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고대했지만 자본에 밀려 고배, 1등 항공사 꿈 무산…“다른 항공사 매물 고려할 듯”
항공업 경력을 갖춘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패배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애경은 입장문을 내고 “공급이 과도한 상황에서 제주항공 내실을 충실히 하며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경험이 전무한 사업자들의 자금만으로 장기적 체질 개선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는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현산이 자본력을 갖췄지만 항공산업에 대한 경험은 없다는 지적이다.
금호산업 측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서도 차순위 협상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현산과 금호의 협상이 무산된다 할지라도 애경에 기회가 없는 것이다. 애경그룹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저비용항공(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을 보유해 항공업 경험을 갖춘 애경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업계 1위 항공사로 도약하려는 포부도 밝혀왔기 때문이다.
애경이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을 보인 것은 2015년부터다.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자 애경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사활을 걸었다. 투입 가능한 현금성 자산이 3000억~4000억 원에 그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가 벅찰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애경은 부족한 자금력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며 인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결국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입찰에 참여했다. 그러나 ‘게임’은 쉽게 끝났다. 애경 측은 본입찰에서 약 1조 500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산이 이보다 1조 원가량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지난날이 무색해진 셈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애경 입장에선 장거리노선 확보를 고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닭 쫓던 뭐’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업황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항공사들 역시 곧 매물로 나온다는 소문도 파다하다”며 “이번 입찰에 실패한 애경은 앞으로 다른 항공사 인수를 신중히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