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실물자산 관심 높은 데다 사우디 정유시설 피격 변동성 높아져
#불황 삼킨 금…중국이 변수
뉴욕시장에서 국제 금값은 올 들어 온스당 1500달러를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다 최근 기세가 주춤한 모양새다. 지난 8월 이후 가격 조정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18%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하며 2010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실물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단기간 급등한 만큼 예측이 힘들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가격 상승의 가장 큰 동인(動因)은 중국, 러시아 등 신흥 부국(富國) 중앙은행들의 매수세다. 특히 미국과 무역분쟁 중인 중국은 달러국채 매수를 줄이는 대신 외환보유고에서 금 비중을 높이고 있다. 올 들어 상반기에 사들인 금만 90톤(t)에 달한다. 중국의 공격적인 금 매입은 달러에 맞서 위안화를 국제화시키려는 의도가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이미 2002년 런던과 뉴욕에 맞서 상하이에 국제 금시장을 열었다. 2016년에는 위안화가 달러, 유로, 엔, 파운드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의 5번째 통화로 포함됐다.
9월 말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 내 금 비중은 2.8%, 보유량은 1936.5t에 달한다. 일본(2.7%, 765t)보다 많지만 미국이나 유로존 3국 독일·프랑스·이탈리아에는 한참 못 미친다. 미국은 8133.5t으로 외환보유의 76%가, 독일·프랑스·이탈리아는 8254t으로 67.7%가 금이다. 국제결제통화, 이른바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화폐의 가치를 뒷받침할 기초자산이 필요한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이다. 위안화가 달러와 유로에 이은 3대 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금 보유량을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 러시아 등 신흥국들도 최근 달러 가치가 요동치면서 좀 더 안전하고 가치보존이 잘 되고, 거래도 쉬운 금 보유량을 늘려가는 추세다.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해마다 덩치가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말 ETF 등이 보유한 금은 2548t으로 지난해보다 69t 이상 늘었다. 올 증가폭은 6년래 최대다. 중앙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도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 위험을 피해 금에 대한 비중을 늘리면서다.
당분간 글로벌 경제상황이 쉽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니만큼 중장기적으로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지만 워낙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한 만큼 가격 예측이 쉽지 않다. 전고점은 2011년 9월 기록한 온스당 1920.8달러다. 연내 온스당 1600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7%의 상승 여력이다.
#사우디·미국 vs 이란…중동 정세에 춤추는 국제유가
국제유가는 브렌트·두바이·미국WTI 모두 9월 들어 5% 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 정유시설 피격 때문이다. 사우디 원유 수출의 50%, 세계 원유 공급의 5%가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지만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시설 복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사우디 정부는 9월 내 복구를 대부분 마무리하고, 전략비축유까지 방출해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로 원유 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공급 차질이 최소화된다면 국제 유가는 다시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원유시설 2곳에 대한 드론(무인기) 공격과 관련, 생산 차질과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폭등했다. 지난 17일 경기 성남 대한송유관공사 본사로 들어가는 탱크로리.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이번 정유시설 피격의 재발 가능성과 유력한 용의자인 이란에 대한 미국과 사우디의 대응조치다. 비슷한 형태의 사건이 다시 발생하고, 미국·사우디가 고강도 대응에 나설 경우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현재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경제 살리기와 중동 패권 장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제유가를 끌어올려 재정을 강화하는 것과 시아파인 이란을 제압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왕실은 에너지장관을 맡지 않는 오랜 관행을 깨고 이복형인 압둘 아지즈 빈 살만이 신임 장관에 기용한 점은 그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국과 가까운 이란에 대한 고삐를 죄고, 국제유가를 끌어올려 셰일가스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일단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로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경제제재로 이란의 수출 경로를 더욱 조이면, 사실상 유일한 구매자인 중국의 원유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의 수요가 사우디 등으로 이동해 두바이유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이란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어서 경제제재에 반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경우 갈등이 깊어질 수 있고, 만에 하나 물리적 충돌로 이어진다면 국제유가는 또 다시 급등할 수 있다. 1991년 제2의 이라크 사태를 가정한 국제유가 전망은 배럴당 100달러(브렌트·두바이유 기준)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