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주 “블랙컨슈머 취급, 법적대응 적반하장” VS 업체 “사과 불구 무리한 요구, 경영 어려워”
강아지 사료를 먹고 피부 괴사가 일어난 가운데 사료 중 곰팡이가 발견돼 논란이 거세다. SNS 캡처
8살 난 비숑프리제 종 ’비비‘는 그간 크게 아픈 곳 없이 건강했다. 하지만 새로 바뀐 사료를 먹고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날 문제가 생겼다. 비비는 가려움 증세를 보였다. 목 주위에선 피부 괴사도 일어났다. 다른 푸들도 간지러움을 호소하고 10여 차례 구토를 하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결국 비비는 수술을 받고 목 주변 피부 3분의 1을 도려냈다. 일단 수술은 했지만 “온몸으로 전이돼 괴사부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비비 등 10마리 반려견을 키우는 견주 B 씨는 사료를 바꾼 것 말고는 양육 환경에 변화가 없어 문제가 사료에서 비롯됐다고 추정했다. B 씨는 사료를 살펴보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펴본 사료 안에는 곰팡이가 핀 것으로 추정되는 딱딱한 사료 덩어리가 여럿 발견됐다. 솔방울 형태로 덩어리진 사료 표면에 검푸른 곰팡이가 잔뜩 끼어있었다. 작게 뭉친 사료 덩어리도 우후죽순 발견됐다.
B 씨는 A 사에 연락해 “사료에 문제가 있다”고 알렸다. 하지만 A 사는 B 씨에게 사료를 구매한 소매점에 연락해 보라는 답변을 보냈다. 결국 비비가 수술까지 받게 되자 화가 난 B 씨는 다시 A 사에 연락해 따졌다. 하지만 B 씨에 따르면 A 사는 사과는커녕 B 씨를 블랙컨슈머 취급하며 사료 관리 부실을 곰팡이 원인으로 돌렸다.
B 씨는 반려견 10마리를 키우며 반려동물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양육에 대한 상식도 많은 데다 여러 마리를 키우는 환경상 집에서 늘 에어컨과 제습기를 가동시킨다. 집안 온도와 습도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B 씨는 애초에 곰팡이 핀 사료가 문제였다고 주장한다. B 씨는 애초 사료 두 포대를 주문했다. 집안 환경이 사료에 곰팡이가 핀 원인이라면 유독 한 포대에서만 곰팡이사료가 발견된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비숑프리제 비비는 돌연 간지러움을 호소하고 피부괴사로 수술을 받게 됐다. SNS 캡처
B 씨는 “강아지 사료 전문 유튜버 영상을 보고 10만 원이 넘는 사료 두 포를 구매했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비비가 수술까지 했는데도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하고 블랙컨슈머로 몰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영상은 강아지 사료분석 전문 유튜버이자 스타트업 대표인 ‘개스맨’의 A 사 판매 사료 리뷰였다. 이 게시물은 최근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 유튜버는 한 온라인 카페에 “곰팡이 사료의 원인은 크게 3가지 정도로 보이며 사료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확률이 높다”는 글을 남겼다. 개스맨은 수입사 대처가 미흡해 아쉽다며 곧 자신이 올린 사료 리뷰에 관한 정정영상을 촬영해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A 사가 B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 이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강한 분노와 함께 불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곰팡이 나온 사료를 항의하는 고객에게 블랙컨슈머 운운하더니 적반하장으로 명예훼손 고소하는 기업을 꼭 기억하겠다”, “알레르기는 체질에 따라 강아지 사망원인이 될 수도 있는데 대응이 미흡했다”, “아무리 좋은 사료라도 유통과정에서 변질될 수 있다지만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블랙컨슈머로 몰아가다니 너무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A 사는 8월 30일 공식 입장을 냈다. 입장문에는 “미국(제조업체)에 발생 원인을 문의했다. 사료 개봉 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곰팡이가 필 확률은 거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일반적인 보관 주의사항만 잘 지키면 곰팡이가 발생할 확률이 상당히 낮다”며 “피해 강아지의 사례는 사료 때문에 1주일 만에 발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피해 견주에게 사료 값을 환불했음에도 병원비와 개의 몸값을 요구해 부득이하게 법절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A 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상황이 와전되고 사태가 확산되며 회사가 무척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A 사 대표에 따르면 A 사는 소비자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매뉴얼에 따라 원칙적으로 응대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미흡할 수 있어 회사의 사과도 이어졌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자 일방적인 입장만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게 A 사의 주장이었다.
A 사 대표는 “곰팡이 사료가 발견된 것은 맞다. 내부 원칙대로 응대한 과정이 미흡했다고 판단해 대표로서 고객에게 직접 사죄드렸다. 힘든 마음을 푸시라고 말했지만 합의가 잘 되지 않았다”며 “제조업체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 관련 진단서가 필요하다. 소비자와 원만하게 사태를 해결하고 싶은데 한쪽의 입장만 전달돼 회사로서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