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FI 투자차익, 항공기 펀드, 호텔·레저업과 연계 등 다양한 사업 기회 기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애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더 적극적이었던 곳은 HDC현대산업개발보다 미래에셋이었다는 게 일치된 평가다. 하지만 박현주 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기는 쉽지 않았다. 언젠가는 재매각해야 하는 사모펀드(PEF) 형태로 인수하기에는 아시아나항공의 항구적 경영안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고, 금융회사로서 비금융회사를 직접 소유하기에도 금산분리 규제가 껄끄러운 상황이었기 때문.
미래에셋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을 여신전문금융회사로 전환하면서까지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피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사실상 지주체제로 간주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때문에 박현주 회장은 인수·합병(M&A) 의지는 높지만 경험이 적어 주저하는 정몽규 회장을 끝까지 독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산운용업에서 박 회장은 최고의 거물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사업다각화를 위해 부동산개발업과 함께 자산운용업에도 진출했다. 특히 HDC자산운용은 그룹 후계구도와도 밀접하다. 정 회장 개인회사인 엠앤큐투자파트너스유한회사가 48.07%, 그의 세 자녀인 정준선·원선·운선 씨가 각각 13.01%씩 총 39.03%를 보유한 사실상 가족회사다. 아직 회사 외형은 작지만 대규모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업종인 만큼, 향후 지배구조상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정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HDC현대산업개발 김대철 사장과 정경구 전무가 모두 HDC자산운용 대표 출신이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미래에셋이 노릴 수 있는 기회는 크게 세 가지다. 표면적으로는 약 5000억 원에 대한 투자차익이다. 이번 인수대금 2조 5000억 원 중 상당수는 신주발행에 사용될 전망이다. 금호산업에 치를 구주 대금 4000억 원 안팎을 제외하면, 2조 원가량이 해당된다. 8 대 2의 출자비율을 감안해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현대산업개발이 53.2% 미래에셋 13.3%의 지분을 가질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이 같은 딜에서 FI는 투자원금과 일정부분 수익을 확정하기 위한 안정장치를 마련한다. 지배주주에 일정가격으로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백옵션이다.
두 번째는 항공기 관련 금융투자 기회다.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노선확장과 항공기 도입확대가 필수불가결하다.
실제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6억 8590만 달러(한화 약 8114억 원)를 투자해 미국 항공기 리스업체 ACG가 보유한 항공기 24대를 매입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들 항공기에서 나오는 리스료를 받게 된다. 메리츠는 직접 투자액 대부분은 펀드 형식으로 기관투자자에게 재판매(셀다운)하고 약 10%는 자체 보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매 펀드를 산 기관들은 연 7.5%의 확정 수익을 받고, 펀드 만기(7년 6개월)가 지나면 원금(일부 만기전분할상환)에 더해 항공기 매각 이익 등 남은 이익금의 70%를 분배 받게 된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아시아나항공. 사진=연합뉴스
또한 미래에셋은 최근 PEF(사모펀드)를 통해 미국 내 15개 호텔을 통째로 인수하는 등 호텔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전라남도 여수 경도에는 종합레저시설을 짓고 있다. 호텔·레저업은 투숙 및 이용객 확보가 중요하다. 항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이유다. 미래에셋이 투자한 전세계 호텔들에 아시아나항공의 네트워크를 연결한다면 수요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항공업은 다양한 후방산업 기회와 연결된다. 물류, 기내식, 전산 등 다양한 사업기회가 존재한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이 같은 사업기회를 통해 우호세력을 확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도 박 회장의 가족회사를 통해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미래에셋펀드가 투자하는 골프장과 호텔, 레저시설 등 운영권을 가족회사에 맡기는 방법을 통해서다. 현재의 공정거래법으로는 이를 내부거래로 단속할 뚜렷한 규정이 없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참여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울러 해외출장이 잦은 박 회장은 개인적으로 항공사 2대 주주로서 상당한 예우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