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전문가 “합류식 하수 처리, 우천시 정화 안된 오수 그대로 방류…경기 장소 바꾸는 게 빨라”
도쿄올림픽 야외 수영경기장인 오다이바 해상공원 사진=도쿄도 홈페이지
합류식 하수도는 오수(분뇨 및 생활폐수가 포함된 오염된 물)와 빗물을 동일한 관 속에 모아 한꺼번에 배출하는 하수 처리방식이다. 특히 일정량 이상의 비가 오면 오수와 빗물을 곧바로 하천으로 흘려 보내도록 설계돼 있다. 따라서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정화 작업을 하지 못한 오수가 그대로 방류돼 악취의 원인이 된다. 이런 이유로 근래에는 오수와 빗물을 분리해 이송하는 분류식 하수도 설치를 권장하고 있다.
최근 ‘화장실 냄새’로 논란이 되었던 도쿄올림픽 야외 수영장의 악취 문제도 이와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합류식 하수도를 통해 미처리된 오수가 오다이바 해상 공원으로 배출된다는 것. 대회가 열리는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는 지역 분뇨를 포함한 생활폐수와 산업폐수를 빗물과 함께 모아 강에 흘려 보내는 방식의 합류식 하수도를 사용하고 있다. 지역 주민은 “이 하수도 시설이 1931년에 지어졌으며, 특히 호우량이 많은 7~8월에는 미처 정화되지 못한 오수가 도쿄항과 오다이바 해상 공원으로 그대로 방류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오염수가 올림픽 야외 수영장 물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2011년부터 수질 개선 운동을 해오고 있는 에노모토 시게루 전 미나토구 의원은 “오다이바의 악취가 쓰레기 매립지 때문이라는 (올림픽 준비위원회의) 말은 거짓말이다”이라며 “악취의 원인은 화장실과 부엌에서 나오는 유기물질 때문이다. 하수처리장에서 폐수를 정화하지 않고 염소를 섞어서 배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물 전문가인 하시모토 준지 역시 “대회가 열리는 오다이바 해상 공원은 도쿄 시내에 있다. 폐쇄성이 강한 수역으로 오염되기 쉽다”며 “이 지역의 하수도는 합류식이라 단시간에 비가 많이 오면 하수 처리 능력을 상실한다. 당연히 화장실 물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주최측인 일본도 이 같은 상황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쿄올림픽 준비위원회는 2017년부터 오다이바 해상 공원의 수질 조사를 실시해왔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2017년 오다이바 해상공원 마라톤 수영 경기장 수질 결과. 편의를 위해 번역함. 사진=도쿄도 홈페이지
2017년 10월 도쿄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이 지역에서 검출된 배설물 대장균 수는 국제수영연맹(FINA)이 정한 기준치의 최대 7.2배에 달했다. 국제수영연맹이 정한 배설물 대장균 수는 100ml당 1000개다. 해상에 유출된 기름막인 유막은 같은 기간 두 번 발견되었다. 물의 투명도 역시 0.3m에서 최대 3.4m로 기준치인 0.5m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OD(화학적산소요구량) 수치도 기준치를 초과했다. 수질 평가의 주요 지표로 사용되는 COD는 생물학적으로 분해가 어려운 형태의 유기물질이 많을수록 그 값이 커지는데 오다이바의 COD 값은 리터당 최대 10mg으로 확인됐다. 이는 우리나라 기준 5급수(공업용수 3급)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런 수질에서는 모기유충이나 파리유충 등을 제외한 생물은 생존할 수 없다.
2017년 오다이바 해상공원 트라이 애슬론 경기장 수질 결과. 편의를 위해 번역함. 사진=도쿄도 홈페이지
트라이애슬론이 열리는 수역의 수질도 좋지 않았다. 대장균 수는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ITU) 기준의 최대 21.2배에 달했다. 대장에서 발견되는 균의 일종인 장구균 수도 기준치보다 7.21배 넘게 검출되었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대형 수중 스크린을 설치해 대장균의 유입을 10분의 1 수준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8년 7월 스크린 설치 이후 대장균 수가 줄었다는 발표도 있었지만, 최근 선수들이 “물에서 화장실 냄새가 났다”는 후기를 쏟아내면서 이 역시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근본 원인인 하수처리 방식을 해결하지 않으면 악취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서울대학교 한무영 교수는 “사전에 오수와 빗물이 섞이지 않도록 빗물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도쿄도가 하수 방식을 바꾸는 데에는 30년 이상 소요된다. 내년 열리는 올림픽까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무리다. 차라리 경기 장소를 변경하는 것이 빠르다”고 조언했다.
한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수질 개선을 위해 대형 수중 스크린 설치를 기존 1개에서 3개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