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한투·현대차·미래에셋대우 등 연임 가능성…금투협 회장 선거, 인사 기상도 ‘변수’
국내 주요 증권사 CEO 가운데 올해나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사람은 10여 명이나 된다. 전체 증권사 사장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교보증권, 현대차증권, DB금융투자, IBK투자증권, SK증권 등의 CEO 임기 만료가 임박했다.
임기 만료와 각종 사건 사고까지 겹치면서 올해 증권사 CEO 인사 회오리가 어느 때보다 거셀 것으로 보인다. 저녁에도 불을 밝히고 있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박은숙 기자
이들 가운데 올해 호실적을 거둔 한국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은 CEO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투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9.8% 증가한 5333억 원을 기록했다. 정일문 한투증권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투증권의 약진에 힘입어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 주가도 연초보다 크게 오르며 고공행진 중이다. 정일문 사장이 취임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도 연임이 예상되는 이유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이용배 현대차증권 사장도 연임이 확실시 된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누적 순이익이 창사 이래 최대치(642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실적에 힙입어 연초대비 주가도 20% 가까이 상승했고, 장기 신용등급 전망도 ‘A+ 안정’에서 긍정으로 상향돼 내년 자기자본 1조 원을 노리고 있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의 최현만 대표이사 수석부회장과 조웅기 대표이사 부회장도 무난히 연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수석부회장은 지난 2016년 미래에셋 대우증권 합병 이후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조 부회장은 지난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미래에셋대우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5253억 원으로 2017년 기록한 연간 최고 순이익(5049억 원)을 3분기 만에 뛰어넘었다. 덕분에 회사 주가도 연초대비 약 15% 뛰었다.
내년 3월 말 임기가 끝나는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도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사장은 취임 이후 NH투자증권이 IB(투자은행) 명가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올해 기업공개(IPO·상장) 시장의 ‘대어’로 주목받았던 현대오토에버 상장을 주관하는 등 질적인 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NH투자증권의 지난 상반기 순이익은 2792억 원으로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달성했으며,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599억 원으로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증권가 장수 CEO들의 연임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은 2008년 취임한 이후 10년 넘게 교보증권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여의도 터줏대감이다. 꾸준히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어 다시 한 번 연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교보증권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75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다. 4분기 성과까지 더하면 역대 최고 수준인 800억 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작년보다 다소 부진한 실적을 낸 곳은 분위기 쇄신 등을 이유로 CEO 교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신 SK증권 사장은 6년째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SK증권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85억 원으로 지난해 보다 1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최대 주주가 J&W파트너스로 변경됐고, 김신 사장이 2013년 12월부터 자리를 지켜온 만큼 세대교체를 위한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또 유안타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614억 원으로 작년(917억 원)보다 33% 줄어 동양증권 시절부터 CEO로 재직해온 서명석 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원종 DB금융투자 사장 역시 실적 악화라는 부담을 지고 있다. DB금융투자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486억 원으로 작년(672억 원)보다 27.7% 감소했다.
12월 14일 증권사 CEO 가운데 가장 먼저 임기가 끝나는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의 연임 여부는 안갯속이다. 실적은 약간 감소한 수준이지만 모회사인 IBK 기업은행장 교체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의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3% 감소한 607억 원을 기록했다. 심각한 이익감소는 아니지만 다른 증권사 상당수가 큰 폭의 실적 증가를 기록했다는 점이 다소 부담이다. 이런 가운데 새 은행장이 선임된다면 계열사 인사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와중에 진행되고 있는 금투협 회장 선거가 증권가 CEO 기상도를 흔들 변수로 등장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은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과 정기승 KTB자산운용 부회장, 2명이다.
나재철 사장은 1960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났다. 대신증권 공채 12기 출신으로 1985년에 입사했다. 2012년에 대신증권 대표이사가 됐고 현재까지 재임하고 있는 장수 CEO 가운데 한 명이다. 정기승 부회장은 1954년생으로 광주광역시 출신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 한국은행에 입행, 1998년부터는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금감원 증권감독국, 은행감독국 국장을 역임했고, 신한금융투자와 현대증권에서 상근감사로 재직했다.
금융권은 이들 가운데 나재철 사장이 다소 우세를 점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나 사장의 강점은 약 35년 동안 증권사에 근무했고 금융투자협회 임원(회원이사)를 맡고 있어서 금융투자협회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또 대신증권 노동조합과 오랜 기간 동안 대화를 해왔기 때문에 금융투자협회 노조와의 관계 설정도 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자산운용사 사장들까지 대거 임기가 끝나는 시기라 여의도에 CEO 큰 장이 선 셈”이라면서 “실적도 실적이지만 모회사나 대주주 등 외부환경 변화가 많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예측이 어렵다”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