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정국’ 장기화 속 히든카드 공개 시선…경찰 “언론에서 알아채 어쩔 수 없이 발표”
게다가 경찰 역시 이해당사자다. 조국 장관 일가 관련 수사를 통해 조 장관과 검찰의 대립이 지속될 경우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논의가 하염없이 미뤄질 수도 있다. 게다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시한도 끝났다.
이런 분위기에서 경찰이 비장의 카드로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를 꺼내든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있다. 미리 DNA 감정 결과를 손에 쥐고 있던 경찰이 민감한 시기에 이를 꺼내 든 게 아니냐는 것. 게다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최근 발생 범죄이거나 급박하게 용의자 체포가 이뤄져야 하는 등 시의성이 있는 사안도 아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인 반기수 경기남부청 2부장이 9월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본관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브리핑을 열고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이런 시선에 대한 경찰의 입장은 ‘답답하다’는 것이다. 사실 경찰은 이렇게 빨리 용의자 특정 사실을 밝힐 계획은 아니었다고 한다. 모두 9건의 화성연쇄살인사건 가운데 3건의 사건 증거에서 검출된 DNA와 용의자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다른 사건의 증거에서 검출된 DNA와의 일치 여부도 확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증거와 용의자의 DNA 일치 여부를 확인한 뒤 어느 정도 수사를 진행해 진범임이 확실해질 즈음 경찰이 공식적으로 발표할 계획이었는데 몇몇 언론사에서 그 사실을 알고 취재를 시작하면서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발표하게 됐다”며 “경찰 입장에선 직접 밝힐 기회를 언론에 빼앗긴 셈이라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데 발표 시기를 두고 뒷말까지 나오는 상황이 매우 답답할 뿐”이라고 밝혔다.
9월 19일 오전 9시 28분에 경기남부청 제2대회의실에서 시작된 브리핑에서도 수사본부장인 반기수 경무관은 “DNA 감정 결과를 통보 받고 기초 수사하는 단계였다. 언론 보도가 먼저 나가 부득이하게 자리를 마련했지만 아직 기자들에게 제공할 정보가 별로 없다”고 밝혔다. 이어 “DNA 감정 진행 중에 있다. 추후에 또 다른 DNA가 일치하는지는 감정 결과를 봐야 안다”며 “아직 수사 초기단계로 수사가 굉장히 곤란해진 상황이다. 수사 초기에 보도가 돼 굉장히 당황스럽다. 반드시 해결이 돼야 할 사건이지만 DNA만 나왔다고 해서 모두 해결이 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 역시 “DNA를 보고받은 수사 초기단계로 DNA 용의자가 그 사건의 진범인지 하나하나 확인할 것”이라며 “실제 저희가 알고 있는 것이 아직 없다. 알고 이야기 안 하는 게 아니다”라며 언론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제보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제보를 통해 용의선상에 오른 교도소 수감자 50대 이춘재 씨의 DNA를 확보해 7월 중순 현장 증거물 일부와 함께 국과수로 보내 감정 의뢰했다. 그리고 3건의 사건에서 확보한 증거의 DNA와 용의자 이 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보하게 됐다. 따라서 미리 확보하고 있던 DNA 감정 결과를 경찰이 민감한 시기에 공식 발표한 게 아니냐는 항간의 시선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