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 신분과 자원 입대 이유로 배려 못받는 경우 많아…“군생활 적응 일반병보다 더 어려움 겪기도”
소초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국군.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28일 오후 4시 35분께 경기도 파주시 한 육군 부대 소초장실에서 소초장인 육군 소위 A 씨(23)가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동료 군 간부에게 발견될 당시 A 씨는 심정지 상태였다.
A 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후 5시 25분께 사망 판정받았다. 유서가 발견되진 않았지만, 혼자 사용하는 공간인 소초장에서 A 씨의 K2 소총이 사용된 점에 미뤄 군 당국은 타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대공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대 동료, 유가족 등을 대상으로 숨진 소위가 평소 갈등이나 어려움을 겪었는지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부검 여부와 장례 등 이후 절차는 유족의 뜻을 최대한 존중해 진행할 예정이다.
#신임 장교, 군 생활 적응 어려움 겪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제 71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익명을 요구한 군 내부 관계자는 신임 장교가 최근 군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군 차원에서 각별한 부대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신임 장교는 장교라는 신분과 자원해서 군에 들어왔다는 인식 때문에 일반 병사와 비교해 초기 군 적응 과정에서 배려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실제 일반 신임 병사보다 초기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계급이 낮지만 자신보다 부대 생활을 오래한 병사들에게 일명 ‘소위 길들이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인사권을 쥐고 흔드는 영관급 장교의 갑질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며 “최근 신임 장교의 자해사망이 적지 않다. 이번 사건도 비슷한 유형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군 자해사망도 원인 따져 ‘순직’ 인정돼
군 수사기관은 사망 원인은 밝혀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군 수사는 한 달 정도 소요될 예정이라고 전해진다. 사고사나 타살이 아닌 자해사망으로 결론난다면 자해사망의 원인을 밝혀내기까지 시일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과거엔 군인의 자해사망은 개인 중과실, 근무지 이탈, 사적행위과 함께 순직 제외 요건에 해당했다. 하지만 2015년 군인사법 개정으로 자해사망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적 요인이 아닌 구타, 폭언, 부조리 등 부대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순직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
최근 대통령 직속기관인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 규명에 따라 2015년 12월 영내에서 목을 매 숨진 정 아무개 육군하사는 순직을 인정받았다. 당시 정 하사는 주특기인 표적분석부사관(정보병과)이 아닌 K-4분대장(고속유탄 기관총) 보직을 부여받았다. 법규를 위반한 보직변경이었다. 정 하사는 두려움과 절망감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위원회는 이를 두고 부대 내 병역관리 소홀이 주된 원인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판단했다.
김영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2과장은 “최근엔 군이 순직을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수사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비순직 처리된 사건이 3만 9000건에 달한다. 부대적 요인을 규명하기보다는 개인적인 이유를 과장해 망인에게 불명예를 남기는 사례가 많았고, 진상을 규명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