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 시계·화장품 등 실제 가치 아리송…과거 공정위 시정명령 개선 안돼 “고객 기만” 불만 폭주
구성 상품으로 명품시계를 홍보하며 영업중인 우주마켓의 랜덤박스가 사기 의혹을 받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우주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우주마켓은 시계·화장품·골드바 랜덤박스 등을 비롯해 의류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랜덤박스는 일정 금액을 내면 구성상품 중 특정 제품을 판매자가 랜덤으로 배송하는 방식의 상품이다. 배송 전까지 어떤 상품을 받을지 몰라 소비자는 재미와 기대감을 느낀다. 경우에 따라 지불한 금액보다 훨씬 고가의 상품을 받게될 수도 있다. 우주마켓은 유튜브 홍보로도 큰 인기를 모았다. 인기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가 170만 회에 육박할 정도다. 그런데 인기를 끈 우주마켓은 주사업인 랜덤박스가 사기라는 논란이 거세다.
가장 먼저 논란이 된 것은 우주마켓에서 판매하는 시계 랜덤박스다. 시계 랜덤박스는 3만 9000원에 판매된다. 단돈 몇만 원을 투자해 수백만 원대 명품 시계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후기는 아리송하다. 특히 ‘사기’라는 반응이 많다. 우주마켓의 실체를 고발하는 글도 여럿 발견됐다. 구매 후기를 종합하면 시계 랜덤박스 소비자들은 다소 생소한 브랜드의 시계를 주로 받았다. 이들 브랜드를 검색해보면 웹사이트와 함께 가격이 나온다. 생소한 브랜드지만 가격대는 20만~50만 원선으로 저렴하지 않다. 소비자들은 시계 브랜드를 검색해보니 별도의 홈페이지가 존재하고, 오픈마켓에서 판매 중인 것을 보고 안도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 브랜드를 취급하는 회사는 몇몇 시계도매상과 우주마켓뿐이다. 우주마켓에서 유통되는 시계 브랜드 B 사의 경우 브랜드 홈페이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 브랜드를 론칭하고 판매하는 법인 대표는 한 시계도매업체 대표 김 아무개 씨다. 결국 B 브랜드는 김 대표가 론칭하고 우주마켓을 통해 유통되는 셈이다. 우주마켓의 랜덤박스에 주로 나오는 C 브랜드 시계, M 브랜드 시계 역시 앞의 김 대표가 만든 회사다.
우주마켓의 랜덤박스가 의혹을 받는 것은 특정 시계도매업체에서 만든 시계가 주로 배송된다는 점이다. 이들 시계 브랜드는 역사가 길지 않고 판매처도 한 곳뿐이라 제품의 정확한 가치를 알기 어렵다. 또 한 시계도매업자가 수십 가지 시계를 디자인하고 콘셉트가 다른 브랜드를 여러 개 운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신문’은 우주마켓에 납품하는 한 시계도매업체 대표에게 다양한 시계 브랜드 론칭 배경과 관리 현황 등을 질문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지난 2017년 우주마켓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벌금 800만 원과 90일 영업정지의 강도 높은 시정명령을 받았다. 랜덤박스 구성상품으로 소개된 68개의 시계 가운데 24개는 소비자에게 실제로 공급하지 않으면서도 랜덤박스를 구성하는 것처럼 광고한 게 문제였다. 또 우주마켓은 소비자가 작성한 불만족 이용후기를 고의로 게시하지 않는 등 고객 후기를 조작했다. 우주마켓이 자체 제작한 상품은 실제로 거래된 적 없는 가격을 과장해 표시한 것도 문제가 됐다.
영업정지 이후 우주마켓에서 유통되는 화장품도 실체가 모호하다. 화장품 랜덤박스 구성품으로 소개된 ‘공스킨’이라는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랜덤박스 구성품 중 공스킨의 마스크팩은 7만 5000원, 쿠션 팩트는 7만 5000원 등으로 소개돼있다. 흡사 해외 명품 화장품 가격과 비슷하거나 더 비싸게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공스킨 브랜드를 검색하면 회사 웹사이트가 발견된다. 공스킨 운영업체는 제이에이치와이그룹으로 대표는 우주그룹 대표와 동일 인물이다. 법인 주소지도 우주그룹과 같다.
랜덤박스 구매자들은 우주마켓이 빠져나갈 구멍을 교묘히 만들어놓고 소비자들을 기만한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영업정지 이후에도 랜덤박스를 판매하는 등 기본적인 사업방식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 랜덤박스의 확률사기 의혹과 자체제작 상품의 과도한 가격책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는 한둘이 아니다.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우주마켓의 사기의혹을 제기한 한 블로거는 “랜덤으로 받은 제품명을 검색해서 나온 가격은 시장의 적정 가격이 아니다. 업체 관계자들이 가격 불리기로 자기들이 원하는 가격에 제품을 등록해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주그룹은 본지 취재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