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군 약속한 9~10월 착공 어려울 듯… 환경부와 협의 실패하면 사업 좌초 우려도
추산 용천수는 울릉도의 분화구인 나리분지에서 지표면 위로 솟는 지하수다. 울릉군에 따르면 추산 용천수는 하루에 약 3만㎥가 솟아나며 미네랄 함양이 매우 높은 청정 1급수다. 하루 발생하는 3만㎥의 용천수 중 3000㎥가 울릉군 상수도에, 9000㎥가 수력발전에 활용되고 나머지 물은 바다로 흘려버리고 있다.
경상북도 울릉군의 추산 용천수 모습. 사진=울릉군 제공
사업 진행이 늦어지는 이유는 환경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해당 공장 부지는 상수원 보호구역 안에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익시설이 아닌 사익시설이 상수원 보호구역 내에 들어오는 건 맞지 않다”며 “울릉군이 관련 요건을 충족시키면 사업 진행이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울릉군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들어온 게 없다”고 전했다.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 7월 울릉군은 “(환경부와) 긍정적으로 협의 중이며 수원지 보호에 필요한 조치 및 상수원 보호구역 밖에서 취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김병수 울릉군수도 “관련기관들과 잘 협의해 9~10월 중 (관련 공장)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병수 군수가 약속한 9~10월 착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울릉군 내부에서도 착공 시기를 9~10월에서 올해 안으로 변경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중간에 태풍도 오고 인사이동도 있어서 환경부와 협의가 지연됐다”며 “환경부와 전화상으로는 얘기했지만 공식 문서상으로는 진행된 이야기가 없는 게 맞으며 환경부와 협의를 빠르게 진행해 올해 안에 착공하려 한다”고 전했다. 관련 협의는 환경부와 울릉군, 경상북도 3곳이 진행한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아직 협의가 진행된 게 없어 결론이 나온 게 없다”며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손해를 보더라도 사업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샘물 개발사업이 늦어지면서 울릉군의 사업파트너인 LG생활건강은 애가 탈 듯하다. 사진=박정훈 기자
사업이 늦어지면서 LG생활건강의 입장은 난처할 수밖에 없다. 올해 1월, 울릉군과 LG생활건강은 샘물 개발사업을 위한 법인 ‘울릉샘물’을 설립했다. LG생활건강은 울릉샘물에 500억 원, 울릉군은 20억 원을 출자했다. 또 지난 8월 28일 울릉군과 LG생활건강은 울릉군의 천연자원을 활용한 친환경제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울릉군이 보유하고 있는 용천수를 이용한 친환경 원료를 연구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용천수 샘물 개발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울릉군 천연자원 관련 MOU에도 영향이 간다.
울릉군과 관계가 아니더라도 LG생활건강에 신사업 투자는 중요한 일이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자금력, 브랜드력, 가격경쟁력, 채널 대응능력 등에서 국내 화장품 기업은 이제 중국에서 경쟁력 열위에 있다고 판단된다”며 “LG생활건강은 성장 둔화 우려 및 적자 법인 뉴에이본(New Avon)의 연결 인식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뉴에이본은 LG생활건강이 지난 8월 1억 2500만 달러(약 1450억 원)에 인수한 미국 화장품 업체로 현재 적자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생활건강으로서 특별한 행동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이 답답한 노릇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관련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부처가 해소해야 할 문제로 우리가 뭐라고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우리가 개입할 여지가 없고,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가정을 전제로 말을 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LG생활건강의 생수 사업 확장 앞과 뒤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1조 1524억 원에 달한다. 2021년에는 커피 시장보다 생수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유로모니터는 전망했다. LG생활건강은 자회사들을 통해 강원평창수, 휘오 등 여러 생수 브랜드를 갖고 있다. 또 생수 판매량 1위인 제주삼다수의 위탁판매도 맡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울릉군과 협약해 새로운 생수 사업에 나서는 것도 시장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자회사별로 생수 사업을 하고 있고, 유통 채널에 따라 생수 브랜드가 다르다고 보면 된다”며 “울릉샘물도 미래 수자원 확보 차원에서 진입했으며 독자 브랜드를 갖고 생수 사업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