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복수 아닌 성욕 같은 쾌락이 목적…대부분 어릴 때 학대받은 20~30대 남성
처녀 수백 명을 죽여 그 피로 목욕을 했다는 ‘피의 백작부인’ 바토리 에르제베트.
1888년 8월부터 11월 사이, 영국 런던에서 5명의 매춘부가 무참히 살해됐다. 범인은 시신을 칼로 훼손하는 등 잔혹성을 보였다. 특히 언론사에는 살인 예고장을 보내 조롱하기도 했다. 역사상 최초의 ‘극장형 범죄’였다. 자신의 범죄를 세상에 알리고, 마치 자신이 우월한 존재인 것처럼 착각하며 쾌락을 느끼는 것이다. 살해 수법 또한 잔인해 많은 이를 공포로 몰아넣었으나 끝내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얼굴 없는 이 칼잡이 살인광을, 당시 언론은 ‘잭 더 리퍼(ripper)’라고 불렀다. 그 유명한 잭 더 리퍼 사건이다.
하지만 이 무렵에는 시리얼 킬러(Serial killer), 즉 연쇄살인범이라는 명칭이 존재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등장한 계기가 된 인물이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살인범, 테드 번디다. 그는 1974년부터 5년 동안 최소 30명의 여성을 살해한 것으로 전해진다. 호감형 얼굴인데다 달변이어서 피해자가 많았다. ‘위키피디아’ 영어판에 따르면 “테드는 시체와 성행위를 맺거나 시신의 머리 부분을 썩을 때까지 집에 보관하는 등 변태적인 사이코패스였다”고 한다. 그의 엽기적인 살인행각은 영화 ‘양들의 침묵’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로버트 레슬러가 그즈음 ‘연쇄살인범’이란 용어를 만들어냈다. 3건 이상의 살인을 저지르고, 보통 한 번에 한 명씩 살해하며, 사건과 사건 사이에 냉각기간이 있는 범인을 연쇄살인범으로 분류한다. 심리적 냉각기 없이 단기간, 여러 곳에서 살인을 한 범인은 ‘스프리 킬러(Spree killer)’라고 부른다.
연쇄살인과 구분 지어야 하는 것이 대량살인이다. 한 곳에서 4명(일본은 2명) 이상을 살해했을 때 대량살인이라고 칭하는데, 무차별 살상 등이 해당된다. 성향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우선 대량살인은 한순간 감정이 폭발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범인은 범행 후 자살을 시도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와 달리, 연쇄살인범은 자살을 도모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살인은 멈출 수 없는 중독이다. 목표를 정해 차례차례 살인을 저지른다. 기본적으로 돈이나 복수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쾌락을 추구하는 살인이 많다. 쾌락은 흔히 성욕과 결합되므로, 이 경우 성적 대상이 되는 약자를 표적으로 삼는다.
5년 동안 최소 30명의 여성을 살해한 테드 번디. 미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살인범이다. 사진=AP/연합뉴스
범죄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연쇄살인마 중에는 어린 시절 정신적·육체적 혹은 성적으로 학대를 받은 사람이 많다”고 한다. 또한 연쇄살인범의 90%가 20~30대 남성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잭 더 리퍼처럼 매춘부만 노린다든지 특정 표적이 있으며, 범행 수법이 동일하거나 비슷하다. 여성은 연쇄살인범이 있기는 하지만 드물고, 대부분 독을 사용해 범행을 저지른다. “쾌락보다는 이익을 위한 범죄가 많다”는 점도 특이할 만하다. 아울러 힘이 부족한 탓인지 남성과 짜고 살인을 벌이기도 한다.
일본 ‘아메바뉴스’는 “연쇄살인마들은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힘으로 약자를 지배하는 데서 우월감을 느끼며, 정기적으로 심한 폭력성을 드러낸다. 덧붙여 ‘아메바뉴스’는 연쇄살인마를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째는 조직형 연쇄살인범이다. 평균 또는 그 이상의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범행도 치밀하게 준비한다. 사교적이라 친구가 많고, 안정된 직장뿐 아니라 심지어 결혼해 가족이 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웃 주민들조차 ‘OO가 설마 그런 끔찍한 행동을 했겠느냐’며 입을 모은다. 범행 현장에는 증거를 남기지 않아 그만큼 체포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는 비조직형 연쇄살인범이다. 이들은 범행을 충동적으로 저지른다. 근처에 있는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흉기로 사용한다. 시신을 처리하는 방법도 엉터리다. 지능 수준이 평균 이하로 현장에서 증거를 없애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못한다. 망상 장애나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혼자 생활한다.
드물지만 두 가지 유형을 모두 가진 범인도 있다. 기분에 따라 냉정한 살인마와 우발적인 살인마를 넘나드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밀워키의 식인귀’로 불렸던 제프리 다머다. 동성애자였던 제프리는 1978년부터 14년 동안 17명의 소년과 남성을 살해했다. 몇몇 소년에게는 뇌엽절제술을 실시, 자신의 뜻대로 완벽히 제어 가능한 ‘이상형의 애인’을 만들고자 했다. 높은 지능(IQ 145)과 성적욕구를 채우기 위한 충동의 양면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고, 또 냉정을 되찾아 시신을 해체하는가 하면, 인육을 잘라 요리를 해먹었다. 남은 시신은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벽에다 그냥 묻어버렸다. 나중에 경찰이 벽을 파자 시체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중증 정신질환자라는 변호사의 주장이 있었으나 재판에서는 정상인으로 참작되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세상 정화 위해 매춘부 제거” 연쇄살인범의 범행 동기 넷 미국의 범죄연구가들에 의하면, 연쇄살인범의 범행 동기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환각형 : 말 그대로 환각을 보거나 환청에 따라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다. ‘악마의 목소리를 들었다’ ‘피해자가 내게 욕을 했다’와 같이 일종의 망상을 앓는다. #임무형 : 흑인, 유대인, 매춘부 등 특정 계층을 제거하고자 하는 집착형이다. 범인은 이러한 계층을 제거함으로써 세상이 좋아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살해하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쾌락형 : 살인을 통해 쾌감이나 스릴을 느낀다. 이런 이유로 범인은 살해하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고문하거나 해체하는 수법을 쓰는가 하면, 몇 번이나 피해자의 목을 졸라 질식을 반복케 한다. 특히 질식은 성적 흥분과 연결되기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놀랍게도 쾌락형의 범인은 평범한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권력지배형 : 피해자의 고통을 보면 만족하는 타입이다. 자신이 누군가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것에 대해 희열을 느낀다. 따라서 쾌락형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