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조용병 회장 임기 내년 3월까지, 우리-손태승 회장 연임 여부 관전 포인트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는 ‘신한사태’라 불리던 경영권 분쟁을 겪은 신한금융그룹 차기 회장이다. 이 사건은 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금융권의 평가다. 신한금융그룹 내 최대 계파로 불리는 ‘라응찬계’와 비라응찬계의 화학적 통합이 여전히 완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신한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선임작업이 임박하면서 금융권의 최대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 중구 신한금융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특히 라응찬계의 대표주자로 불리다 하루아침에 야인이 된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 차기 신한금융 회장 레이스의 키워드가 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위성호 전 행장은 조용병 현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두고 두 차례 맞붙었다. 2015년 위 전 행장과 조 회장이 회장 후보로 꼽혔는데, 당시엔 조 회장이 승리했다. 2017년 신한금융지주 회장 경쟁에서는 위 전 행장이 회추위 최종 면접에서 자진 사퇴의견을 밝히고 조 회장이 회장직을 차지했다.
위 전 행장은 지난해 말 신한금융 계열사 인사에서 임기 3개월을 남기고 경질됐다. 당시 위 전 행장은 인사 발표 직후 “신한금융의 주요 5개 자회사 최고경영자는 지주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되는데 회장 후보군 5명 중 4명이 퇴출됐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금융권은 위 전 행장이 신한금융과 조 회장에 대한 서운함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변수는 올해 들어 발생했다. 위성호 전 행장은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던 ‘남산 3억 원’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남산 3억 원 사건은 신한금융 측이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당선축하금 3억 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지난 6월 이 사건 관련 재판 과정에서 위성호 전 행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조용병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다. 내년 1월에는 차기 회장 후보자를 뽑기 위한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개시될 예정이다. 회추위는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되며, 전·현직 계열사 CEO 중에서 후보자 4∼5명으로 구성된 후보군이 나오면 이 중에서 경쟁으로 지주 회장을 뽑는다.
조 회장과 같은 시기 임기가 만료되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임 선임 작업도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당초 우리은행장이던 손 회장은 지난해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할 때 1년간만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임을 약속했기 때문에 내년 3월이면 임기가 끝난다.
우리금융그룹은 손태승 현 회장의 연임이 점쳐지고 있다.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본사. 최준필 기자.
하지만 그동안 정부 입김이 강했던 우리금융의 태생적 배경을 감안할 때 민간 과점주주들과 무관하게 정치권과 관료들이 눈독 들이는 자리라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근까지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였던 만큼 자리 욕심을 내는 정·관계 인사들의 물밑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보고 있다.
금융권 권력투쟁과 관련해 최근 급부상한 또 다른 이슈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뜬금없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 통합론이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10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이 많은 기관에 분산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은성수 전 수출입은행장이 신임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나온 파격 발언이다.
그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수출입은행과 교감도, 주무부처 간 협의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 한마디는 곧 산업은행의 입장이 됐다. 졸지에 합병당하게 된 수출입은행은 노동조합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강력 반발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수출입은행장이 공석이 된 틈을 타 이 회장이 해묵은 과제인 국책은행 통합 논의에서 우위를 점해 결국 통합은행장 회장에 오르려는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영역 중복과 통합 필요성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시기가 묘하다”며 “경쟁자로도 볼 수 있는 은성수 전 행장이 상급기관장이 되자 최소한 산업은행장 자리라도 확실하게 지키겠다는 노림수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