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증시 불안 속 소액으로 우량 부동산 투자…실물 경기 무너지면 손실 불가피 ‘묻고 따져야’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도 리츠 시장은 과열되면서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리츠는 개인 투자자들이 소액으로 알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지만 임대료 상승에 따른 공실 등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연합뉴스
부동산 투자의 일환인 리츠에 투자 자금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리츠에 투자하는 자산 총계는 올 7월 기준 45조 6000억 원으로, 작년과 재작년 동월보다 각각 24%, 67% 늘었다. 특히 상장 리츠 5개사의 올 7월 자산 규모는 1조 6000억 원으로, 작년과 재작년보다 각각 60%, 433% 늘면서 급성장했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부동산과 부동산 관련 증권 등에 투자·운영하고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 형식으로 돌려주는 부동산투자회사다. 그간 고액 자산가나 기관투자자의 투자 대상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공모리츠 상장을 통한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신한알파리츠는 상장 당시인 지난해 8월 개인 투자자 4749명에서 올 6월 6114명으로, 이리츠코크렙은 지난해 6월 상장 당시 761명에서 올 6월 3376명으로 대폭 늘었다. 수요가 늘면서 주가도 강세다. 공모가 5000원에 상장한 신한알파리츠는 지난 3일 기준 61.4% 오른 8070원을 기록했다. 역시 공모가 5000원이었던 이리츠코크렙도 같은 날 6200원으로 24% 올랐다.
기관과 자산가 영역이던 리츠에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도가 높아진 이유는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와 대내외 악재에 따른 증시 불안 때문이다. 리츠는 관련 법상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예적금 금리가 1%, 일반 상장사의 배당률이 2~3%인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좋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시 투자 리스크도 크다. 따라서 배당수익률이 높고,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일반 주식보다 변동성이 적은 리츠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것. 아울러 공모리츠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상장된 리츠에 투자할 때엔 주가 상승 차익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일반 투자자들은 안전한 은행상품에 투자했으나 요즘 워낙 저금리다보니 부동산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일부 감수하더라도 평균 수익률이 4~6%로 일반 금융상품보다 높은 리츠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리츠는 또 숙련되고 경험이 풍부한 부동산 전문가가 운영하기에 전문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부동산의 높은 가격 때문에 직접 투자가 어려운 개인들이 소액으로 우량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인 투자자의 경우 자산을 더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며 “큰돈으로 집 한 채 투자하는 것보다 소액 투자만으로도 전문 회사가 고른 알짜 호텔이나 오피스텔을 갖는 것이 덜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상장리츠가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손실을 피하려면 리츠 투자시 상품의 사업성과 운영인력의 전문성, 부동산 업황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연합뉴스
리스크는 있다. 리츠는 부동산 및 관련 자산에 투자해 임대수익, 개발수익, 처분수익 등을 거둬 배당하는 형태로 실물 경기가 무너지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자산 가치가 내려가거나 임대료 상승으로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임대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부동산을 사들인 가격보다 높게 팔지 못한다면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편입자산의 운용 수익도 중요하다. 예컨대 편입자산이 유통업계 매장 점포일 경우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안 좋으면 전체 리츠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리츠 주가가 상승하면서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이 작아 상품 가치를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애널리스트가 많지 않은 데다 5개뿐인 상장리츠 가운데 흥행한 경우는 신한알파리츠와 이리츠코크렙에 불과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주가가 뛰면 배당률이 낮아져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률이 줄어든다. 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성공 사례도 적고 시장도 작아 종목이 밸류에이션에 맞게 오르는 건지 판단할 기준이 부족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리츠 상품이 상장되면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주가 뛰는 등 거품이 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손실을 피하려면 리츠 투자시 상품의 사업성과 운영인력의 전문성, 부동산 업황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사업 방식이 임대인지 개발사업인지, 편입자산의 위치가 수도권인지 지역인지, 임차인은 누구이며 호텔업·유통업 등 어떤 업종에 이용하는지와 업황, 회사의 리츠 운영 실적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서진형 교수는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위험성도 있는 만큼 리츠 구성상품의 사업성과 리츠 신용도, 운영인력의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롯데리츠·농협리츠…자금조달 새 모델 뜬다 리츠시장이 달아오르면서 기업들의 리츠 상장이 줄을 잇고 있다. 롯데쇼핑은 내달 롯데마트·백화점 등을 유동화한 롯데리츠 상장을 추진한다. 롯데리츠는 롯데쇼핑이 지급하는 고정 임차료를 재원으로 투자자에게 내년 기준 연간 배당수익률 6%를 제공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오는 11월엔 1000억 원 규모의 농협리츠가 상장할 예정이다. 서울스퀘어와 강남 삼성물산 서초사옥 등 사무용 빌딩 지분에 투자한다. 이지스자산운용도 하반기 서울 태평로빌딩과 제주 조선호텔을 기초자산으로 목표 공모액 2350억 원의 리츠 상장에 나서며, 대우건설도 공모리츠 운용에 나설 계획을 잡고 있다. 기업들이 리츠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보유 부동산을 현금화해 신사업에 투자하면서 재무제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자금 조달을 차입을 하면 회사 부채로 잡혀 신용도가 떨어지지만, 리츠사업은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손실이 발생해도 기업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손해 보는 구조여서 부담이 적다. 특히 오프라인 점포의 효율성 하락으로 현금흐름 부담이 커진 유통업계는 보유 부동산을 리츠로 만들어 매각하고, 기업은 임대료를 내며 사업을 지속하면서 이커머스 투자를 늘리는 등 재무제표를 개선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세계 저금리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당분간 리츠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리츠로 고정자산을 유동화해 기업 자금흐름을 원활하게 한 뒤 그 돈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마련하려는 것”이라며 “부동산 규제로 투자처를 잃은 자금이 리츠를 통해 기업 투자금으로 흘러가면, 기업들의 신성장 동력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부동산 시장에서 자금 쏠림에 따른 투기현상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리츠는 부동산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투자상품이니만큼 편입자산의 수익성이 중요하다. 특정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리츠 자산일 때 해당 매장이 실적 부진으로 임차료조차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되면 배당 규모가 줄어들거나 배당 자체를 못할 수 있다. 리츠상품의 계약 내용과 보유자산 상품성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리츠마다 보유한 기초자산의 성격이나 위치, 수익성 등이 제각각인 상품이 하나로 묶이는 등 난립하면 투자자들의 옥석가리기가 힘들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서 홈플러스가 공모 리츠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이유는 투자자들이 리테일사업을 회의적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라며 “리츠 상장의 성패는 공모 주체가 내놓은 상품들의 사업성과 관련 업종 업황 등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또 “리츠 보유자산이 한두 개일 땐 선택과 집중을 통해 리츠가 성공할 확률이 높겠지만 성격과 위치, 업종이 다른 자산을 한 상품으로 묶는 등 리츠상품이 난무하면 사업성 없는 부실한 리츠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