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푼리에 모·사까지 계산… 우즈-김용수, 테임즈-박병호 MVP 경쟁도 화끈
뜨거웠던 2015 시즌 MVP 경쟁에 나섰던 키움 거포 박병호.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치열한 팀 순위 경쟁만큼이나 선수들의 팽팽한 개인타이틀 경쟁도 KBO리그에 흥미 요소다. 1990년 LG 노찬엽, 빙그레 이강돈, 해태 한대화가 펼친 타격왕 싸움이 대표적이다. 한대화가 타율 0.33493, 이강돈이 타율 0.33486, 노찬엽이 타율 0.333을 각각 기록하는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 ‘할푼리’까지 똑같고 ‘모’까지 반올림해도 승부가 나지 않아 결국 소수점 아래 다섯번째 자리인 ‘사’에서 희비가 갈렸다. 지금까지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다시 나오기 힘들 것 같은 전쟁이다.
올해도 시즌 막바지까지 두산 외국인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과 KIA 에이스 양현종의 평균자책점 타이틀 대결이 큰 관심을 끌었다.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낸 린드블럼은 이미 20승 고지를 밟아 다승 부문에서는 적수가 없고, 탈삼진 부문 수상도 확정적이다. 평균자책점 1위까지 세 부문 타이틀을 모두 따낸다면, 2011년 윤석민(KIA) 이후 9년 만이자 KBO리그 역대 일곱 번째 투수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 가능하던 상황이다. 하지만 9월 16일 키움전에서 7⅓이닝 6실점으로 부진하면서 지난 6월 27일 삼성전 이후 3개월 지켜 온 평균자책점 1위 자리를 KIA 양현종에게 내줬다.
반대로 4월까지 극도로 부진했던 양현종은 5월 이후 무서운 페이스로 추격해 ‘린드블럼 천하’에 균열을 냈다. 5월 평균자책점 1.10, 6월 평균자책점 1.69, 7월 평균자책점 1.38, 8월 평균자책점 0.51, 9월 평균자책점 1.35을 기록하면서 평균자책점 2.29로 시즌을 마쳤다. 동시에 야구팬들은 린드블럼과 양현종이라는 두 대투수의 평균자책점 타이틀 진검승부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수 있는 즐거움을 얻었다. 두 선수가 서로 타이틀에 대한 의욕을 숨기지 않으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기에 더 그랬다.
개인 타이틀뿐 아니라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경쟁도 마찬가지다. 1998년 MVP를 가리는 투표에서는 그해 홈런왕과 타점왕을 석권한 OB 외국인 타자 타이론 우즈와 다승왕에 오른 LG 김용수가 팽팽하게 맞섰다. 1차 투표에서 우즈가 26표, 김용수가 24표를 각각 얻어 2차 투표로 넘어갔고, 29표를 얻은 우즈가 21표를 얻은 김용수를 누르고 사상 첫 외국인 MVP에 올랐다.
2001년에는 신인왕 투표에서 한화 김태균이 41표, 삼성 박한이가 39표를 얻었다. 역시 2차 투표 끝에 36-26으로 승리한 김태균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15년에는 역대 최초 40홈런-40도루를 달성한 NC 에릭 테임즈와 50홈런 타자인 키움 박병호가 맞섰다. 유효표 99표 가운데 테임즈가 50표, 박병호가 44표를 각각 가져가 테임즈가 MVP를 수상했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