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본드’ ‘나의 나라’ ‘청일전자 미쓰리’ 시청률 순항…상품성 명불허전이나 연기력 논란 여전
#3인3색-배수지·김설현·이혜리
세 사람은 드라마 속에서는 수지, 설현, 혜리가 아닌 배수지, 김설현, 이혜리라는 이름 석 자를 쓴다. 걸그룹 멤버가 아닌 오롯이 배우로서 서겠다는 일종의 다짐이라 할 수 있다. 저마다 맡은 역할의 성격도 다르다.
배수지. 사진=SBS ‘배가본드’ 홈페이지
수지는 SBS 금토극 ‘배가본드’에서 국정원 블랙 요원 ‘고해리’를 연기하고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 이후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수지는 그동안 출연작에서 주로 청순하거나 톡톡 튀는 매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배가본드’에서는 중차대한 사건을 해결해가는 묵직한 연기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수지 효과’는 시청률로 증명된다. 한 자릿수 시청률을 전전하는 지상파 드라마가 즐비한 속에서 ‘배가본드’는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이미 드라마 ‘구가의 서’를 통해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배우 이승기와의 연기 합도 합격점을 받았다.
설현의 선택은 액션 사극을 표방하는 JTBC 금토극 ‘나의 나라’다. 그는 극 중 기생의 딸이지만 총명하고 두둑한 뱃심을 바탕으로 썩어빠진 고려의 적폐를 도려내고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희재’ 역을 맡았다. 그동안 드라마보다는 영화 ‘강남 1970’ ‘안시성’ 등 스크린을 통해 연기 경험을 쌓은 설현은 ‘나의 나라’에서 상대적으로 소화하기가 어렵다는 사극 연기도 무난히 체화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설현의 파트너는 떠오르는 남자 배우로 각광받고 있는 양세종과 우도환. 통상적으로 사극은 중견 배우들이 이끌어간다는 편견을 깨고 ‘나의 나라’는 20대 중후반 배우들을 앞세운 ‘젊은 사극’을 표방하며 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거두고 있다.
김설현. 사진=JTBC ‘나의 나라’ 홈페이지
이혜리는 좀 더 안전한 선택을 했다. 그가 1년여 만에 차기작으로 고른 드라마는 tvN ‘청일전자 미쓰리’다. 경영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 직원들이 함께 버티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에서 이혜리는 말단 경리 직원에서 갑작스럽게 사장 자리에 앉게 된 ‘미쓰리 이선심’ 역을 소화하고 있다. 이 작품이 이혜리에게 안전한 이유는 그의 출세작인 tvN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성덕선 역과 닮았기 때문이다. 다소 소심한 듯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어려운 시기를 타파해가는 이선심의 모습에서는 언뜻 성덕선이 보인다. ‘연기에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 있기는 하지만, 몸에 맞는 옷을 입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시청률은 3% 안팎으로 평타 수준이다.
#연기력보다는 인지도, 득인가? 실인가?
엄밀히 말해, 세 배우 모두 연기력보다는 인지도가 앞선다. K-팝 시장을 호령하던 걸그룹 시절의 이름값이 없었다면 결코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을 맡을 수 없을 연기력이라고 혹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배수지와 이혜리는 ‘건축학개론’과 ‘응답하라 1988’의 성공을 이끌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후 출연하는 작품마다 이들은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신작에서도 ‘나아졌다’는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연기력을 지적하는 댓글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혜리. 사진=tvN ‘청일전자 미쓰리’ 홈페이지
이에 대해 한 드라마 PD는 “‘건축학개론’과 ‘응답하라 1988’에서는 두 사람이 연기를 했다기보다는 원래 두 사람이 가진 본 모습을 작품에 투영시켰다고 보는 것이 옳다. 캐스팅의 성공이었던 셈”이라며 “연기 수업을 충분히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역할을 소화하라고 하니 어색한 연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여주인공을 지속적으로 맡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은 ‘상품성’이다. 사전 제작 드라마인 ‘배가본드’는 해외 로케이션 촬영까지 진행하며 제작비만 250억 원이 투입됐다. ‘나의 나라’의 제작비 역시 200억 원에 육박한다. 이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PPL(제품간접광고)을 포함한 제작협찬과 해외 판매가 수반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광고주들의 선호도가 높아 수많은 CF에 출연 중인 배수지, 김설현, 이혜리의 쓰임은 분명하다. 드라마 편성 앞뒤에는 이들이 모델을 맡고 있는 광고가 붙는다. 광고료는 모두 방송사의 몫이기에 제작사에 편성을 주는 방송사 역시 CF 스타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게다가 이들은 K-팝 스타로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다. 특히 한국 드라마 소비 빈도가 많은 아시아 시장을 도는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며 걸그룹 시절부터 탄탄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출연하는 작품은 해외에 홍보하기 용이하고 더 높은 값을 받고 수출할 수 있다.
한 중견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연기력이 빼어난 배우를 기용하는 것이 드라마의 퀄리티를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제작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돈이 되는’ 배우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손해를 보면서 제작할 생각이 아니라면, 연기력이 아니라 인기와 인지도를 중심으로 배우의 가치와 개런티가 책정되는 분위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