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재산 빼면 700억대라 분할액 141억 그쳐…“임우재, 대법원 가서도 쉽지 않을 듯”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왼쪽)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연합뉴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대웅)는 지난 26일 열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처럼 두 사람이 이혼하고, 자녀에 대한 친권·양육권도 이 사장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임 전 고문의 자녀 면접 교섭권을 월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자녀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명절과 방학 시기 면접에 관한 내용도 포함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역시 재산분할이었다. 임 전 고문 측은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며 재산분할의 기준이 된 이 사장의 재산총액이 1심에서 상당부분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산분할에 대해 이 사장이 임 전 고문에 141억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1심의 86억 원보다 55억 원이 늘어난 것. 하지만 당초 임 전 고문 측에서 재산분할액으로 청구한 1조 2000억 원에 비하면 1%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법원의 이혼소송 판례가 공동재산을 나눌 때 상대편 배우자의 몫을 높여 잡는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재산 분할의 대상이 공동 형성 재산에 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혼인을 한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만 분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재산도 이를 유지하고 증가하는 데 기여한 정도에 따라 나누게 돼 있다. 반면 결혼 전에 형성된 재산이나 결혼 후 한쪽이 상속이나 증여 등으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이라고 해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부진 사장의 재산 중 대부분은 삼성물산과 삼성SDS 등 삼성그룹 관련 주식이다. 삼성물산 지분 5.47%, 삼성SDS 지분 3.9%를 보유하고 있다. 27일 종가 기준 1조 5017억 원 규모다. 하지만 이 삼성 주식은 이부진 사장이 결혼 전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인수한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법원이 이를 남편 임 전 고문과의 공동 형성 재산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법원은 삼성그룹 지분을 제외하고 평가한 이 사장의 재산을 700억 원 정도로 계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이부진 사장의 재산은 증가한 부분이 있다. 반면 임우재 전 고문은 소극재산(채무)이 추가됐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재산분할 비율을 15%에서 20%로 변경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재판부는 이부진 사장의 재산 700억 원 중 20%에 해당하는 141억 원을 분할 재산으로 산정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에 대해 이 사장 측 법률대리인은 “재판부에 감사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임 전 고문 측은 아쉬움을 표했다. 친권을 인정받지 못한 데다 재산분할 규모도 청구액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 대법원 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 임 전 고문의 법률대리인은 “우리 측 입장과는 다른 부분이 많아 여러 의문이 있다”며 “아직 판결문을 받지 못했는데 상고 여부 등은 판결문을 보면서 의뢰인과 상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임 전 고문의 승소 가능성에 부정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서울고법 항소심은 과거 수원지법 성남지청, 수원지법, 서울가정법원 등을 거친 네 번째 재판이었다. 임 전 고문 측은 1심 판결 관할권 위반이나 재판부 기피를 제외하고 친권·양육권·재산분할 등 이혼 본안과 관련해서는 원하는 결과를 거의 얻어내지 못했다”며 “상고심에 가도 결과가 뒤집어질지는 미지수”라고 귀띔했다.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전 고문의 세기의 이혼은 지난 2014년 10월 이 사장이 임 전 고문을 상대로 이혼조정신청을 내면서 시작됐다. 이번 항소심의 경우 당초 배정된 부장판사가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과 유착관계가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임 전 고문 측이 법관 기피신청을 해 재판 기일이 1년 가까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임 전 고문 측이 대법원에 상고를 하게 된다면 두 사람의 이혼소송은 만 5년을 넘기게 된다.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전 고문의 세기의 이혼이 대법원 상고까지 가게 될지,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이부진의 ‘편법증여 셀프 인정’ 오빠한테 불똥 튀나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전 고문의 이혼소송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이 사장의 삼성그룹 관련 주식이 임 전 고문과 관련 없는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이라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 오너 일가의 편법증여 자인 논란이 다시금 불거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1심 판결 직후인 2017년 7월 박영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삼성그룹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이혼소송 과정에서 재산분할을 피하려 편법증여를 스스로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당시 입수한 이부진 사장 측 이혼소송 준비서면에 따르면 “이 사장은 혼인 전 수입이 거의 없던 시절인 1996년 12월 3일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자금 16억 1300만 원으로 삼성에버랜드주식회사 전환사채(CB)를 인수했고,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 현재 삼성물산 주식 1045만 6450주를 보유하게 됐다”고 적었다. 이부진 사장이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해 편법증여에 이은 삼성에버랜드 CB 헐값 발행 등을 통한 불법승계를 스스로 인정했고, 1·2심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은 이 사장을 넘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혹,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논란을 겪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부진 사장 이혼소송 과정에서 편법 승계작업이 다시금 수면으로 떠오르긴 했지만, 향후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자녀들의 ‘편법증여’ 의혹은 이미 다 알고 있던 내용 아니냐”고 반문하며 “이건희 회장 자녀들 돈벌이가 거의 없던 시절 부친에게 증여 받은 돈으로 주식과 CB 등을 헐값에 매입하며 지분을 급속히 불려갔다. 삼성그룹의 지원 없이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과거 삼성특검에서도 이런 사실을 다 밝혔지만, 오히려 합법으로 인정해줬다. 다시금 시끄러워지면 부담은 될 수 있겠지만, 큰 문제는 안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