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소환조사 인권 보호 미흡 지적…경찰 “보안 유지 불구 기자들 대기, 관여 못해”
일요신문 1433호에 실린 ‘[18금 연예통신] “연예인 한 명 소환되면 원점” 포토라인 폐지 연예계 비관론 왜?’ 기사가 현실이 됐다. 당시 취재 과정에서 만났던 중견 연예관계자는 이런 자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해당 기사가 보도된 시점은 10월 24일, 그리고 11월 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소환된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를 통해 정말 포토라인 폐지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11월 9일 오전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경찰 조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남부지방청 광역수사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포토라인 폐지는 검찰 개혁안 가운데 하나였다. 9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뒤 대검찰청은 순차적으로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두 번째 개혁안인 10월 4일 발표 방안에 공개소환 전면 폐지 관련 내용이 담겼다. 검찰이 고위공직자나 대기업 회장 등의 구체적인 출석일시를 언론에 공개해오던 관행을 금지해 포토라인을 폐지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이에 10월 7일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민갑룡 경찰청장 역시 “검찰에서 포토라인을 폐지한다는 발표를 했는데 같은 수사기관 내에서 다르게 할 순 없을 것”이라며 “향후 수사에서 기조에 맞추겠다”며 포토라인 폐지 입장을 밝혔다.
연예계에서는 바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실 포토라인의 폐해를 가장 많이 경험한 이들은 연예인이다.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으로 경찰이나 검찰에 출석할 때도 포토라인의 플래시 세례를 받아야만 했다. 포토라인이 사라지면 가장 좋아할 이들도 역시 연예인이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양 전 대표를 통해 이런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
검찰개혁에서 연예인이 예외인 영역은 포토라인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양 전 대표가 모든 조사를 받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를 떠난 시간은 밤 11시 50분 무렵이었다. 그런데 이는 검찰개혁안에 담긴 심야조사 폐지를 어긴 것이다. 10월 7일 대검찰청이 발표한 세 번째 검찰개혁안에 ‘사건관계인의 인권 보장을 위한 오후 9시 이후 사건관계 조사 원칙적 폐지’가 담겨 있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양현석 전 대표의 조사는 오후 9시 30분 무렵에 끝났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11시 50분 무렵 나온 까닭은 2시간 넘게 조서를 열람했기 때문이다. 비록 30여 분이지만 9시를 넘겨 조사가 끝난 것은 사실이다.
양 전 대표의 경찰 소환 조사 과정이 검찰 개혁안과 달리 사건관계인의 인권 보장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찰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심야조사 폐지를 어겼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검찰과 기준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이미 경찰은 2018년 8월부터 심야조사를 금지했다”며 “다만 경찰의 심야조사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로 돼 있어 그 기준에 따라 양 전 대표는 심야조사를 받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설치된 포토라인. 사진=박정훈 기자
포토라인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기본적으로 검찰과 경찰은 공개소환을 폐지한 것이다. 공개소환이 이뤄지면 출석일시가 언론에 공유돼 포토라인이 설치된다. 반면 출석일시를 공유하지 않았음에도 언론이 자발적으로 포토라인을 설치하는 것까지 수사기관에서 관여할 수는 없다는 것. 양 전 대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애초 양현석 씨 출석일자는 11월 6일이었는데 그 사실이 기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일정이 9일로 변경했다”면서 “과거처럼 공개소환도 아닌데 한 차례 그 사실이 새 나가 출석일정을 조정한 만큼 최대한 보안을 유지했지만 출석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고 기자들이 포토라인을 형성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과거처럼 소환일시를 언론에 알리지 않고 최대한 관련 사안의 보안을 유지하는 게 경찰 입장에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연예관계자들이 답답함을 토로하는 부분은 바로 여론이다. 물론 ‘버닝썬 게이트’ 이후 YG엔터테인먼트와 양 전 대표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이 사안을 아무도 검찰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 한 연예기획사 홍보팀 관계자의 말이다.
“검찰과 경찰이 출석일시를 언론에 알리지 않아도 스타급 연예인의 소환이 임박했음이 알려지면 취재진은 당연히 몰려든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대중은 그냥 소비하고 만다. 조국 전 장관 일가나 유력 정치인이 포토라인에 서면 여론이 강하게 반발하고 이런 부분이 기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연예인이 포토라인에 서면 그냥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이런 부분이 많이 아쉽다. 연예인은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자괴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