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호-나진원 ‘좌·우 원투펀치’ 도합 6이닝 1피안타 12탈삼진 맹활약… 한국, 퀴라소에 4대 0 완승
8월 18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 윌리암스포트 볼룬티어 야구장에서 펼쳐진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2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퀴라소를 4대 0으로 완벽 제압했다.
[일요신문]
8월 18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윌리암스포트 볼룬티어 야구장에선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2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과 ‘캐리비안 지역 대표’ 퀴라소의 경기였다.
미국 방송 매체 ‘ESPN’은 이날 경기 매치업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끈끈한 수비력과 치밀한 작전 수행 능력을 갖춘 한국과 힘 있고 선 굵은 플레이를 자랑하는 퀴라소가 맞붙은 까닭이다. 그 누구도 경기 전까지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승부였다.
예상처럼 경기 초반은 접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양팀 선발투수는 강력한 구위를 바탕으로 명품 투수전을 펼쳤다. 한국 양수호와 퀴라소 주드릭 프로파는 2회까지 각자 자신의 강속구를 뽐내며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1회 말 선두 타자 안타를 때려낸 나진원, 2회 말 2아웃 이후 2루타를 친 정기범의 주루사가 나오면서 찬스를 이어가지 못했다.
한국과 퀴라소는 0대 0으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3회를 맞이했다. 3회 초 양수호는 어김없이 깔끔하게 퀴라소 타선을 막아냈다. 그리고 3회말. 경기가 요동쳤다. 팽팽한 상황에서 맞이한 3회 말. 경기가 요동쳤다.
3회 말 1아웃 주자 없는 상황 퀴라소 선발투수 프로파가 한국 1번 타자 나진원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여기서 한국의 작전야구가 빛을 발했다. 작전 첨병 역할은 다음 타자 현빈이 수행했다. 현빈은 날렵하게 번트를 댔다. 현빈 방망이에 맞은 공은 3루수와 투수 사이 애매한 코스로 흘러갔다.
퀴라소 투수 프로파는 빠르게 공을 집어들어 1루로 던졌다. 하지만 마음이 급했다. 악송구였다. 공은 1루수 뒤로 빠졌고, 한국의 주자들은 한 베이스씩 더 진루했다. 순식한에 1아웃 2, 3루 상황이 된 것.
이어 한국의 3번 타자 박민욱이 등장했다. 박민욱은 자신 있는 스윙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만들어냈다. 퀴라소 2루수 자이언 파르도가 이 공을 잘 잡아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송구가 문제였다. 파르도의 1루 토스가 빗나간 뒤, 3루 주자 나진원이 홈에 들어왔다.
2루 주자 현빈은 상대 수비의 토스 실책을 확인한 뒤 홈으로 추가 진루하려다 런다운에 걸렸다. 현빈은 날렵하게 움직였지만, 퀴라소의 런다운 수비가 능숙했다. 현빈은 주루사를 당했다. 다음 타자 손원규가 스트라이크 낫아웃을 당하면서 3회 말은 끝났다.
0의 균형이 깨졌다. 한국이 1대 0으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4회부터 한국과 퀴라소는 나란히 두 번째 투수를 기용했다. 한국은 왼손 기교파 투수 나진원을 기용했고, 퀴라소는 유연한 투구폼이 돋보이는 컬리 마르타를 투입했다.
나진원은 4회 초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삭제했다. 4회 말엔 퀴라소 투수진이 한국 타선을 무실점으로 묶었다.
5회 초 나진원은 탈삼진 두 개를 곁들이며, 퍼펙트 피칭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5회 말 한국의 추가 득점이 나왔다. 1아웃 상황 마운드에서 믿음직스런 투구를 보여주던 나진원이 볼넷을 골라 나갔다. 이어 현빈이 중견수 앞 안타를 때려냈다. 나진원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주루로 홈을 파고 들었다. 세잎이었다. 한국은 2대 0으로 한발짝 더 달아났다.
이후 한국은 박민욱의 몸에 맞는 공과 손원규의 볼넷으로 만루 찬스를 맞이했다. 타석엔 5번 타자 이시영이 등장했다. 이시영이 때려낸 공은 3루수 앞으로 굴러갔다. 퀴라소 3루수 데샨드로 트롬프는 포수 셴드리온 마르티너스에게 공을 던져 원아웃을 만들어냈다.
여기서 퀴라소 포수 마르티너스가 더블 플레이를 노렸다. 마르티너스는 곧장 1루로 공을 던졌다. 하지만 과욕이었다. 마르티너스가 던진 공은 한국의 타자 주자 이시영 허리를 맞고 외야로 흘러 나갔다. 한국의 빠른 주자들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3루 주자 박민욱과 2루 주자 손원규까지 홈을 노렸다.
박민욱은 여유 있게 홈에 입성했다. 손원규는 완벽한 슬라이딩으로 홈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는 데 성공했다. 4대 0. 팽팽하던 경기 흐름이 완전히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쪽으로 넘어온 순간이었다.
퀴라소전 영봉승을 합작한 한국의 원투펀치. 좌측부터 나진원과 양수호. 사진=이동섭 기자
6회 말 한국 투수 나진원은 아웃카운트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퀴라소전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의 4대 0 완승이었다. 한국은 베네수엘라에 이어 퀴라소까지 꺾고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3라운드행을 확정 지었다.
이날 경기 한국의 승리 동력은 단연 수비였다. 퀴라소가 실책 3개를 범하는 동안 한국은 무실책 경기를 펼치며 끈끈한 수비를 자랑했다. 공격에선 적재적소의 과감한 주루가 점수로 이어졌다. 물론 주루사를 줄여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과제로 남았다.
무엇보다 ‘좌·우 원투펀치’의 완벽한 투구는 압권이었다. 선발투수로 나선 ‘파이어볼러’ 양수호는 3이닝 무실점 6탈삼진 노히트 투구를 펼쳤다. 그야말로 완벽했다. 두 번째 투수 나진원은 “내가 양수호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듯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나진원은 3이닝 1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6회 말 ‘팀 노히트’가 깨지긴 했지만, 양수호와 나진원은 영봉승을 합작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수비, 작전 그리고 탄탄한 마운드를 바탕으로 승리를 일궈냈다. 리틀 대표팀의 상대는 8월 19일 오전 3시에 펼쳐질 일본과 멕시코 경기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내심 일본과의 일전을 기대하고 있다.
리틀 대표팀 ‘핫코너’를 지키는 3루수 이시영은 “이번 대회에서 일본과 꼭 한번 승부를 펼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퀴라소를 완벽 제압한 가운데, 시선은 ‘어린이 한일전’이 성사될지에 쏠린다.
리틀 대표팀의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인터내셔널 3라운드 경기는 8월 22일 오전 4시(한국시간)에 ‘리틀야구 성지’라 불리는 라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다.
미국 윌리암스포트=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