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네트웍스 기업 분할 후 승계 정지작업 분석…CJ “올리브영 매각 계획 전혀 없어”
CJ그룹 후계 작업이 예측됨에 따라 매각설이 불거진 올리브영의 향방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중구 CJ그룹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2014년 12월 CJ시스템즈와 올리브영의 합병법인으로 출범한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 11월 5년여 만에 다시 기업 분할을 진행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이 지주사 CJ(주)와 합병되며 이 부장은 CJ(주) 지분 2.8%와 올리브영 지분 17.97%를 보유하게 됐다. 회사를 붙였다 떼는 과정을 통해 이 부장이 이재현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CJ시스템즈 지분 15.91%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으로, 또 다시 지주사 CJ(주) 지분 확보의 기반이 된 셈이다.
기업 분할을 통해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면서 CJ그룹이 후계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재계는 전망했다. 가장 유력하게 제기된 승계 시나리오 중 하나는 이선호 부장이 올리브영 지분을 매각해 경영권 승계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CJ그룹은 올리브영을 분할하며 지분가치를 6629억 원으로 평가했지만, 시장에서는 올리브영의 시장가치를 최대 1조 원 수준으로 평가한다. 이 경우, 이 부장이 자신이 보유한 올리브영 지분 매각을 통해 18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올리브영 매각설 부인에도 CJ그룹의 과거 행보를 고려하면 언제든 상황이 반전될 여지는 있다. CJ그룹은 2018년 초 CJ헬로비전 매각설에 대해 공식 부인했지만, 같은 해 매각설이 다시 제기됐고 결국 다음해인 2019년 2월 LG유플러스에 매각이 결정됐다. 투썸플레이스의 경우에도 지난 1월 매각설을 적극 부인했으나 4개월여 만인 지난 5월 홍콩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이 결정됐다.
CJ그룹이 일찌감치 경영권 승계 정지작업에 나선 것을 두고 과거 겪었던 논란에 대한 학습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회장은 모친이자 고 이맹희 CJ명예회장의 부인인 손복남 CJ그룹 고문으로부터 CJ제일제당 지분을 증여받아 CJ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손 고문은 삼성화재(당시 안국화재) 지분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CJ제일제당 지분과 맞바꾸며 CJ를 삼성에서 계열 분리했다. 그러나 2013년 이건희 회장에 대한 검찰의 비자금 조성 및 조세포탈 의혹 수사가 진행되면서, 손 고문이 이건희 회장과 맞바꾼 주식이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 주요 출처로 꼽힌 바 있다. 앞서 2012년에는 이맹희 회장과 이건희 회장 사이의 상속 재산 분쟁이 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9월 불거진 이선호 부장의 신종 대마 스캔들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진행해온 물밑작업과 더불어 이재현 회장의 건강 리스크가 있는 만큼 승계 작업은 예정된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CJ그룹의 승계는 시간이 더 필요한 문제인 만큼 속도를 늦출 수 있어도 마약 스캔들로 후계구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너의 실형선고는 기관 사업이나 금융업을 영위하는 기업 등 업종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지만, CJ그룹의 경우 이와는 거리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해외에서 변종 대마를 흡연하고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선호 씨가 지난 10월 24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기업 합병과 분할 과정에서 제기된 편법 여부다. 과거 CJ올리브네트웍스의 성장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지적이 나온 데 이어 올리브영 기업 분할 과정에서도 3세 승계를 위해 올리브영 가치를 낮게 측정하고 IT부문 가치를 올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5월 CJ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CJ올리브네트웍스와의 주식교환에 대한 문제를 질의했다. 경제개혁연대는 “2014년 CJ올리브네트웍스 설립 당시에도 합병하는 CJ시스템즈와 올리브영 간 합병 시너지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합병 추진 이유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분할 결정 또한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며 “총수일가 자녀들은 IT 회사인 CJ시스템즈의 지분을 주로 보유하고 있어 지배주주 일가가 지주회사 CJ의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하기 위해 IT사업부문의 가치를 고평가할 유인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유사한 지적이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업분석 리포트를 통해 “인적분할 후 올리브영이 IT사업부에게 SI서비스를 제공받지 않는다면 IT사업부의 실적 가시성은 매우 낮아진다”며 “올리브영 사업부의 2018년 영업이익은 490억 원인데, IT사업부가 올리브영 법인에서만 매년 영업이익 200억~300억 원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낸다는 가정도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CJ그룹은 올리브영 매각설과 승계 작업 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공시한 대로 올리브영 매각 계획은 전혀 없고, 상장 계획 또한 현재까지는 없다”며 “승계 작업 또한 진행 중인 바가 없다”고 전했다. 기업 분할 및 주식교환에 따른 지적에는 “기업가치 평가는 그룹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평가기준이 정해져 있는 데다, 외부 평가기관에서 하는 것이라 의도적으로 가치를 낮추거나 높일 수 없다”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