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는 한국이 1을 주면 일본에 9를 받는 형식…이전 진보정권 때도 군사정보 교류는 ‘노터치’”
이런 가운데 일요신문은 11월 19일 정보계통에 종사했던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 A 씨를 만나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지소미아 체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지소미아는) 한국이 1을 주면, 일본으로부터 9를 받는 그림”이라면서 최근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11월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 왼쪽부터 정경두 국방부 장관,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 사진=연합뉴스
―지소미아 종료 여부가 곧 결정된다.
“10여 년 전 지소미아 준비작업을 시작할 때 창단 멤버로 국방부 회의에 참석했었다. 지소미아로 한국과 일본이 주고받는 정보는 간단하다. 한국은 ‘인간정보’를 일본에 제공하고, 일본은 한국에 ‘기술정보’를 제공한다. 그간 지소미아는 한·미·일 공동 안보체제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 여론은 그렇지 않은 편이다.
“안타깝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포기하는 건 눈앞에 놓인 상당한 실익을 포기하는 것이다. ‘지소미아를 통해 누가 더 많은 이익을 얻느냐’고 묻는다면, 고민할 여지도 없이 한국이라고 답할 수 있다. 전직 국방 정보 관계자 입장에서 바라볼 때 지소미아를 통한 정보교류 프로세스는 간단하다. 한국이 1을 주면, 일본으로부터 9를 받는 그림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군에서 정보를 수집할 때 인간정보와 기술정보의 비율이 1 대 9 수준이다. 인간정보란 말 그대로 공작원 등을 통해 얻은 정보다. 대북접근성과 인맥 활용 범위를 놓고 봤을 때 북한 관련 인간정보 수집은 한국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다. 미국 CIA(중앙정보국)와 DIA(미 국방부 정보국)도 한국 도움을 받을 정도다. 대북 안보와 관련해 일본의 최대 관심사는 납북자 문제다.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에 관한 정보는 ‘기술정보’로는 수집이 힘들다. 일본이 한국의 인간정보를 필요로 하는 까닭이다.”
―납북자 문제가 그렇게 비중이 큰가.
“모든 정권이 마찬가지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려 평양을 직접 찾아 김정일을 만나지 않았나. 그런데 아직도 납북자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총리실 산하에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기관이 있는데 기관장이 장관급이다. 이 기관은 지금도 납북자 문제 해결에 힘을 쏟고 있다.”
2002년 9월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받는 기술정보는 무엇인가.
“한국은 일본의 기술정보를 바탕으로 더욱 폭넓게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처할 수 있다.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및 전략배치와 관련한 정보를 받아올 수 있다. 이 시간에도 북한 잠수함은 동해안에서 정찰 활동 중이다. 북한 잠수함의 실시간 이동경로 역시 일본이 제공한다. 현재 일본은 첩보 위성을 8대 운용 중이다. 이 정도 규모의 첩보 위성을 운용하는 비용은 상당하다. 우리 정부로서는 감당이 안 될 정도다.”
―지소미아 준비 과정에서 군 내부에선 어떤 논의들이 오갔나.
“뭘 주고 뭘 받아올 것인가를 놓고 치열하게 토론했다. 일본이 처음엔 납북자 문제와 관련한 합동공작을 제의했다. 하지만 우리 군이 그 제의에 응하지 않았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일본처럼 납북자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합동공작 제의’를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은 포괄적인 군사 정보를 교류하는 지소미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가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는 협정을 고민하게 된 셈이다.”
―지소미아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처음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준비작업은 정확히 언제 시작됐나.
“한일 양국이 상호 대북 정보 공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2008년경부터 지소미아 준비팀을 가동했다. 김대중 정부, 참여 정부 시절에도 한국 정보본부와 일본 방위성 산하 정보본부 사이에 비정기적인 정보교류가 있긴 했다.”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 때도 그런 일이 있었나.
“정확하게 알 수는 없는 사안이지만 기류는 느낄 수 있었다. 당시 일본으로부터 공유받은 기술정보를 상부에 보고하면, ‘또 보고하라’는 요청이 왔었다. 반응이 좋았다는 방증이 아닌가. 위에서 좋아하지 않을 만한 정보는 보고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당시 정부는 위안부 관련 이슈는 문제 삼는 한이 있더라도, 군사 정보 교류에 대해선 ‘노터치’로 일관했다. 필요성을 인지했기 때문에 거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느꼈다.”
11월 18일 태국 아바니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열린 ‘제6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스쳐지나가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 사진=연합뉴스
―지소미아 종료가 향후 대북 안보와 관련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지.
“단기적으론 한국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기 어려워진다. 여기다 이런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사후 분석 자료 역시 받을 수 없다. 동해와 서해에서의 북한 잠수함 활동 징후를 탐지하는 데도 제한이 생긴다. 더 넓게 바라보면 중국군과 러시아군의 잠수함 활동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된다. 레이더를 통한 북·중·러 3국의 탄도미사일 이동 상황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도 애를 먹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정보는 미국으로부터 얻어도 되는 것 아닌가.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제한사항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기술정보를 얻어다 쓰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경우엔 인터벌이 상당히 길다.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면 빨라야 1주일이 걸린다. 위성정보를 공유할 땐 1달이 걸려 정보를 받을 때도 있다. 정보라는 것은 상대방의 변화 상태를 시시각각 체크해야 한다. 그런데 이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면 정보를 공유받는다고 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게 된다.”
―미국이 지소미아를 중국 압박 카드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공동 안보체제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한·일 양국의 정보가 공유됐을 때의 시너지 효과는 굉장하다. 가까이는 중국, 멀게는 러시아까지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 미국은 지소미아를 통해 아태지역 군사정보 활동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포지션에 있다. 지소미아가 종료된다면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따로따로 정보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친구 셋이 있는데 그중 둘의 사이 틀어졌다. 그러면 중간에 낀 한 명이 똑같은 이야기를 두 번 전달하고, 두 번 들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나. 이렇게 이해하면 쉽다.”
―한·미 방위 분담금 협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게 볼 수 있다. 미국은 한일 양국에 지소미아 유지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지소미아가 존재함으로써 미국은 그동안 저비용으로 ‘동북아 안보 블록’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유럽 나토(NATO) 체제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북한의 핵무장 선언으로 동북아 안보 질서가 재정립된 현 상황에서 지소미아 필요성은 점점 부각되고 있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공동 안보체제의 결속력을 상징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악화되는 한일 관계에 미국이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소미아 체결에 관여한 당사자로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우선이라고 본다. 하나를 주고 아홉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의 협정을 종료한다? 조금 격하게 표현하면 ‘바보 같은 짓’이다. 정치·경제·안보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만행,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지소미아 협정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다뤄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중대 사안을 가지고 여론의 감정을 자극해 정치에 이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일본과의 군사정보 교류는 과거 진보정권에서도 필요성을 공감했던 일이다. 이 점을 현 정부가 인지했으면 한다. 어느 선택이 국가의 실익으로 이어질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때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