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방문규 행장 깜짝 발탁…IBK기업 내부냐 외부냐, NH농협은행 연임이냐 교체냐 ‘주목’
올해 연말 금융권 수장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수출입은행이 인사 신호탄을 쐈다. 금융권의 예상을 깨고 방문규 전 보건복지부 차관이 은행장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금융권 연말 인사에서 신호탄을 쏜 곳은 한국수출입은행이다. 수출입은행에서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방문규 전 보건복지부 차관이 은행장에 올랐다. 방문규 신임 행장은 행시 28기로 홍남기 부총리(29기)의 선배이자, 은성수 금융위원장(27기)의 후배다. 기획재정부 내 예산통으로 꼽힌다. 타 부처 경험도 예산과 관련이 깊은 농수산식품부(2009년)와 보건복지부(2015~2017)다.
방 신임 행장은 수원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하던 시기에 함께 근무했다. 지난해 7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경제·민생 위기 해소와 제조업 혁신을 위해 지사 직속으로 설치한 경제혁신추진위원회에서 위원장직을 맡기도 했다.
방 신임 행장의 발탁에 금융권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세계은행 파견(2000~2003년)을 제외하면 금융부문 경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은행장 선임 작업 당시에도 거의 하마평에 오르지 않다가 막판에 급부상했다.
금융권은 이번 수출입은행장 선임 결과를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임자들이 잇달아 금융당국 수장으로 발탁된 수출입은행장 자리에 방 행장이 기용된 것은 앞으로 있을 국책은행 인사에 적용될 코드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방 행장은 지난 10월 30일 취임하면서 “혁신기업 육성과 해외진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과거 대외부분에서 많은 역할을 했던 조선, 건설 등이 어렵기 때문에 혁신산업의 해외진출에서 돌파구를 찾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의 수출입은행장들이 금융전문가였다면 방 신임 행장은 예산전문가”라면서 “금융부문에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수행해줄 인사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이에 금융권은 이번 수출입은행장 선임이 곧 있을 IBK기업은행장 등 다른 금융권 인사에서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코앞에 다가온 IBK기업은행장 선임이 영향권에 들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청와대가 임명한다. IBK기업은행장은 2012년 조준희 행장 취임 이후 권선주 행장, 현 김도진 행장까지 3연속 내부승진을 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4연속 내부승진이 가능할지, 다시 외부영입으로 돌아갈지가 최대 관심사다.
일단 금융권은 김도진 현 행장의 교체에 힘을 싣고 있다. 전임 행장들 중 연임한 사례가 거의 없는 데다, 김 행장은 전 정권에서 임명한 인물이라는 점 등이 이유다. 이 때문에 새 행장 선임을 위한 물밑작업은 이미 후끈 달아올라있다. 우선 내부승진 가능성을 놓고 보면, 임상현 기업은행 전무(수석부행장)와 자회사 CEO인 김영규 IBK증권 사장이 1순위로 꼽힌다. 각각 은행 내 서열 2위와 3위에 해당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현 김도진 행장이 2017년 선임 당시 부행장이었음에도 내부 서열을 뛰어넘어 임명됐고, 권선주 전 행장도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을 하다 갑자기 은행장이 된 사례에서 보듯 서열순서대로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는 시석중 IBK자산운용 사장을 눈여겨 보기도 한다.
은행장이 연임한 사례가 거의 없는 IBK기업은행장은 김도진 현 행장의 교체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연합뉴스
외부 출신으로는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정은보 한미 방위비협상 수석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모두 금융관료 출신들이다.
유광열 수석부원장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과 국제금융협력국장 등을 역임했다. 또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장과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일했다. 정은보 수석대표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금융위 사무처장·금융정책국장 등을 역임한 경제관료 출신이다. 방위비분담 협상대사 역할도 곧 종료될 예정이다.
금융권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이미 부행장단을 중심으로 과열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문제는 외부에서도 기업은행장 자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라면서 “경쟁이 지나치면 잡음이 밖으로 터져나오게 돼 있고, 이럴 경우 외부 낙하산에게 명분을 주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책은행이 아닌 특수은행이지만 금융권의 또 다른 관심 대상은 은행장 연임 전례가 없는 NH농협은행이다. 현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역시 올해 말 임기가 끝난다. 이 행장은 지난해 12월 실적 개선에 힘입어 처음으로 한 차례 연임했지만 임기가 1년에 불과하다. 물론 지난해 NH농협은행이 2012년 출범 후 처음으로 순이익 1조 원을 돌파하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8500억 원 가까운 순익을 내면서 연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기도 하다. 다만 보수적인 농협이 관행을 깨는 파격을 택할지는 미지수다.
만약 교체가 이뤄진다면 최창수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과 이창호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 등이 유력 후보가 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최 부사장은 NH농협은행 비상임이사도 맡고 있다. 지주 소속이면서 은행부문도 직간접적으로 챙겨와 차기 은행장에 성큼 다가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농협 특성상 은행장 선출에 중앙회의 입김도 크게 작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지주사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중앙회와 소통창구 역할을 했던 것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이창호 수석부행장은 경영기획부문장을 맡아 은행 전반에 대한 폭넓은 식견을 갖고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보직상 현 이대훈 행장과 가장 많이 대면하면서 은행장의 복심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이강신 NH투자증권 수석부사장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