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사태 일파만파…금감원 “검사 방법, 시기는 정해지지 않아”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임준선 기자
사모펀드는 크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로 나뉜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한 후 기업에 투자해 기업가치를 높인 후 해당 기업의 주식을 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헤지펀드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건 같지만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노린다.
국내 펀드 시장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 급성장했다. 2011년 금융당국은 개인의 투자가 가능한 일명 ‘한국형 헤지펀드’를 출범시켰다. 2015년에는 규제를 완화해 전문사모운용사를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고, 자본금 요건도 6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낮췄다. 이후 펀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는 2011년 말 기준 82개에서 2018년 말 243개로 늘었고, 같은 기간 전체 펀드의 순자산은 277조 3000억 원에서 544조 3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펀드에 대한 규제 완화가 이어졌다. 2018년 9월 금융위원회(금융위)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를 일원화해 두 펀드를 구분하는 10% 지분보유 규제 등을 전면 폐지하고, 각 펀드의 규제 중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안을 발표했다. 지난 10월 1일에는 사모투자 재간접펀드(헤지펀드에 자기자산의 50%를 초과해 투자하는 공모펀드)의 최소 투자금액을 폐지했다.
하지만 최근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가 터지자 금융당국의 기조에 변화가 보인다. 이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에서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된 사모펀드 관련 지적들을 살펴보고, 제도의 허점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며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연기에 대해서는 금감원을 통해 지속 모니터링하고,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간 은 위원장이 펀드 규제 완화를 주장해온 것에 대해서는 “개인투자자들의 보호라는 문제가 있기에 (펀드에 대한) 입장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사모펀드제도의 허점을 살펴볼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4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제1·2금융권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과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등 증권사들은 각각 수천억 원 규모의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설명을 했더라도 고위험상품을 고객들에게 판매해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에서도 관련 조사를 할 것이고, 은행들도 함부로 투자하면 위험하다는 걸 이번에 많이 느꼈을 것”이라며 “다만 자산운용사가 사모펀드 자산 등에 대해 공개할 의무가 없어서 판매사도 정보를 완벽히 체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도덕성뿐 아니라 실적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 최근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커지고 있고, 은성수 위원장도 규제를 강화할 뜻을 밝혀 금융권의 펀드 판매가 예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앞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펀드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국제 경기나 주식 시장이 좋지 않아 동시다발적으로 환매가 일어났고, 라임자산운용 사태까지 벌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뜻을 밝혔지만 금융 시장 위축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펀드 등 금융 시장이 위축되면 결국 돈은 부동산으로 몰린다”며 “시장이 죽으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뿐 아니라 국내 금융사들이 글로벌 금융사들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으니 소비자를 보호하되 시장이 죽지 않게 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