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tvN 비슷한 포맷 반복 ‘백종원바라기’…‘잘 먹는 것’ 아닌 ‘잘 만드는 것’ 초점 당분간 유효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대표로만 알려진 그가 본격적으로 방송가에 등판한 것은 지난 2015년 초, 벌써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MBC는 개인 채널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쌍방향 방송과 TV 예능을 접목시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론칭했고, 백종원은 ‘백주부’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쉽고, 빠르게, 그리고 맛있게 요리하는 법을 전파했다. ‘백종원표 예능’의 시작이었다.
이후 방송가는 앞 다퉈 백종원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후 그는 지상파 SBS, 케이블채널 tvN과 유독 많은 인연을 맺었다. 그가 출연하면 일정 수준 시청률이 보장되니 방송사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카드다. 여전히 그를 활용한 먹방이 넘치는 상황 속에서 ‘백종원 효과’는 유효하다. 반면 두 채널의 유난스러운 ‘백종원바라기’와 비슷한 포맷을 반복해 우려먹는 ‘사골 예능’이라는 비판도 적잖다.
#tvN이 끌고 SBS가 밀다
백종원을 먼저 전면에 내세운 채널은 tvN이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스타덤에 오르자 tvN은 ‘집밥 백선생’을 론칭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는 출연진 중 한 명이었던 그가 이제는 프로그램을 이끄는 타이틀롤이 된 것. 2015년 시작된 ‘집밥 백선생’은 시즌3까지 제작되며 3년간 명맥을 유지했다. 그 사이 tvN은 백종원에게 ‘한식대첩3’의 심사위원 자리를 내줬고, ‘먹고자고먹고’ 쿠닷, 끄라비, 센토사 편을 편성했다. 그 이후 ‘고교급식왕’에 이어 최근에는 2018년 선보였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의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됐다.
뒤늦게 백종원 잡기에 뛰어든 SBS는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했다. 그의 이름을 내건 ‘3대천왕’과 ‘푸드트럭’에 이어 현재는 ‘골목식당’을 방송하고 있다. 세 프로그램은 ‘백종원 3부작’으로 불리기도 한다.
뒤늦게 백종원 잡기에 뛰어든 SBS는 현재 ‘골목식당’을 방송 중이다. 사진=SBS
나름의 의미도 부여했다. ‘3대천왕’이 맛집 탐방이라는 다소 진부한 설정이었던 반면, ‘푸드트럭’과 ‘골목식당’은 먹거리 사업에 도전하려는 청년을 돕고, 쇠락해가는 지역의 골목상권을 되살린다는 꽤 단단한 취지를 갖고 출발했다.
대중의 반응도 우호적이었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며 그가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풀자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방송을 본업 삼아 번지르르한 ‘말’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앞서는 백종원의 현실성 높은 조언과 직언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SBS는 한 번 더 백종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추석 파일럿으로 방송된 ‘맛남의 광장’이 그 것이다. 지역의 특산품이나 로컬푸드를 이용해 기존에 맛볼 수 없었던 신 메뉴를 개발한 후 휴게소, 철도역, 공항 등 유동인구가 많은 만남의 장소에서 교통 이용객들에게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MBC ‘전지적 참견시점’에서 방송인 이영자가 다양한 휴게소 먹거리를 소화했던 것의 확장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시청률 역시 6%로 이번 추석 연휴 방송된 다양한 파일럿 예능 중 상위권이다. 방송사들이 기시감을 느끼면서도 쉽게 백종원의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다시금 입증된 셈이다.
#백종원 열풍, 얼마나 지속될까?
먹방의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것이 방송가의 중론이다. 이미 여러 먹방이 막을 내렸고, 먹방의 전성기를 누린 JTBC ‘냉장고를 부탁해’와 tvN ‘짠내투어’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여전히 선전하고 있는 먹방은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과 백종원이 출연하는 먹방 정도다. ‘맛있는 녀석들’은 방송가에서 가장 무거운(?) 김준현, 유민상, 문세윤 등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제로도 잘 먹으며 푸짐한 몸집을 유지하는 그들의 먹방에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것이 대중의 반응이다.
그렇다면 백종원의 위력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가운데 적잖은 방송 관계자들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보며 “결이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추석 연휴에 파일럿으로 방송된 SBS ‘맛남의 광장’. 백종원 효과를 또 한번 입증했다. 사진=SBS
기존 먹방은 맛있는 음식을 ‘잘 먹는 것’에 집중한 반면, 백종원은 ‘잘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음식을 소비자 입장에서만 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 입장으로 초점을 바꿨다. 음식점을 차리려는 이들에게 백종원은 롤모델이자 성공한 선배이고, 이 과정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기존 먹방과는 다른 재미를 얻게 된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백종원표 먹방에 대한 우려는 있다. ‘골목식당’에서 이미 몇 차례 불거졌던 출연자 선정 논란 및 방송 과정에서 나오는 갖가지 잡음이 그것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먹방이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 지상파 예능국 PD는 “‘골목식당’이 여러 논란 속에서도 계속될 수 있는 이유는 백종원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감도가 여전히 높고, 시청률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며 “이런 장점이 사라지고 방송가에서 백종원 신화가 무너지는 순간, 먹방은 여느 다른 예능들처럼 유통기한이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