시즌 중 야구팬의 흥미를 자극하는 대표적인 즐길거리 중 하나다. 과연 트레이드 마감시한인 7월 31일이 지나기 전, 야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데드라인 빅딜’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