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톱’ 신진서 ‘여자 톱’ 최정 쏙쏙, 당첨운 대박…신생팀 불구 막강 우승후보로 우뚝
셀트리온팀 개막식 단체촬영. 셀트리온팀 감독: 백대현 바둑리그: 신진서(1지명) 조한승(2지명) 한상훈(3지명) 최정(4지명) 이원도(5지명) 퓨처스리그: 이호승(1지명) 김현찬(2지명) 이상헌(3지명) |
인터뷰 중인 백대현 감독.
KB바둑리그는 2015년부터 ‘보호선수제’를 시행했다. 각 팀은 퓨처스리그 선수를 포함해 최대 5명을 3년 동안 보유할 수 있다. 이날 ‘황금손’은 백대현 감독(셀트리온)이었다. 손에 든 1번 표시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가장 먼저 선수를 호명할 권리를 얻었다. 이후는 주저하지 않았다. 힘찬 목소리로 ‘신진서’를 부른다. 한국랭킹 1위 신진서. 무적의 1승 카드다. 여자랭킹 1위 최정도 셀트리온 품에 안겼다. 2지명 조한승, 3지명 한상훈, 5지명 이원도까지 데려와서 감독은 아주 만족스런 표정이다. 신생팀 셀트리온이 우승후보로 우뚝 선 순간이었다.
1년 쉬었다가 셀트리온팀 감독으로 복귀한 백대현 감독은 “감독도 경험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승패에 마음이 쉽게 흔들렸다. 지금은 많이 단단해졌다”고 말한다. 선수 선발 후 두 달 사이에 선수들과 함께 팀 창단식을 갖고, 제주도에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첫 경기는 9월 28일 열렸다. 정관장 황진단에 2-3으로 패했다. 10월 5일 벌어진 2라운드. Kixx를 3-2로 꺾어 드디어 승리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신진서는 2승했고, 최정은 2패했다. 감독은 자신만만하다. “진 선수들을 더 칭찬하고 격려합니다. 긍정의 리더십이죠.” 다음은 백대현 감독과의 일문일답.
―선수선발식을 되돌아보면.
“평소엔 당첨운이 없는 편인데 이번은 달랐다. 1번을 뽑아서 뭐라 말할 수 없이 좋았다. 어떤 감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1지명은 당연히 신진서였다. 보통 1번 자리로 가면 2, 3지명 순번이 밀려 팀이 전반적으론 약해지는데 이번엔 그것도 아니었다. 다른 감독들이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많이 뽑는 바람에 조한승, 한상훈과 같이 경험 많고 실력도 출중한 선수를 2, 3지명으로 데려와서 아주 만족했다.”
셀트리온팀 에이스 신진서 선수(왼쪽)의 대국장면.
―확실한 1승 카드를 가졌다. 감독의 관점에서 보는 신진서는?
“박정환 선수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 선수다. 지금도 무서운 선수지만, 1~2년 뒤가 더 무서울 선수다. 아직 세계대회에선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런 부분이 꽤 힘들 거다. 나는 이런 부담도 즐기라고 주문한다. 팀에서 1지명이라는 무게, 세계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한다는 부담은 어차피 짊어져야 할 짐이다. 랭킹 1위의 숙명이다. 이번 리그에서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경험치를 높이길 바란다.”
―2지명은 조한승을 호명했다.
“같은 팀이 된 건 처음이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지만, 그동안 리그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뛰어난 감각과 기량은 누구나 인정하는 선수다. 팀에서 맏형이다. 정신적인 주장 역할을 한다. 성품이 착해서 모두 좋아한다. 항상 분위기를 살피고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조용한 이미지인데 동료들과 있으면 말도 많고, 활달한 편이다. 감독과 함께 팀을 이끌어 줄 믿음직한 선수다.”
―여자선수 최정을 뽑은 이유는?
“지난 시즌에선 최정을 항상 5지명으로 뽑았다. 당시는 가능성만 봤지만, 지금은 실력으로도 3지명까지 충분하다. 이번에는 내 차례까지 안 올 줄 알았다. 2라운드까지 승수가 없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앞으로 부담만 덜면 더 잘할 거다. 최근 한번 만나서 ‘개인전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둬라. 졌다고 팀원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최정 개인 목표는 세계대회 우승이다. 지금은 예전보다 그 목표에 훨씬 가까이 와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번 리그에서 다양한 승부경험을 하길 바란다.”
셀트리온팀 4지명 최정 선수가 Kixx팀 백홍석 선수와 대국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어떤 팀인가.
“선수들 평균 랭킹만 따지면 당연히 우승팀이다. 그런 지표를 떠나서도 강팀이다. 이번 바둑리그 선수들은 신구 조화가 아주 잘 이뤄졌다. 퓨처스리그 선수들도 모두 한칼이 있는 멤버다. 이호승, 김현찬, 이상헌 모두 저력 있는 선수들이다. 팀을 후원하는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로 유명한 기업이다.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고,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찾은 아이템이 글로벌 생명공학이었다고 한다. 셀트리온엔 남들이 가지 않는 새 분야를 개척하는 기업 정신이 있다. 지난 창단식에서 만난 기우성 부회장도 우리가 이런 정신을 공유하길 바랐다. ‘역경이 있어도 포기하지 마라. 위기와 어려움이 있어도 참고 계속 나아가라.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 결국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더는 어떻게 짜나.
“A4 용지에 상대팀 선수와 우리팀 선수 전원을 쓰고 머릿속으로 매칭해 본다. 우리 선수들 개별 컨디션과 최근 상대전적을 참고한다. 어차피 오더는 가위바위보와 같다. 다만 장고바둑은 어느 정도 예측이 되기 때문에 조금 시간을 들여 고민하는 편이다. 기풍에도 상극이 있어서 오더는 중요하다. 단 오더에 얽매이는 건 사치라고 생각한다. 원하는 상대와 대국하면 좋지만, 최악의 오더라도 극복해야 한다. 오직 이기겠다는 정신이 중요하다. 선수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다.”
셀트리온팀 창단식. 왼쪽부터 김영삼 한국기원 사무총장, 신진서 9단,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최정 9단, 백대현 감독.
―백대현 감독의 기풍은?
“바둑은 공격형이다. 싸움을 즐긴다. 감독 입장에서도 정면승부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1지명 대결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박정환이 나오는 게 확실하다면 신진서를 내보내겠다. 극복해야 한다. 어차피 한번 넘어야 할 상대라면 그 무대가 바둑리그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인생의 모토가 ‘긍정적으로 살자’다. 감독으로서도 긍정의 리더십을 믿는다. 선수들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칭찬하는 편이다. 지적을 한 번 하면 칭찬은 두세 번 정도 한다. 조언은 당사자가 안 받아들이면 바로 독이 되기 때문이다.”
―팀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우리 셀트리온은 도전을 멈추면 안 된다. 도전하는 순간만 내가 성장하는 시간이다. 포기하지 않은 한 계속 강해질 수 있다. 이런 마음이면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다. 우리 목표는 최종 우승이다.”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