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해밀턴부터 아놀드 슈왈제네거까지…‘레전드’와 ‘뉴 제너레이션’가 펼치는 완벽한 이야기
할리우드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 린다 해밀턴이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내한 기자 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 내한 기자회견에 팀 밀러 감독과 배우 린다 해밀턴(사라 코너 역), 아놀드 슈왈제네거(T-800 역), 맥켄지 데이비스(그레이스 역), 나탈리아 레이즈(대니 역), 가브리엘 루나(Rev_9 역)가 참석했다. 수차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제외한 모든 출연진은 이번이 첫 내한이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가 ‘아 윌 비 백’이라고 말씀 드렸었다. 터미네이터는 약속을 꼭 지킨다. 그래서 다시 온 것”이라며 한국 팬들을 향해 유쾌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극중 강화 인간으로 대니(나탈리아 레이즈 분)를 지키는 그레이스 역의 맥켄지 데이비스는 나탈리아와 함께 첫 내한을 톡톡히 즐겼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와서 찜질방도 갔다. 아마 제가 한국에 다시 오게 된다면 찜질방이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되지 않을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내한기자회견에서 배우 맥켄지 데이비스가 ‘K-하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나탈리아 레이즈 역시 “첫 한국 방문인데 한국에 이사를 오고 싶을 정도”라며 “맥켄지와 함께 한국 아파트에서 같이 살기로 했다”고 말을 보탰다. 한국 영화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꼽기도 했다.
새로운 세대들도 좋지만 역시 관객들은 옛 영웅들에게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1편부터 친다면 벌써 35년간 시리즈가 제작되고 있는 ‘터미네이터’에서 4편을 제외하고 개근한 아놀드 슈왈제네거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대해 “기적과 같은 영화”라고 회상했다. 그는 “1984년 이 영화를 시작한 것이 제 전체 배우 커리어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 이후에도 많은 액션 무비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터미네이터의 영향”이라며 “사실 저는 자신이 그렇게 늙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오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액션 영화 섭외가 들어와도 준비된 태세로 할 수 있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여기에 “나이가 많아도 저는 아직 쓸모 있고 팔팔하다”고 덧붙이는 그의 모습에 취재진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내한기자회견에서 팀 밀러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T-800, 에드워드 펄롱으로 대표되는 존 코너로 인해 ‘남자들의 이야기’로 기억되기 쉽다. 그러나 터미네이터 1, 2편은 모두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 분)를 중심으로 서사를 진행한다. 이야기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서 미래를 위한 최후의 보루 대니와 그를 보호하는 그레이스 모두 여성이라는 점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팀 밀러 감독은 “터미네이터 1, 2편에서 사라 코너가 그랬듯 여성 주인공은 처음부터 중요한 역할이었다. 다른 여성 캐릭터도 사라의 이상을 계속 해서 이어가고, 따라가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면서 “남자들이 액션 영화 주인공이 돼서 모든 것을 부수고, 복수하는 이야기는 너무 많다. 저도 그런 것을 보고 자라 왔지만 여성들이 주인공을 맡는 것이 더 흥미롭다고 생각했다”며 “차별이 아니라 여성이 하는 액션이기 때문에 남성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고 좀더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남성과 다른) 그런 차이를 탐구하는 것이 감독으로서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내한 기자회견에서 린다 해밀턴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중심에 서 있는 사라 코너, 린다 해밀턴은 비록 오랜 기간 스크린을 떠나 있었지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전사 ‘사라 코너’로서 말 그대로 ‘본새 나는(배드 애스‧Badass)’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린다 해밀턴에 대한 감독과 배우들의 찬사 중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가 이 ‘배드 애스’일 정도였다.
린다 해밀턴은 “아놀드와 오랜 기간 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이번에 다시 만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사라 코너와 T-800으로 만났을 때 굉장히 돈독한 관계를 맺었었는데, (아놀드가) 주지사가 되고 굉장히 바쁜 몸이었기 때문에 만나기 힘들었던 것”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서 “이번에 사라 코너로 코스튬을 입고 만났을 때 아주 자연스러웠고, 순간적으로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다. 다만 갑자기 사라 코너가 된 것은 아니고 1년 간 트레이닝을 통해 완벽하게 준비를 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야기에 아놀드 슈왈제네거 역시 “린다와 함께 한 작업은 저에게 있어 완전히 천국이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린다가 복귀한다고 하자 저는 기뻐서 소리를 지를 정도였다”며 “첫날 린다의 액션 모습을 봤는데 움직이는 모습과 총을 다루는 모습을 보고 ‘와, 린다가 그 본새 나는(Badass) 모습 그대로 돌아왔어’라고 생각했다”고 한 마디 보탰다. 이어 “린다의 연기는 60세의 여배우가 영화에서, 스크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고정관념을) 재정립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내한 기자회견에서 나탈리아 레이즈가 선물인 갓을 쓰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인류의 희망’ 대니 역의 나탈리아 레이즈 역시 린다에게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나탈리아는 “사라 코너는 대니와 같은 입장에 놓여봤기 때문에 그 입장에 깊이 공감하고, 대니를 진정으로 도와주는 역”이라며 “실제로 영화를 촬영하면서 린다는 모두에게 사랑을 베풀었고, 그런 모습이 내게 영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행동을 통해 모범을 보여주신 것 자체가 최고의 조언이었다”라고 말했다.
강화인간 그레이스로 막강한 액션신을 선보이는 맥켄지 데이비스는 사라 코너를 이어 새로운 ‘여성 액션’을 보여준다. 그는 “사라 코너는 인상적이고, 카리스마 있으며, 전투력이 있는 전사로서 역할을 보여준다. 이후 ‘에일리언2’의 리플리와 같은 (강인한 여성) 캐릭터의 시초가 되지 않았나”라며 “외관적인 모습을 포함해 그런 부분들을 따라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내한 기자회견에서 가브리엘 루나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이들의 앞을 가로 막는 빌런 Rev-9(레브 나인)으로는 가브리엘 루나가 열연을 펼쳤다. 한국에 이사 온 친구가 있어 서툴지만 다양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그는 극중에서 인간을 완벽하게 흉내 내는 냉혹한 살인기계로 분했다.
가브리엘은 “터미네이터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은 아놀드 슈왈제네거라는 최고의 액션 히어로의 역할을 넘겨받았다는 것”이라며 “처음에 팀이 ‘너 터미네이터 영화에서 한 명을 연기할 거야’라고 해서 ‘재미있겠는데’라고 생각했는데 오디션장에 갔더니 제가 터미네이터라는 게 아닌가. 그래서 굉장히 흥분했다”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레브 나인은 T-800이나 T-1000에 비해 스피드와 힘, 위협성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기체다. 여기에 인간의 행동을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해 인간으로서의 매력까지 갖추고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는 앞선 ‘터미네이터: 심판의 날’ 이후 새로운 미래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새로운 인류의 희망 대니(나탈리아 레이즈 분)를 지키기 위해 슈퍼 솔저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 분)가 미래에서 찾아오고, 대니를 제거하기 위한 터미네이터 레브 나인(가브리엘 루나 분)의 추격이 시작된다. 여기에 지금의 미래에서 ‘터미네이터 헌터’로 활약하고 있는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 비밀을 간직한 터미네이터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이 참전해 미래를 바꾸려는 자들의 격전을 그린다. 30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