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건 SGBK 회장, 두올산업 끌어들였지만 잔금 납입 못하자 코너스톤과 손잡았지만 미지수
김병건 SGBK그룹 회장의 빗썸 인수 시나리오가 변곡점을 맞았다. 잔금 납입에 실패하며 인수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코너스톤네트웍스가 구원투수로 등판했으나 불확실성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김병건 SGBK그룹 회장은 ‘SGBK→BTHMB홀딩스→비티씨홀딩컴퍼니→비티씨코리아닷컴(빗썸)’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통해 빗썸을 인수하려 했다. 이를 위해 코스닥 상장사인 두올산업을 투자자로 끌어들였다. 두올산업은 지난 7월 9일 빗썸 인수를 추진 중인 SGBK그룹의 주식을 취득해 최대주주에 오를 계획을 밝혔다. 취득금액 2360억 원 가운데 대부분을 외부에서 끌어올 예정이었지만, 지난 7월 29일 인수 계획을 돌연 철회했다. 두올산업에 자금을 대기로 했던 일부 투자자들 대부분이 두올산업 경영진 및 최대주주와 겹치며 의혹을 낳은 데다, 빗썸 주주들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두올산업은 총 17건의 공시를 번복하며 지난 8월 23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최근 1년간 벌점이 없던 두올산업은 빗썸 인수 계획을 철회하며 한 번에 13.5점의 벌점과 5400만 원의 벌금을 받게 됐으며, 당일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됐다. 빗썸 주주인 비티씨홀딩컴퍼니와 비덴트가 제기한 15억 규모 손해배상 소송 또한 현재 진행 중이다. 첫 변론기일은 오는 12월 12일로 예정됐다.
두올산업이 물러난 이후 김 회장은 이렇다 할 투자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 차례 잔금 납입을 연기한 바 있는 김 회장이 지난 9월에도 잔금 납입에 실패하며 ‘자금사정상 잔금을 납부할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비덴트는 지난 9월 30일 공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당사는 계약서상 잔금일이 최종 경과한 후 계약서에 따라 법리적 검토를 통해 법적 절차를 결정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비덴트는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지분 10.55%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김 회장의 빗썸 인수 계획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새롭게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조윤형 코너스톤네트웍스 회장이다. 지난 1일경 가상화폐업계에서 조윤형 회장이 개인자금으로 SGBK 지분 50% 이상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 조 회장은 코너스톤네트웍스 최대주주(37.48%)인 파라다이스포인트의 지분 100%를 보유한 실소유주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을 국내외 투자활동을 통해 큰 수익을 거두고 있는 투자전문가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등장만으로 판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 파라다이스포인트는 지난 2017년 5월 설립된 회사로, 여행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파라다이스포인트는 코너스톤네트웍스가 1년 사이 주인이 세 번 바뀌었던 때에 최대주주가 됐다. 코너스톤네트웍스의 최대주주는 지난 2017년 3월 김용빈에서 한국코퍼레이션 외 1인으로, 같은 해 5월 다시 (주)수성으로 변경됐다. 이후 같은 해 12월 (주)수성에서 파라다이스포인트 1인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흥미로운 점은 비슷한 시기 코너스톤네트웍스의 법인등기부에 앞서 빗썸 인수 계획을 철수했던 두올산업과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올산업과 코너스톤네트웍스의 등기부에는 같은 인물의 이름이 등재돼 있다. 2018년 9월부터 12월까지 두올산업 이사로 이름을 올렸던 김 아무개 씨는 2016년 4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코너스톤네트웍스의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김 씨는 당시 코너스톤네트웍스의 최대주주였던 (주)수성의 대표이사로서 코너스톤네트웍스에도 대표이사로 재임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윤형 코너스톤네트웍스 회장이 SGBK그룹 지분을 인수를 통해 빗썸 인수에 뛰어들 계획을 밝혔지만, 빗썸 주주들은 SGBK그룹과의 인수 계약이 끝났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중구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지점. 사진=연합뉴스
코너스톤네트웍스는 지난 8월 13일 주주총회소집 결의 공시를 통해 빗썸 인수전 등판을 예고했다. 김병건 SGBK 회장을 이사로 선임하고, 가상화폐 거래소업과 블록체인 투자 및 관련서비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계획을 알렸기 때문. 그러나 지난해 기준 당기순손실 22억 원, 자본금 127억 원 규모의 코너스톤네트웍스가 영업이익 2560억 원, 자본금 205억 원 규모의 빗썸을 인수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예상됐다. 두올산업 때처럼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인수 상황에 정통한 한 빗썸 주주 관계자는 “조 회장이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코너스톤네트웍스에서는 관련 공시를 게재하지 않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SGBK 측의 잔금납입 지연과 실패로 인수 계약은 사실상 무효가 됐다. SGBK 측에서 기한 연장도 요청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빗썸 주주들이 SGBK와 거래를 이어나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조 회장이 추후 SGBK 지분을 인수하고 인수 자금을 댄다고 하더라도 그간 김 회장이 신뢰를 잃어 온 만큼, 빗썸 주주들이 SGBK와 거래를 재개할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빗썸 주주들은 현재 SGBK와의 계약 자체가 끝났다고 보고 계약금 몰수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비덴트 관계자는 “비덴트는 빗썸 최대주주에 결정을 위임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너스톤에서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나와도 새로운 딜이 생겨야 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