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대신 디지털 고지서 활성화, 공무원 PC는 노트북으로 교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10월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디지털 정부혁신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 정부혁신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중심의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응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으로 ▲공공부문 마이데이터 활성화 ▲대국민 서비스 혁신 ▲시민참여 플랫폼 고도화 ▲스마트 업무환경 구현 ▲클라우드와 디지털 서비스 이용 활성화 ▲개방형 데이터‧서비스 생태계 구축 등 6대 우선 과제가 담겼다.
우선 신분증이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간다. 정부는 위·변조나 도용 우려가 있는 기존 플라스틱 카드보다 안정성과 편의성이 높은 스마트폰 기반 디지털 신분증을 도입하기로 하고, 공무원증과 같이 이용대상이 명확한 분야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플라스틱 신분증 발급을 원할 경우 디지털 신분증과 병행해 발급한다.
공공부문 증명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연내 주민등록 등·초본을 전자지갑 형태로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관공서나 은행 등에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는 전자증명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2020년까지 가족관계증명서 등 100종, 2021년엔 인감증명서 등 300종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이 밖에 국세·지방세·자동차검사 안내 등 연간 5억 건이 넘는 종이고지서를 줄이고자 디지털 고지와 수납도 활성화하고, 필요시 공공부문 본인 정보를 다운 받아 이용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포털’도 구축한다. 민원인이 요청하면 보유기관의 동의 없이도 자신의 행정정보를 민원처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A기관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B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식의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서비스 혁신에도 나선다. 국민 각자가 복지제도 수혜자에 해당하는지 맞춤형으로 안내받고 신청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PC와 모바일은 물론,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대화형으로 서비스를 안내받으며 신청도 가능할 전망이다.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 등 자격이 있어도 제도나 신청방법, 혜택 등을 알지 못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취지다.
같은 맥락에서 출산과 결혼, 사망 등 생애 주기별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한 번에 안내받고 신청할 수 있는 ‘원스톱 패키지’도 확대한다. 현재 행복출산, 안심상속 등 2개 분야에서 2022년까지 임신, 육아, 취업‧창업 등 10개 분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개인 연령과 소득, 재산, 인적정보 등을 토대로 주기적으로 사회보장급여 및 서비스 대상 여부를 판단하고,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복지멤버십(가칭)’도 추진하기로 했다.
공공부문에서 민간 클라우드 이용 범위도 대폭 확대한다. 국가 안보, 수사·재판, 내부시스템을 제외한 모든 시스템이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내부시스템도 협의를 거쳐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공서비스를 오픈API(누구나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공개된 인터페이스) 방식으로 민간에 개방하기로 했다. 기상·환경·교통·안전 공공데이터뿐 아니라 자율주행과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을 지원하는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발굴·개방하고, 공익적 가치가 큰 개인정보 데이터도 철저한 익명화 조치를 거쳐 개방을 확대해 관련 산업의 발전을 지원한다.
공무원 근무 방식도 혁신적으로 바뀐다. 1인당 2대씩 이용하는 컴퓨터를 1대의 노트북으로 교체하고, 보안대책을 마련하여 사무실은 물론 이동, 출장 중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민간클라우드 기반의 가상 PC를 이용하고, 개방형 운영체제(OS)를 도입한다. 또 모든 업무 자료는 클라우드에서 작성해 공유토록 하고, 메신저와 영상회의 등 각종 협업도구를 개선해 어디서든 사무실과 같은 업무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같은 혁신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에 디지털정부혁신기획단을 설치하고, 11월까지 각 분야별로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계획이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과제들은 디지털 정부혁신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모든 정부 부처가 부처 칸막이를 넘어 국민을 위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이번 방안을 통해 공공시장 창출 등 기업 성장의 기반이 제공되고 민간이 보다 주도적으로 정부혁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