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부상 등 이례적 부진에 울상…‘신예’ 다우디 오켈로 기용-포지션 변경으로 반등 시도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에 이어 주장 문성민(오른쪽)까지 부상으로 쓰러지며 현대캐피탈은 시즌 초반 디펜딩 챔피언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V리그
#외국인 선수에 캡틴까지 줄부상 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이다. 정규리그에선 2위였지만 그마저도 1위 대한항공과 승패가 같아 승점 차이로 결정된 순위였다. 현대캐피탈은 최태웅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시작한 2015-2016시즌부터 매 시즌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으며 다시 한 번 명문으로 도약했다.
지난여름 이적시장에선 문성민, 신영석, 여오현, 이승원 등 우승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4인방이 FA 자격을 얻었지만 이들을 모두 지켜내며 전력 이탈을 최소화했다. 외국인 선수 선발에서는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를 지명했고 최태웅 감독도 “아주 만족한다”는 말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존 우승 전력을 지키고 원하는 외국인 선수도 얻어 5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도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개막 2경기 만에 삐걱대기 시작했다.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에르난데스가 점프 이후 착지 동작에서 동료 선수의 발을 밟고 넘어지며 부상했다. 검진 결과 발목뼈 골절, 수술이 필요한 상황으로 외국인 선수 교체가 불가피했다.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큰 V리그에서 에르난데스의 부재는 곧 부진을 야기했다. 당시 3세트 진행 도중 에르난데스를 잃은 현대캐피탈은 4, 5세트를 내리 내주며 경기에서 패했다.
어렵게 1라운드를 2연승으로 마무리했지만 2라운드 첫 경기부터 다시 부상이 찾아왔다. 한국전력과 경기, 1세트부터 주장 문성민이 착지와 동시에 공을 밟으며 발목을 다쳤다. 이후 급격히 경기 분위기가 기울며 또 다시 패배를 떠안았다. 한국전력이 시즌 2승만 기록하며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현대캐피탈로선 뼈아픈 패배였다. 현대캐피탈은 한국전력에만 2승을 헌납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들과 함께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는 전광인도 지난 시즌 이후 수술 여파로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다. 2017-2018시즌 MVP를 수상한 신영석도 허리 통증으로 1경기에 결장하는 등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없으면 임플란트라도”
팀을 이끌어야 할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신음하며 현대캐피탈은 유례없는 부진에 빠졌다. 8경기를 치른 15일 오후 현재 4승 4패로 5위에 처져 있다. 1년 전 같은 시점에는 6승 2패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우승 경쟁을 펼쳤던 대한항공은 7승 2패로 멀리 달아난 상황이다.
연이은 부상에 최 감독은 “이가 없으면 임플란트라도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후 지난 12일 경기에는 리그 3년차 1999년생 김지한이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 경기를 풀로 뛰며 팀 내 최다득점(19점)을 기록했다. 최 감독은 신예의 활약에 흡족해 하며 최은석, 홍민기 등 또 다른 젊은 선수의 기용도 예고했다.
‘임플란트’로 버티고 있는 현대캐피탈은 에르난데스를 대체할 선수로 다우디 오켈로를 점찍었다. 시즌 초반이라 선수 물색이 쉽지 않았지만 구단 관계자가 터키를 직접 찾는 공을 들인 끝에 계약에 성공했다. 국제 이적 동의서, 비자 발급 등 절차가 마무리되면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선수 없이 버텨왔던 현대캐피탈에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라이트로 뛰는 대표팀과 달리 소속팀에서는 센터로 기용돼 혼란을 겪던 김희진은 부진한 팀 사정에 다시 센터에 서며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 풀리는 IBK기업은행 역대 최악 시즌 되나
여자부 IBK기업은행의 부진은 더욱 심각하다. 15일 현재 2승 5패 승점 4점을 기록하며 최하위로 떨어졌다. 2010년 팀 창단 이후 2011-2012 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한 IBK기업은행은 꾸준히 상위권에 위치하며 새로운 배구 명문으로 자리를 잡았다. 리그 참가 첫 시즌과 2018-2019시즌을 제외하면 6시즌 동안 꾸준히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다. 이 기간 3개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창단 이후 꾸준히 팀을 이끌어오던 이정철 전 감독과 결별을 선언한 구단은 변화의 칼을 빼들었다. 새 사령탑 김우재 감독과 함께 FA 시장에선 고예림을 내주고 표승주를 영입했다. 그러나 새 출발을 선언한 IBK기업은행의 이번 시즌은 실패 시즌이 돼 가고 있다. FA 시장에서 국가대표급 멀티 플레이어 표승주를 데려왔지만 팀 내 비중이 큰 고예림을 잃으며 이렇다 할 보강을 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후 보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지난 시즌 득점 1위로 리그 최고 공격수로 꼽히던 어도라 어나이도 지난 시즌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년 만에 체중이 눈에 띄게 불어 조절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포지션 변화로 반등 시도
김우재 신임 감독은 2라운드 들어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일 흥국생명전에서 국가대표 라이트 김희진을 센터로 옮겼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며 1득점에 그쳤고 팀은 패하며 변화는 실패로 돌아갔다. 김 감독의 변화는 팬들의 반발을 샀다. 오랜 기간 김희진은 라이트로 나서는 대표팀과 달리 소속팀에서는 센터 자원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스테파노 라바리니 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 라이트에서 자신감을 찾았고 이번 시즌 소속팀에서도 라이트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14일 GS칼텍스와 경기에서는 승리로 반등했다. 5연패 끝에 거둔 1승이었다. 김 감독은 이 경기에서 김주향과 백목화의 포지션에 손을 댔다. 이번 시즌 센터로 나서던 김주향과 리베로 유니폼을 입던 백목화를 레프트로 투입했다. 김주향은 자신의 프로 데뷔 이래 최고의 경기를 펼쳤고 백목화도 공수에서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비록 반등에 성공한 듯 보이지만 여전히 순위표 맨 아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명문의 위용을 점점 잃어가는 IBK기업은행이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갈지 배구팬들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