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하야해야 합니다. 공수처법은 절대 통과시키면 안 됩니다. 게슈타포 같은 정권의 친위대를 만들려고 하는 의도입니다.”
이어서 청와대 앞으로 가 보았다. ‘순국 결사대’라는 글씨가 새겨진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확성기에서 목사의 쉰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 속에 있는 붉은 물을 뽑아내야 합니다. 공산주의자를 아웃시켜야 합니다.”
엄상익 변호사.
“왜 여기 나와서 기도를 하시는 거예요?”
“우리나라가 공산주의가 되면 종교의 자유가 없어지잖아요? 그래서 나왔어요.”
“그러면 미국의 성조기는 왜 들고 계시는 거예요?”
“우리는 미국에 꼭 붙어야만 살 수 있대요.”
보통 사람인 교인들이 광장으로 나온 동기였다. 그 며칠 후 토요일 밤이었다. 서초동에서 또 다른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한 남자가 무대 위에서 외치고 있었다.
“여러분, 광화문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전부 매국노입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태극기를 뺏어 와야 합니다. 조국 장관님과 그 가족에 대한 수사는 검찰의 조작입니다. 검찰총장 윤석열은 즉시 조국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님에 대한 수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공수처법이 꼭 통과돼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이 개혁됩니다.”
이어서 무대 위로 꼬마 세 명이 나왔다. “누구죠? 여기는 왜 왔어요?” 사회자가 아이에게 물었다. “저는 초등학교 4학년입니다. 이 자리에는 검찰개혁을 위해서 왔습니다.”
광화문과 서초동은 완전히 다른 나라였다. 세상이 양 진영으로 나뉘어 소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 것 같았다. 몇 명의 원로 법조인들의 모임에 참석했었다. 정권의 친위대가 되기 때문에 공수처는 안 된다는 의견에 대해 한 법조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역사를 보면 자유당 때는 특무대와 경찰이, 박정희 시절은 중앙정보부가, 전두환 시절은 보안사령부가, 노태우 이후는 안전기획부와 국정원이, 그리고 지금은 검찰이 친위대 역할을 해 왔죠. 공수처가 그런 기관이 될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과 의회 그리고 언론의 통제를 받게 한다면 그런대로 과거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판사 출신 법조인들은 이런 의견이었다. “재판을 하면 반드시 한쪽은 지는데 진 쪽에서 공수처에 고소를 하면 판사가 불려가 조사를 받게 되는데 그러면 위축이 돼서 어떻게 재판을 하겠어?”
변호사 생활을 오래해 온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종종 교만하고 정의를 왜곡시키는 검사나 판사들이 있어요. 검찰 조직이나 사법부 자체에서 그런 불량품들을 걸러내지 못하니까 외부에서 그들을 단죄하는 기관이 필요한 거죠.”
여당 중진의원을 만나 공수처법에 대해 물어 보았다. “통과되거나 폐기되거나 어느 쪽이든 일단 본회의에 부의될 거야. 지금 여당이 선거법개정에서 당근을 제시하면서 작은 야당들 표를 얻으려고 하는데 그 야당들이 먼저 선거법을 통과시킨 다음에 보자고 하고 있고 우리 당은 공수처법을 먼저 처리하자고 하고 있지. 만약 법안이 통과된다면 공수처장 자리에 대한 인사는 야당의 몫이 될 거야.”
보수진영은 촛불혁명의 대통령이 공수처라는 칼을 만들어 극단적인 좌편향사회로 갈 것을 겁내고 있다. 대통령이 지켜야 할 게 세 가지가 있다. 헌법과 안보와 양극화의 해소다. 헌법상 그는 남쪽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힘이 있어야 나라를 지킨다. 무리하게 뺏어서 퍼주는 정책이 타당한지도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엄상익 변호사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