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케바-니시가와-미사키로 이어지는 일본의 철벽 투수진, 각자의 색 어우러져 탄탄함 자랑… 일본의 무실점 방패, 한국이 뚫을까
일본의 철벽 마운드를 구성하는 세 투수. 왼쪽부터 ‘변화구의 마법사’ 리츠 니시가와, ‘고질라’ 유토 카케바, ‘클로저’ 유토 미사키. 사진=이동섭 기자
[일요신문] ‘어린이 한일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의 승리 열쇠는 ‘일본의 막강한 마운드 공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강팀으로 분류되는 한국과 일본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8월 22일 오전 4시(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윌리암스포트 라마드 스타디움에선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3라운드 경기가 열린다.
베네수엘라, 퀴라소 등 난적들을 연이어 격파하고 3라운드에 선착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그리고 이탈리아, 멕시코에 2경기 연속 영봉승을 거둔 일본. 두 팀은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챔피언십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에서 운명의 일전을 펼친다.
이날 경기에서 패한 팀은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패자부활전)’에서 다시 한번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챔피언십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반면 승리한 팀은 체력을 비축하면서 올라올 상대를 기다리는 여유를 누릴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과 맞붙을 일본의 전력은 어떨까. 일본 전력은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 ‘강하다’는 것.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출전한 일본 대표팀은 투·타 조화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야구를 펼칠 줄 아는 팀으로 인정받고 있다. 일본 타선은 힘과 정확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을 갖췄다. 일본 타선은 지난 두 경기에서 25득점을 쓸어 담는 저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공격력만으로 일본 리틀야구 대표팀을 설명할 수는 없다. 일본의 ‘진짜 힘’은 마운드의 탄탄함에서 비롯되는 까닭이다. 일본은 마운드를 운용함에 있어 철저한 ‘분업 야구’를 지향한다. 리틀야구에서 찾아보기 상당히 드문 사례다. 그만큼 일본에 ‘믿을 만한 투수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유토 카케바는 마운드뿐 아니라 타석에서도 굉장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다. 사진=LLWS
가장 눈에 띄는 일본 투수는 ‘고질라’ 유토 카케바다. 167cm/ 82kg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투수 자원이다. 카케바는 마운드 위에서 최고의 안정감을 뽐낸다. 공이 그렇게 빠르진 않지만, 폼이 안정적이다. 카케바의 손을 떠난 공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효율적으로 공략한다.
카케바는 이탈리아전과 멕시코전 두 경기 모두 등판(1선발)해 4.1이닝 9탈삼진 1피안타 무실점 완벽한 투구 내용을 보였다.
카케바의 재능은 타석에서도 빛난다. 카케바는 지난 두 경기에서 8타석에 등장해 7타수 6안타 1홈런 6타점 4득점을 기록했다. 카케바의 2.304란 경이적인 OPS(출루율+장타율)를 기록 중이다. 여러모로 ‘고질라’ 카케바는 한국의 경계대상 1순위다.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투수는 ‘변화구의 마법사’ 리츠 니시가와다. 니시가와는 움직임이 심한 변화구로 타자들의 눈을 현혹하는 스타일이다. 공의 힘은 카케바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예리한 변화구를 섞어 타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볼배합이 가능한 투수가 바로 니시가와다.
니시가와는 이탈리아전과 멕시코전에 등판(1선발)해 4.2이닝 4피안타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카케바-니시가와로 이어지는 일본의 원투펀치는 각자 다른 색깔을 자랑하며, 상대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해왔다. 두 투수는 선발투수와 셋업맨 역할을 번갈아가며 수행한다.
여기다 마무리투수의 존재는 일본 원투펀치의 어깨를 가볍게 한다. 일본의 클로저는 유토 미사키다. 한국으로선 일본이 리드하고 있는 가운데 미사키가 등판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미사키는 지난 두 경기에 마무리투수로 등판해 2이닝 6탈삼진 무실점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지금까지 미사키의 공을 방망이에 맞춰 인플레이 타구로 연결한 타자조차 없었던 셈이다.
카케바-니시가와-미사키로 이어지는 일본 마운드는 지난 두 경기를 모두 영봉승으로 이끌며, 탄탄한 전력을 뽐냈다. 세 투수는 멕시코전 인터뷰를 통해 “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투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어린이 한일전’의 관전포인트는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일본의 방패를 뚫을 수 있을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월 18일 코지 야마시타 감독은 “상대가 한국이라고 해서 경기를 준비하는 방향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인터내셔널 3라운드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야마시타 감독의 발언으로 미뤄 봤을 때 일본의 ‘어린이 한일전’ 마운드 운용은 지난 두 경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8월 21일(한국시간) ‘리틀야구 성지’ 라마드 스타디움에서 ‘어린이 한일전’ 승리 의지를 불태운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사진=이동섭 기자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선수들은 “일본 투수들의 공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리틀 대표팀 공격 첨병 나진원은 “일본 투수들의 구속이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 일본을 상대로 홈런 맛을 보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8월 18일 퀴라소전에서 두 차례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한 유격수 박민욱은 “일본 투수들을 상대론 안타를 쳐서 출루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타 거포 자원’ 민경준은 “이번 대회 내 목표는 일본 친구들을 야구로 이기는 것”이라면서 “지금 내 타율이 0인데, 일본전을 계기로 타율을 높여보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일본전 투수 등판 가능성이 있는 ‘슈퍼초딩’ 정기범은 “일본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비밀병기’란 별명을 얻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리틀 대표팀 이민호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일본전 승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면서 “선수들이 열정을 불태우는 만큼, 일본전 멋진 경기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창과 일본의 방패가 각자 승리를 향한 의지를 다지는 가운데, 승리의 여신이 ‘어린이 한일전’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윌리암스포트=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