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사태에 ‘재계 저승사자’들 출동…연예계 전반 조사 확대할까 긴장
양현석 전 YG 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YG를 필두로 연예기획사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부분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 소문난 전문기관들이 YG 관련 사안에 대거 투입됐다는 부분을 경계하고 있다.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와 이승현 씨(전 빅뱅 멤버 승리)의 해외 불법 도박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특히 화제다. 일반인들조차 잘 모르고 있던 기관으로 연예관계자들도 생소하긴 매한가지였다. 이곳 역시 ‘저승사자’로 불리는데 그 영역은 금융권이다. 그래서 ‘금융권 저승사자’라 불리곤 한다.
해외 불법 도박 수사에서 FIU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자금 흐름을 들여다 본 FIU가 13억 원 상당의 금액이 이상하게 거래된 흔적을 파악했다. 이에 대해 한 중견 연예기획사 임원은 이런 우려의 말을 전했다.
“해외 불법 도박의 핵심은 자금이 오가는 환치기인데 양현석이나 승리 정도 되는 이들이라면 얼마나 철저하게 그 부분을 관리했겠나. 그런데 FIU에서 자금흐름을 파악해 환치기가 다 드러났다고 한다. 해외 불법 도박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연예인들도 깜짝 놀랐을 거다. 거기서 마음먹고 까보기 시작하면 정말 뭐가 더 나올지 모른다.”
FIU는 이미 18년째 활동 중이지만 사실 그리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곳은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를 들여다보는 역할을 맡고 있는 금융위원회 산하 조직이다. 그런데 최근 대형 수사에서 FIU의 이름이 자주 등장했다. 한진그룹 일가 세금 탈루,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압수수색, 방위산업 비리 등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FIU는 ‘의심거래보고제도(STR)’와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CTR)’ 등을 통해 수상한 돈의 흐름을 감지해 검찰, 국세청은 물론 국방부, 감사원, 심지어 청와대 등에 수상한 자금흐름에 관한 정보를 보낸다. 게다가 2017년 11월 개정된 ‘금융정보분석원법’을 통해 금융거래정보 활용 영역이 확대되며 더욱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세청 조사4국은 이미 매우 유명한 곳이다. YG와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진행하던 조사4국은 7월부터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했다. 조세범칙조사는 피조사기관의 명백한 세금 탈루 혐의가 드러났을 경우 실시되는 것인 만큼 훨씬 강도가 높아진다.
‘국세청의 중수부’ ‘기업 저승사자’ 등으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은 업무 자체가 ‘특히 중요하다고 인정해 별도의 계획에 따라 실시하는 조사’와 ‘국세청장 및 지방국세청장이 특별히 지시하는 조사’ 등으로 규정돼 있을 정도다. 국세청이 대기업 세무조사에 착수하면 가장 큰 관심사가 ‘1국이냐 4국이냐’일 정도다. 조사1국이면 정기조사지만 조사4국이면 특별조사이기 때문이다. 조사4국에서 세무조사를 한다는 소식만으로 주가가 폭락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조사4국장은 국세청 내에서 엘리트 코스로 손꼽힌다. 현 김현준 청장을 비롯해 그 전임인 한승희, 임환수 청장 등이 모두 조사4국장 출신일 만큼 역대 국세청장 가운데 상당수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장 자리를 거쳤다.
과연 조사4국이 특별 세무조사 대상을 다른 연예기획사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있을까. 사실 대기업이 주요 타깃인 조사4국이 중견기업인 YG를 조사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만큼 연예계 전방위로 조사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은 적다.
그렇지만 “강남 클럽 사건은 연예인 등 일부 새로운 특권층의 불법적인 영업과 범죄행위에 대해 관할 경찰과 국세청 등 일부 권력기관이 유착했다는 의혹이 짙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클럽으로 시작해 연예계 전반으로 이번 파문이 확대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 여당이 위기에 몰릴수록 연예계 이슈가 국민 시선 돌리기에 매우 유용하게 쓰여 왔다는 부분 역시 연예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