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 김현철 동시 출격 가능성 관심…자기 브랜드 구축 못하면 장수 어려워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10월 28일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재개범국민운동본부가 가진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2세 정치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과 극’이다. ‘대물림 정치’와 ‘가문의 영광’ 사이를 오간다. 부친 등의 지역구 등을 오롯이 물려받는 탓에 미국과 일본처럼 정치 명문가 집안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보다는 ‘수저 계급론’이 덧씌워지기 일쑤다.
정치권 관계자는 “2세 정치인의 성공이냐, 실패냐의 갈림길은 ‘자기 브랜드’ 구축 여부에 달렸다”며 “자기 브랜드가 없다면 그 뒤에 있는 아버지 후광이 보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세 정치인에 ‘나야 나’라는 자기 브랜드가 중요한 이유다. 한때 2세 정치인들은 자기들만의 이너서클을 만들어 관련 정보를 주고받았다. 한 정치 원로는 “과거에는 2세 정치인 모임에 김영삼(YS)·김대중(DJ) 아들도 종종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2세 정치인의 수는 전체 국회의원 대비 5% 수준이다. 18대 국회 당시 10명이던 2세 정치인은 19대와 20대를 거치면서 14명과 15명으로 각각 늘었다. 21대 총선에서는 20∼30명이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이는 2세 정치인의 강점인 탄탄한 지역구와 조직력의 대물림과 무관치 않다. 이는 당내 예선과 본선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다. 국회 한 보좌관은 “2세 정치인도 스스로 자기 브랜드화 구축에 실패한다면, 다선 중진 의원으로 거듭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내년 4·15 총선 예비후보자 후보군에 오른 대표적인 2세 정치인은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다. DJ 삼남인 김 의장은 10월 16일 “출마할 가능성이 90%”라며 사실상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아 호남 총선을 지원했다. 이후 전남 영암·무안·신안 재선거 출마설이 돌았지만, 끝내 나서지 않았다. 그는 DJ 고향인 전남 목포와 함께 수도권 출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목포 출마가 유력하다고 본다.
호남 민심은 엇갈린다. DJ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은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전 의원의 목포 지역구를 물려받아 재선에 올랐다.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은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의 전남 무안·신안 지역구를 이어받아 2008년 18대 총선에 나섰지만, 30.2% 득표율로 낙선했다. 이 때문에 지역 정가 일각에선 “세 번째 호남 깃발 꽂기냐”라는 비판도 나온다.
DJ의 영원한 경쟁자이자 동지인 YS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동국대 석좌교수의 출마 여부도 관심사다. 김 교수는 지난 1월 13일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던진 뒤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는 2017년 19대 대선 직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고 김덕룡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DR) 등 상도동계 인사들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다.
YS 차남 김현철 동국대 석좌교수. 사진=임준선 기자
문석균 민주당 의정부갑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도 출격한다. 문 부위원장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이다. 문희상 의장이 지난해 7월 20대 후반기 국회의 의장으로 선출된 직후, 문 부위원장은 부친을 대신해 지역 행사에 자주 참석했다. 의정부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문 부위원장의 총선 출마설이 급물살을 타면서 세습 정치 비판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 의장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탄 사법개혁 법안을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한 직후 “자기 아들을 의정부에 세습 공천해 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청탁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의장은 의정부에서만 6선을 지냈다. 이번 국회까지 13대와 15대를 제외한 모든 선거에서 이겼다. 16대 총선부터는 내리 5선을 했다.
장종화 민주당 청년대변인은 장영달 전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의원 아들이다. 장 의원은 14대부터 전주시 완산구갑(16대까지는 전주 완산구)에서 내리 4선을 했다. 장 대변인은 10월 31일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논평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스물둘 청춘에 입대, 갖은 고생 끝에 배치된 자대에서 아무 이유 없이 있는 욕 없는 욕은 다 듣고, 키 180 이하는 루저가 되는 것과 같이 여러 맥락을 알 수 없는 ‘남자다움’이 요구된 삶을 살았다”며 “‘82년생 장종화’를 영화로 만들어도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민석 민주당 관악갑 대학생위원장은 “논평은 일기장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청년 세대의 젠더 갈등을 향한 민주당의 정치적 스탠스가 이런 거라면 너무 암울하다”고 힐난했다.
보수 야당 소속 2세 정치인 예비 후보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최건 변호사는 11월 8월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최 변호사는 울산 남구갑(16대까지는 울산 남구)에서 3선을 한 ‘검찰 출신’인 최병국 전 한나라당(현 한국당) 의원 아들이다. 지난 9월 울산 남구에 법률사무소 개소식을 한 최 변호사는 이 지역 공천을 신청할 예정이다. 최병국 전 의원은 19대 총선 당시 당내 경선에서 이채익 의원에게 패한 뒤 정치권을 떠났다. 지역 정가에선 “변호사 아들이 검사 아버지를 대신해 설욕전에 나섰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바른미래당 전 대변인을 맡았던 권성주 수영구 당협위원장은 15∼17대까지 부산 사상구에서 3선을 한 권철현 전 한나라당 의원의 아들이다. 권 위원장은 19대 대선 당시 유승민 캠프에서 활동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땐 서울시장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의 대변인을 지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권성주TV’에서 활약을 하고 있다.
정치 신인과는 달리 이미 여의도에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이들도 많다. 여당 소속 5선의 이종걸(친할아버지 이회영·작은할아버지 이시영), 3선의 노웅래(노승환 전 의원) 의원이 대표적이다. 초선으로는 김영호(김상현 전 의원), 김정우 의원(김철배 강원도당 고문) 등이 있다.
한국당에서는 6선의 김무성(김용주 전 의원), 4선 정우택(정운갑 전 의원) 정진석(정석모 전 의원)과 3선의 이종구(이중재 전 의원), 재선 장제원(장성만 전 의원의 차남), 초선의 김종석 의원(김세배 전 의원) 등이 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유승민(유수호 전 의원), 이혜훈(고 김태호 전 울산시장 며느리) 의원 등이 2세 정치인의 명맥을 잇고 있다. 민주평화당에선 정호준 전 의원이 조부 정일형·부친 정대철 전 의원이 이어 3대째 정계 진출을 다시 노린다.
과거 정치 명가의 대표 격은 ‘미스터 쓴소리’로 불렸던 6선의 조순형 전 의원이었다. 부친인 조병옥 박사는 1950년대 두 차례 민의원을 지냈다. 한때 대권 도전을 넘봤다. 조 전 의원의 친형은 국회 부의장을 지냈던 조윤형 전 의원이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현 한국당) 의원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전 회장의 6남이다. 정 전 회장은 1992년 대선 당시 국민당 후보로 출마, 16%의 득표율로 제3지대 돌풍을 일으켰다. 정 전 의원도 13대부터 내리 7선을 하며 한때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세 정치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51.6%의 득표율로, 헌정사상 첫 ‘부녀·과반·여성’ 대통령에 등극했다. 하지만 2017년 헌법재판소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은 완전히 끊어졌다.
여당 한 관계자는 “세습 정치는 비단 국회의원직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의원실 보좌관과 인턴 등으로 가면 더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정치적 능력이 있느냐다. 그게 결여된 사람들은 금방 도태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