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도 엄호하는 상황인데 누가 공개반대하겠나”…대권 도전설 돌자 호남선 “이낙연 놔두고 조국만 키우나”
조 후보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면서 인사검증 실패와 청와대 직원 기강해이 문제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조 후보자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최근 조 후보자는 서울대생들이 꼽은 부끄러운 동문 1위에 선정됐다. 민주당 주요 지지층인 청년들 사이에서도 조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런 조 후보자가 공직에서 물러나기는커녕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 내부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8월 9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로비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최준필 기자
한 정치권 인사는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 사석에서 모 민주당 의원을 만났는데 욕설까지 하며 조 후보자를 비판하더라. 조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민주당 내에 조 후보자를 못마땅해 하는 인사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조 후보자 지명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음에도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앞서의 민주당 인사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그런 말 했다가 괜히 총선 앞두고 문제 생길 수 있지 않나. 다들 얼굴 찡그리고 있지만 대놓고 말은 못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현재 민주당에서 청와대에 바른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 있다면 이해찬 대표 정도인데 이 대표도 조 후보자를 엄호하자는 입장이니 당에서 다른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기는 힘들다”고 했다. 이어지는 이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6월부터 조국 법무부 장관설이 돌았다. 청와대에서도 (역풍이) 걱정되니까 (여론을 살펴보려고) 일부러 (장관 임명설을) 흘린 거 아닌가. 이후 부정적인 보도가 쏟아져 나왔는데 왜 임명을 강행하는지 모르겠다. 총선 준비하는 사람들은 불만이 많다. 당 전체 지지율은 현재 1위지만 지역별로 자유한국당에 역전을 허용한 곳도 있다. (보수텃밭인) PK는 물론이고 충청권에서도 역전된 지지율이 발표된다. 총선 앞두고 보수통합까지 성사된다면 더 어려워질 거다. 총선 후보자들은 ‘당이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시점인데 당 지지율 깎아먹을 인선을 왜 하냐’고 불만이 많다.”
지난 6월 28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찬반 여론조사에서는 찬성(46.4%)과 반대(45.4%)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관계자는 “물론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조 후보자 지명이) 총선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조 후보자가 그동안 SNS에 정제되지 않은 글을 자주 올려서 문제가 되지 않았나. 장관 돼서도 그러는 거 아니냐, 내년 총선까지 당 지지율 깎아먹을 행동을 반복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조국 대권 도전설’에 대한 반감도 있다. 최근 친문 진영에선 조 후보자를 차기 대권주자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조 후보자는 민정수석에서 물러나며 퇴임사를 발표하는가 하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후 기자회견을 자처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행보다. 정치권에서는 대권을 겨냥한 존재감 키우기로 해석했다.
민주당에서 당직자로 근무했던 한 인사는 “호남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반감이 심하더라. 청와대가 멀쩡한 (호남 출신인) 이낙연 놔두고 (부산 출신인) 조국 키우려는 거 아니냐고 한다. 이낙연 총리는 (대권 도전을 위한 포석으로) 총선에 나가고 싶어 하는데 청와대에서 안 내보내주는 것도 조국 키우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더라”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조 후보자 대권 도전설은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이 인사는 “조 후보자가 기자회견 하고 그러는 게 왜 대권을 겨냥한 행보냐. 동의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했으니 국민들과 원활한 소통을 하자는 취지 아니겠나. 만에 하나 조 후보자가 대권에 도전한다면 문제가 생길 여지는 있다. 당 내에 대권을 오랫동안 준비해온 분들이 많지 않나. 그런 분들을 다 제치고 조 후보자를 대권주자로 세우겠다고 하면 당이 사분오열될 수도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국교 전 민주당 의원은 “저는 조 후보자 임명을 찬성하지만 우려도 반”이라며 “조 후보자는 비법조인 출신이라 검찰 쪽과 관계 맺은 것이 없다. 사법개혁에 적임자라는 판단에 동의한다. 다만 조 후보자가 거침없이 말하는 스타일이라 앞으로도 분란이 많이 있을 거 같다. 조 후보자가 우회적으로 말할 줄 모르고 직선적으로 쏴붙이는 스타일 아닌가. SNS로 글을 많이 올리는데 앞으로도 야당과 많이 충돌하지 않겠나. 잡음을 많이 일으킬 거 같아 걱정은 된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에서 물러난 후 지난 8월 1일부터 장관 후보로 지명된 9일까지 하루 평균 6.8건의 SNS 게시글을 올렸다. ‘대통령 비서는 입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조 후보자는 민정수석 시절에도 SNS 게시글을 자주 올려 비판을 받았다. 특히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의 한마디는 ‘수사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정 전 의원은 “방금 전까지도 당 사람들과 조 후보자 지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당 내에서 핫한 이슈는 맞다”면서 “물론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게 옳은 일이냐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