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누구보다 많이 파이팅 외친다”... 박병호 “키움의 올 시즌 해피엔딩이었으면”
LG 트윈스 김현수와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김현수(LG), 박병호(키움)는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해외파 KBO리그 선수들이다. 김현수는 국내로 유턴하면서 두산이 아닌 LG에 입단했고, 박병호는 키움으로 복귀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많은 연봉과 팬들의 높은 기대를 한몸에 받는 터라 두 선수가 보여주고 있는 KBO리그 생존기는 다른 선수들한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6∼2017년 동안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비다 2018년 LG와 계약한 김현수의 2018시즌 성적은 화려했다. 타율 0.362, 20홈런, 101타점을 기록했고, 타율은 1위에 올랐다.
김현수가 돋보인 건 성적뿐만이 아니다. 그는 LG 트윈스 더그아웃에서 가장 시끄러운 선수로 뽑혔다. 경기에서 지고 있다고 위축돼 있는 후배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더그아웃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발버둥 쳤다. 특히 그는 팀 내 ‘운동 멘토’ 역할도 자처했다. 그로 인해 별명도 ‘김 관장’. 김현수와 함께 비시즌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에 심혈을 기울인 채은성은 지난 시즌 139경기에서 타율 3할3푼1리 25홈런 119타점으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덕분에 많은 LG 선수들이 ‘김 관장’을 찾았고, 운동을 함께 했다. 이후 LG 웨이트트레이닝장은 ‘김현수 체육관’으로 불렸다.
김현수는 이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LG의 팀 문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LG 입단 후 처음 느낀 건 선수들이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두산 선수들은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라 그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모두 절실하고 투지를 불사르겠지만 겉으로 표현하는 것과 속으로만 갖고 있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신고 선수 출신인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크게 소리 지르고, 누구보다 많이 ‘파이팅’을 외쳤다. 그게 지금도 변하지 않는 부분이다. 그래서 LG 더그아웃에서 소리를 치는 것이다. 선수들을 유도하려고 일부러 노력한 게 아니라 원래 내 스타일대로 했던 건데 어느 순간부터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따라하더라.”
웨이트트레이닝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한다. 한국과 미국에서의 야구 경험을 통해 웨이트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절감했던 김현수는 LG 입단 후 루틴을 지키고, 웨이트트레이닝에 더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그런데 그걸 지켜본 후배들이 어느 순간부터 김현수가 하는 대로 운동을 따라 했다는 것.
박병호는 올 시즌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고질적인 손목 부상에다 성적 부진으로 6월 초 2군으로 내려갔다가 15일 만에 복귀했지만 시동이 다소 늦게 걸렸다. 바뀐 공인구로 인해 홈런 생산이 주춤했음에도 9월 초 돼서야 6년 연속 30홈런을 달성했고, 홈런 부분에서 단독 선두를 내달리는 중이다.
최근 고척스카이돔에서 기자와 만난 박병호는 “속으로는 ‘곧 괜찮아 질 거야’라고 마음을 다스렸지만 괜찮아지지 않더라. 히어로즈에서 뛴 시간들 중 올해가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평소 책임감이 투철한 박병호의 진심이 담긴 내용이었다.
“나는 1군에서 뒤늦게 빛을 본 선수다. 개인 기록보다는 팀 성적을 앞세우며 야구한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1000경기 출장, 2000루타, 1000안타 기록을 달성했더라. 비록 늦게 빛을 봤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온 과정이 기록이라는 선물로 주어진 것 같다.”
히어로즈 최고참인 박병호는 새삼 세월의 흐름을 떠올리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팀은 일찌감치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했다. 올 시즌만큼은 ‘새드엔딩’이 아닌 ‘해피엔딩’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 앞에서 내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흔들림 없이 중심 잘 잡고 가다보면 우리가 기다리던 결과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