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업황 나쁘지 않아 수익률 경쟁력 있지만 기초자산 가격 변동성 크고 자금 조달도 빠듯
서울 중구의 미래에셋 본사. 사진=일요신문DB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자산보다는 주로 해외에서 부동산 등 대체투자 자산 발굴에 몰입해왔던 박현주 회장이다. 중국 기업들의 탈미국 행렬 속 나온 거대 매물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목을 받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투자 판단이 성공으로 이어져 박 회장이 능력을 인정받는 데까지 만만치 않을 것이란 평가다. 규모는 엄청난데 기초자산이 미국 내 호텔로만 구성돼 있다. 일각에서는 리먼브라더스 사태 직전 중국 주식에 집중해 낭패를 봤던 과거를 떠올리기도 한다.
박 회장은 인수대금의 63%인 36억 4800만 달러를 외부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다른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거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얼마만큼의 수익률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최근 미래에셋이 모집한 5230억 원 규모의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 투자자 모집에서는 우선수익증권 연 6% 이상, 보통수익증권 연 7% 이상을 제시했었다.
1차 관건은 과연 15곳 호텔에서 그만큼의 수익이 나올지 여부다. 호텔업은 경기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다. 다우존스 호텔숙박지수는 2016년 25.65%, 2017년 51.3% 급등했지만 지난해에는 18.54% 급락했다. 올해 들어서는 9월까지 19% 가까이 올라 지난해 낙폭 대부분을 만회했다. 다만 지난해 1월의 전고점에는 못 미치고 있다. 호텔 업황이 나쁘지 않은 만큼 수익률에서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투자에서 매년 배당 받는 수익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기초자산의 가격이다. 부동산값은 경기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지난 2016년 중국 안방보험이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으로부터 이번 15개 호텔을 인수할 때 치른 금액이 55억 달러다. 미래에셋이 이번 경쟁입찰에서 낙찰 받은 가격은 불과 5.4% 높은 수준이다. 그간 증시에서 호텔업종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그리 높아지지 않았다. 향후 투자회수(엑시트·Exit) 단계에서 값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부동산은 위치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일물일가 원칙이 적용된다. 호텔이 미국 15개 지역에 산재해 있는 점도 위험요소다. 개별 호텔의 경영성과에 따라 전체 자산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37억 달러에 달하는 외부자금을 조달할 때 이 같은 요인은 투자유치 협상 과정에서 미래에셋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투자자에 따라 어떤 호텔에 대한 투자는 선호하고, 어떤 곳에 대해서는 기피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원금 회수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15곳 호텔에 대한 투자금을 어떻게 회수할지에 대해 미래에셋 측이 설득력 있는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매일 증시에서 거래되는 유가증권과 달리 부동산은 원매자가 나서야 거래가 이뤄진다. 매매가 원활치 않으면 투자금이 묶인다. 값을 낮춰서 팔아야 할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단순히 산술계산해도 호텔 1곳 평균 가격이 무려 4600억 원이다. 미래에셋이 투자회수도 15곳 통매각으로 할지, 분할매각으로 할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값을 끌어 올린 장본인이 중국 자본인데, 최근 빠른 속도로 자산을 팔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미래에셋 등 한국 자본이 대거 물량을 받아내고 있다. 5~7년 후 투자회수 시점에 과연 매물을 흡수할 새로운 큰손이 등장할지 두고 봐야 한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사진=연합뉴스
미래에셋 내부 조달도 빠듯해 보인다. 58억 달러 가운데 37%인 21억 5200만 달러를 계열사별로 나눠 자체 조달한다. 미래에셋대우 15억 달러(1조 8000억 원), 미래에셋생명 4억 1000만 달러(4900억 원), 미래에셋자산운용 1억 6000만 달러(1900억 원), 미래에셋캐피탈 8200만 달러(약 1000억 원) 등이다. 특히 미래에셋대우의 부담이 상당하다. 자기자본 8조 3000억 원 대비 21.7%에 달한다.
단일 투자건에 대한 노출로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미래에셋대우가 상당 부분 외부 투자자들에게 재판매할 것이 유력하지만 얼마나 팔릴지는 미지수다.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안방보험과는 사정이 다르다.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압도적인 자기자본에도 불구, 덩치가 절반에 불과한 한국투자증권이나 NH투자증권보다 절반수준의 자기자본수익률(ROE)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펀드 자산을 통한 박현주 회장 일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발행어음 업무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투자가치 및 자금회수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해외 부동산 중심의 투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한 부동산 경기 하락이 나타날 경우 미래에셋그룹 전반의 재무안정성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