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P 기업들 아예 안 내거나 국내 기업보다 적게 내 ‘역차별’ 논란 지속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CP의 망 사용료 ‘무임승차’ 문제가 올해 국감에서도 지적됐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2017년 10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망 사용료는 통신망에 대한 사용료로, 망 제공자인 통신사에 대해 콘텐츠 사업자(CP·Contents Provider)가 지급하는 비용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700억 원, 300억 원의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글로벌 CP기업인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은 망 사용료를 내지 않거나 적게 내고 있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국내 IT 기업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시정 노력을 기울이는 반면, 글로벌 기업은 정부 규제를 피해가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며 “트래픽 사용이 집중되는 글로벌 기업은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국내 기업들은 성실히 망 사용료를 낸다”며 ‘역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구글의 경우 망 사용료를 전혀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국내 통신 3사가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대해 무상 캐시서버 설치 요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캐시서버란 이용자들이 자주 찾는 콘텐츠를 저장해 놓은 임시 저장 서버다.
글로벌 CP기업의 망 사용료 문제를 사실상 최초로 수면위로 끌어올린 것은 국내 최대 ICT기업인 네이버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2017년 과기정통부 국감에 출석해 “페이스북과 구글은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데 얼마를 버는지 모르고, 세금도 안내고 트래픽 비용도 안 내고 있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이해진 창업자가 지적한 ‘트래픽 비용’은 망 사용료를 뜻한다. 이에 구글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하고 있다”며 정면 반박했으나 트래픽 비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네이버는 구글의 반박을 재반박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구글 측에 공식 질의를 했다. 매출액과 세금, 망 사용료 등을 공개하라는 것. 한 대표는 “네이버는 2016년에만 734억 원의 망 사용료를을 지불했다”며 “구글이 국내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는 망 사용료가 얼마인지 공개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글은 “코멘트 하지 않겠다”며 답을 내놓지 않았다.
올해 국감에서는 국내 CP의 망 사용 단가가 글로벌 CP에 비해 6배가량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통신사가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CP들의 망 사용료를 100으로 잡았을 경우 2018년 글로벌 CP 8곳의 망 사용료는 14에 불과했다. 김성수 의원은 “글로벌 CP들이 국내 CP에 비해 턱 없이 낮은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문제는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통신사에 “CP별 망 사용단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망 사용료 문제는 글로벌 CP와 국내 CP 간 역차별 문제를 비롯해 통신사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와 CP사업자 간의 갈등 등 다양한 양상으로 불거지고 있다. 국내 CP는 글로벌 CP와의 역차별을 호소하는 한편, 글로벌 CP는 국내 CP와 함께 지난 2016년 개정된 ‘상호접속고시’로 CP 사업자의 부담이 증가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OTT(Over The Top·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며 통신사와 글로벌 CP간 불공정계약 문제도 나왔다.
글로벌 OTT 기업 넷플릭스는 제휴업체별로 캐시서버를 운영하고, 수익배분 비율을 정할 때 망 사용료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협상력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제휴업체에 대해 불공정한 계약을 맺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LG유플러스와의 계약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넷플릭스와 단독 제휴하고 IPTV 플랫폼 ‘U+tv’ 내에 플랫폼 내 플랫폼(PIP) 형식으로 넷플릭스를 탑재했다. 넷플릭스와의 제휴로 LG유플러스는 국내 OTT 시장에서 선두에 서게 됐지만, 망 사용료 부분에서는 불리한 계약을 맺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5월 넷플릭스와 LG유플러스 간 제휴를 맺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방송협회는 “LG유플러스가 불합리한 조건으로 제휴하면서 그간 애써 구축한 고도화된 국내 통신인프라를 넷플릭스에 헐값에 내주려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LG유플러스는 이번 제휴에서 넷플릭스에게 국내 CP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며 역차별을 지적했다. 계약이 성사된 11월에도 성명서를 통해 “국내 3위 IP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를 잡기 위해 온갖 불공정 계약을 남발해 미디어산업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며 “악의적 제휴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기관은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글로벌 CP와 국내 CP 간 망 사용료 차별 문제에 대해 “공정거래법에는 가격차별을 규제하는 내용이 있다”며 “시장과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중”이라고 답했다. 노웅래 과방위원장은 10월 중 망 이용실태 공개를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2018년 11월부터 올 연말을 목표로 과기부와 공동으로 연구반을 만들어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다. 내부적으로 안을 도출했으며, 현재 사업자들과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사와 국내외 CP 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현재 ISP와 글로벌 CP 등의 이해충돌이 큰 상황이라 의견을 조율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저커버그 청문회 소환? “페이스북 본사 나와!” “소송 주체는 (페이스북코리아가 아닌) 페이스북아일랜드리미티드라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 4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 행정소송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본사에 대한 청문회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노웅래 과방위원장은 “페이스북과 구글 본사에 대한 청문회를 포함한 국세청 자료 등 방법을 찾아보자”고 답했다. 페이스북은 2017년 국정감사에서 접속경로 임의 변경 문제를 지적받으며 망 사용료 이슈가 불거졌다. 페이스북의 일방적인 접속경로 변경이 통신사에 대한 압박 카드였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 방통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16년 1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접속경로를 KT 캐시서버에서 홍콩으로 변경했다. KT와의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홍콩을 우회하도록 변경하면서, 이용자들은 접속이 되지 않거나 동영상 재생 등 일부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페이스북은 또 “트래픽 변경으로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는 통신사들의 문의에 “귀사 망에 캐시서버를 설치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그간 KT에 비용을 지급하고 캐시서버를 운영하며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이용자들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페이스북이 다른 통신사들로 하여금 무상으로 캐시서버를 설치토록 강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트래픽 증가로 캐시서버 비용을 올려달라고 요구한 KT에 대해 망 사용료 관련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페이스북이 언제든 접속경로를 변경할 수 있고, 소비자 불만 등의 민원이 통신사들의 몫이 된다는 점을 들어 망 사용료 협상의 압박카드로 이용했다는 것. 방통위는 사실조사를 실시하고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 9600만 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의 임의 접속경로 변경을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인 이용자 이익저해행위로 판단했기 때문. 그러나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같은 해 5월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청구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지난 8월 22일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방통위는 지난 9월 18일 항소했다. 행정소송과 관련해 페이스북 관계자는 “페이스북은 망 사용료를 지불해왔고, 관련해 여러 이통사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이용을 하지 않거나 광고 매출에 타격을 입는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일부러 접속경로를 변경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국감 직전인 지난 1일 KT와의 재계약, 세종텔레콤과의 추가 계약 체결 사실을 알렸다. 또 지난 1월에는 SK브로드밴드와 캐시서버 운영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