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용의자 B형으로 확정하지 않았다…후배들이 원한다면 수사팀 참여할 것”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하승균 전 총경. 사진=일요신문DB
이춘재 씨는 경기남부경찰청 미제사건팀의 DNA 분석 결과 화성사건 중 5·7·9차 사건과 관련 있다고 밝혀졌다. 이춘재 씨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 자신의 집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1995년부터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하고 있다.
부산교도소 관계자들은 이춘재 씨가 화성사건 유력 용의자로 밝혀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이 씨가 1급 모범수로 24년째 생활해왔고, 종교모임 회장직도 맡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하승균 전 총경은 “가석방을 노린 눈속임이다. 그놈답다”고 꼬집었다. 하 전 총경은 화성읍 진안리(현재 화성시 진안동)에서 발생한 6차 사건을 예로 들었다. 이춘재 씨는 당시 진안리에 거주하고 있었다.
하승균 전 총경은 “당시 수사팀을 파견해 진안리 일대를 싹 다 탐문했다. 마을 주민들이 조폭, 깡패, 여자 밝히는 놈 등을 다 제보했지만 이춘재라는 이름조차 못 들어봤다”며 “당시도 평소 행실을 잘하면서 마을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낮에는 히키코모리(집안에 틀어박혀 사는 사람)로 생활하면서 밤에 돌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승균 전 총경은 1994년 1월 이춘재 씨가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청주경찰서에 잡혔을 당시 화성경찰서에서 신병 인도를 받을 수 있었지만, 혈액형이 다르다는 이유로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답했다.
하 전 총경은 “당시 용의자를 B형으로 확정하지 않았다. 형사 누구도 그러지 않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했다”며 “당시 이춘재를 검거하지 못 한 건 안타깝지만, 보통 의심이 생기면 직접 가서 확인하는 게 형사들의 수사 관례고 상식이었다. 화성경찰서가 청주경찰서에 범인은 보내달라고 했을 리 없다. 말이 와전된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승균 전 총경은 “아직 정식으로 제안이 오진 않았지만 후배들이 필요하다면 수사팀에 참여할 것”이라며 이춘재 씨를 만나 처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첫 마디는 생각나지 않지만 이제 감정적으로 추궁하기보단 설득할 거다. 범죄를 인정하고 피해자들과 유가족에게 속죄하며 살라고 설득해 사건을 매듭짓는 게 내 마지막 소명인 것 같다”고 전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