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높은 수준임에도 성과보수 낮아…반면 신한금융 ‘스카우트’ 전쟁서 승기 잡아
요즘 금융권에서 IB 전문가들은 그야말로 ‘귀한 몸’이다. 은행이나 증권사 위주의 전통적인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계열사 간 연계를 통한 투자이익을 극대화하려면 IB부문 육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IB시장을 미래 먹을거리로 보고 비이자이익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해외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IB 인재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금융사는 신한금융그룹이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이 ‘IB 인재 블랙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신한금융은 올해 하반기에만 4명의 IB 전문인력을 영입했다. 8월 초 스카우트한 삼성증권 출신 권용현 이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인수합병(M&A) 및 기업공개(IPO), 채권발행 등을 두루 거친 전문가로 평가된다. 권 이사 외에도 메리츠증권 출신 대체투자(AI) 전문가 우경원 심사부장, 김앤장 출신 M&A 전문가 김현수 팀장 등을 영입했다. 신한금융이 초대형 IB를 선언한 신한금융투자를 중심으로 계열사 간 IB 부문을 연계하고 있는 것을 고려한 배치다.
신한금융그룹이 IB전문가 영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신한금융의 인재 영입은 초대형 IB 가시화라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IPO부는 최근 세틀뱅크, 대모엔지니어링 상장 업무를 연이어 성공시켰다. 7000억 원 규모 국내 주요 통신사 단말기할부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대표 주관도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은 신한금융이 공모 유동화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치고 나가는 중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른 금융사들도 IB 전문가 영입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IT, 신기술, 디지털, 자산관리(WM) 등의 전문가 채용절차를 모두 끝냈다. 유일하게 IB 및 기업금융 부문 전문가 채용만 계속 진행하고 있다. 투자금융과 인프라금융, 구조화금융 등 IB 분야에서도 영역을 가리지 않고 전문가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IB 부문 중에서도 국내외 기업금융(CF)과 딜 소싱, 사업성 검토, 금융주선, 딜 사후관리에 경험이 있는 인력 영입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신디케이티드론 부문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수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신디케이티드론은 다수 은행으로 구성된 차관단이 같은 조건으로 일정한 금액을 융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KEB하나은행은 IB사업단 내 투자금융, 프로젝트금융, 부동산금융, 글로벌IB 등을 맡을 수 있는 인력 영입에 나섰다. 은행 측은 M&A나 인수금융을 위한 딜소싱, 국내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사업 전문가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최고경영자(CEO) 이상의 대우를 약속받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CEO보다 높은 연봉을 보장해주고 IB 인력을 데려오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라며 “인센티브까지 합치면 일반 금융 인력은 상상조차 못할 금액을 부르는데도 영입 경쟁이 워낙 치열해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해외에서 근무 중인 IB 인력과 접촉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대체투자 사업 확대로 인재 영입에 나선 삼성증권은 증권사 출신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IB맨들이 삼성증권으로 이직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체계’가 기타 증권사들보다 뒤처진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증권 기업금융 담당 임직원은 130여 명인데, 대부분 구조화금융(SP)팀 등 해외 대체투자와 부동산금융 관련 경력자로 채워졌다. 특히 대부분 경력자는 동종업종인 증권사 IB 직원이 아닌 건설사나 공제회 출신으로 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과 동부건설 등 건설사 출신이 부장급 직급을 받고 삼성증권으로 이직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건설사 출신이 증권사 부동산 IB 부서로 이동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증권사 출신들이 삼성증권으로 옮기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증권사 IB담당 직원들이 삼성증권으로 이직을 기피하는 이유는 성과보수 수준이 일반 증권사보다 낮기 때문인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증권에서 연봉 5억 원 이상 받는 인력은 CEO와 영업지점장, 자산관리 인력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능력에 걸맞은 대우를 원하는 인력들은 삼성증권을 이직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며 “개인역량이 절대적인 IB부문은 시스템을 중시하는 삼성의 문화와 다소 결이 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