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갑 출마 결심 오해, 당이 원한다면 험지도 OK…보수통합 박근혜 메시지 필요”
지난 12일 ‘아빠 김병준, 나와’ 북 콘서트에 참석한 양주상 행동하는자유시민 사무총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김민정 매일신문 아나운서, 윤경숙 슬기로운여성행동 사무총장(왼쪽부터). 사진=최훈민 기자
11월 12일 오후 3시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거리 야외공연장에선 ‘슬기로운여성행동’이 주최한 ‘아빠 김병준, 나와’ 출간 기념 북 콘서트가 열렸다. 총 270석 가운데 150여 명이 채워진 이번 콘서트에서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배경 삼아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털어놨다. 애초 정치적 입장은 없을 거라고 알려진 토크 콘서트였지만 김 전 비대위원장은 콘서트에서 직간접적으로 대구를 향한 속내를 여러 번 내비쳤다. 토크 콘서트가 끝난 뒤 일요신문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 인터뷰를 갖고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확답을 피하는 대신 대부분 질문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다.
범보수진영을 향해 쏟아지는 세간의 요구는 거세다. 특히 베테랑의 험지 출마 요구는 그 가운데 으뜸이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거물급 인사를 향한 험지 출마 요구와 관련해 “보수 대통합 이야기는 시기적으로 이르다. 연동형 비례대표 문제가 해결된 뒤에 이야기할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황교안 대표가 먼저 솔선수범해 험지 출마를 공식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서도 “황 대표는 이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거다. 언젠간 밝혀야 한다”고만 했다.
한국당은 최근 비대위 구성안 혹은 황교안 당 대표 체제 아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및 외부 인사 공천위원회 구성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직전 비대위원장이었던 그는 비대위의 구성 및 방향성에 대해서도 “내가 입을 댈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보수의 가치 재정립이 우선돼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치를 중심으로 해서 통합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이런 가치를 정립하는 게 지금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대구를 향한 구애가 거듭됐다. 다만 명쾌한 대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현재 대구 민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입장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입장을 밝히는 대신 박 전 대통령의 통합 관련 의중을 확인해야 한다는 답변만 남겼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통합에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되는 사람이다. 메시지를 받을 필요가 있다. ‘분열돼선 안 된다’ 등 어떤 형태로든 이런 메시지가 필요하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받도록 노력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현재 정치권의 또 다른 화두는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지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최측근에 따르면 그는 대구 수성갑 출마 결심을 어느 정도 굳혔다. 이날 그는 “만약 수성갑에 출마한다면 경선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의 말을 두고 일부 언론은 ‘사실상의 수성갑 출마 선언’이라고 보도했다.
기자와 문답하는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사진=최훈민 기자
하지만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보여준 행보를 거둬들였다. 토크 콘서트 직후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저의 설명이 부족한 탓이었는지 제가 수성갑 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것처럼 해석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말씀 드립니다. 지난번 밝혔듯 제 입장은 당이 요구하면 험지 출마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에서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험지 출마든, 희생적 역할이든 먼저 당의 구체적인 전략과 제안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말씀 드립니다”라는 해명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이는 그가 토크 콘서트에서 보여준 대구를 향한 구애와 정반대 답변이었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토크 콘서트에서 “내 가족이 여기 살고 여기서 돌아가셨다. 1년에 열 번도 스무 번도 오는 동네다. 내 뿌리다. 대구는 내게 그런 동네”라며 “대구는 대한민국을 오늘날까지 이끄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지역이다. 근데 요즘 울적하다. 적폐로 몰리고 보수 꼴통으로 몰리고 대한민국에서 저 구석에 처박혀 숨도 못 쉬고 울고 있다. 억울하다. 가슴이 답답하다. 살려야 한다. 이런 지역이 활기를 찾아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 대구가 다시 한국 정치의 중심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어떤 경우에도 제가 어떤 선택을 하든 대구와 함께 가고 싶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대구 시민과 대한민국을 가꾸고 싶다. 제가 어떤 선택을 해도 변함은 없다.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대구에서 열리는 행사는 다 참석하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덧붙였다. 대구를 향한 애정을 드러낸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출마와 관련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같은 시각 자유한국당 청년 당협위원장들은 당을 해체하고 보수 통합의 길로 나서자고 주장했다. 강명구 영등포갑, 김대현 원주을, 김성용 송파병, 김재식 구로갑, 박진호 김포갑, 조대원 고양정 당협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을 해체하고 우리가 가진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자”며 “△자유한국당 해체 △청년 당협위원장직 사임 및 거취 지도부 일임 △현역 의원 당협위원장직 사퇴 및 거취 지도부 일임 △당 지도부 기득권 포기 등을 촉구한다”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이와 같이 번지는 한국당 내 청년 관련 문제와 최근 거듭 제기된 한국당의 청년 인재 영입 참사에 대해서도 한마디를 남겼다. 그는 “청년 한두 명 데려와서 될 일이 아니다. 누구든 대표성은 없다. 누군가를 집어 넣는다고 뭐가 되는 게 아니다. 당이 제대로 된 비전과 가치, 철학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 가치나 비전을 분명히 하면 그 깃발을 보고 청년이 따라온다. 하지만 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만 했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의 답변 대부분에서는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토크 콘서트에서 “김병준에게 대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구는 저항해도 그냥 저항하지 않는다. 대안을 가지고 문제 제기하고 대안을 가지고 저항한다”고 했던 그였다.
대구=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