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상황 보던 검찰 원칙대로 수사 강행…“정무감각 없는” 윤 총장 “다 드러날 것”
지난 10월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관련 수사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윤석열 검찰총장. 이미 기소한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 재판도 시작됐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꺼내들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경심 교수의 ‘여론전’에는 똑같이 여론전으로 맞받아치며 구속영장 청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0월 1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임준선 기자
#첫 재판 열렸지만 여전히 ‘수사기록’ 꽁꽁
10월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교수의 사문서 위조사건 첫 공판준비기일. 정 교수는 출석하지 않았고 재판은 15분 만에 종료됐다. 15분간의 이야기도 ‘수사기록’이 대부분이었다.
검찰이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로 정 교수를 기소한 것은 9월 9일. 40여 일이 지났지만 공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수사기록의 열람·복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정 교수 측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장애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며 기록의 열람·복사를 허용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서 검찰에 “사건기록을 주지 못하는 구체적 이유를 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측 모두 ‘미루자’고 했지만, 법원 판단으로 이뤄진 첫 공판준비기일은 그렇게 끝났다. 검찰이 “공범 등 관련 수사에 중대한 장애가 초래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점을 감안할 때, 검찰은 정경심 교수 구속영장 청구 등 검찰의 기존 계획대로 수사를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미리 ‘구속영장 방어’를 할 수 있는 자료를 건네 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구속영장 청구 내용에 이미 기소한 사문서 위조 부분도 분명 포함될 텐데 그 부분 자료를 먼저 넘겨주는 것은 ‘검찰 패’를 먼저 오픈하는 멍청한 짓”이라며 “재판 일정에 휘둘리지 않고 검찰은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수사를 이끌고 가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6차 소환된 정 교수 추가 소환 가능성 높아…영장은 “친다”
10월 17일 여섯 번째 소환 조사를 받은 정경심 교수. 영장 청구 가능성 등을 감안한 정 교수 측은 뇌종양과 뇌경색 진단을 주장하며 ‘건강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를 통해 처음 알려졌는데, 정 교수 측은 입원증명서를 검찰에 팩스로 제출했다.
“아프다”는 얘기에 잠시 “수사 속도가 늦춰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던 서초동. 하지만 수사팀은 10월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 교수 측의 자료에 문제를 제기했다. 정 교수 측이 최근 뇌종양·뇌경색 진단을 받았다며 검찰에 입원 확인서를 팩스로 제출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한 병원명과 의사 이름, 직인이 삭제된 입원 확인서였다는 것.
게다가 해당 문건엔 정 교수 측 주장과 유사한 병증이 기재돼 있었지만, 진료 담당과는 신경과가 아닌 정형외과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100%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면허번호도 없었다. 정 교수 측은 “병원을 밝히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며 원본을 달라는 검찰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결국 검찰이 ‘진짜 아픈 게 맞는지’ 건강문제 검증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셈이다.
조국 장관 사의 표명과 함께, 잠시 상황을 신중하게 고려했던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않겠다. 결과로 말하겠다”는 원칙대로 수사를 강행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예정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법적 효력이 없는 입원확인서 때문에 구속 수사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뇌종양·뇌경색 증상을 특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데 왜 영장을 치지 않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동생도 꾀병? 검, 영장 재청구 추진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불참했음에도 “건강상 문제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영장이 기각된 조 전 장관 동생 조 아무개 씨. 검찰은 동생 조 씨에 대해서도 영장을 재청구한다는 방침이다. “넘어져서 허리를 다쳤다, 치료가 필요하다”는 조 씨 주장 역시 허위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의 얘기를 믿지 않고, 이를 검증한 것인데 조 씨가 넘어졌다고 주장한 장소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조 씨가 넘어진 정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웅동학원 채용 과정에서 수억 원의 대가성 뒷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조 씨. 검찰은 조 씨의 꾀병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
동생 조 씨가 구속될 경우, 웅동학원 채용 비리 수사는 부인 정경심 교수나 조국 전 장관으로 확대될 여지도 있다. 동생 조 씨가 뒷돈을 받고 빼돌린 교사 시험문제 출제기관으로 정 교수가 근무하는 동양대가 기재된 사실이 드러난 것. 조 전 장관은 “동생의 채용비리 혐의에 자신과 처는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도 “웅동학원 측으로부터 교사 임용 시험문제 출제를 부탁받아 전공 교수에게 의뢰하는 과정에는 일부 관여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검찰은 조국 전 장관 부부가 문제 출제에 관여했는지, 채용비리를 알고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당시 웅동학원은 동양대에 시험문제 출제를 의뢰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검찰은 실제 출제를 동양대 관계자가 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조 전 장관 부부가 ‘웅동학원 채용 비리’에 관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조국 전 장관이 자연인으로 돌아가면서 잠시 청와대와 여당, 여론 기류 속에서 눈치를 보던 검찰이 ‘끝까지 직진’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며 “윤석열 총장이 화가 많이 났을 것 같다. 화가 나면 그 화를 수사 성과로 보여주는 강골 검사가 윤 총장 아니냐”고 풀이했다.
실제 윤석열 총장은 10월 17일 국감에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어떠한 사건이든지 원칙대로 처리해 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라고 얘기하거나 “정무감각이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며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또 조 전 장관 퇴임 이후 거취에 대해 “부여된 일을 충실히 할 따름”이라며 일축했는데, 앞선 법조계 관계자는 “윤 총장은 항상 정도를 걸으면서도 예상대로 따라가지 않는 게 특징이다, 모두가 ‘물러날 것’이라고 예상할 때 다른 수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