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4.0은 개혁 이끄는, 혁신하는 보수…한국당과 반사회주의 동맹엔 동의”
신당 ‘보수 4.0(가칭)’ 창당 작업에 한창인 이언주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신당 작업이 한창이다.
“창당 준비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다. 발기인 대회와 관련해 이런저런 것들을 챙기며 강의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가칭 ‘보수 4.0’이란 당명으로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연다.
“정확한 보수, 그리고 혁신의 메시지를 담은 당명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보수는 ‘정확한 보수’다. 꼴통 보수가 아니다. 점진적인 개혁을 통해 역사 발전을 이끌어가는 것이 보수의 참된 가치라고 본다. 4.0은 미래, 4차 산업혁명, 정치적인 새로운 시대를 의미하는 단어다. 40대를 주축으로 한 젊은 정치 세력을 뜻하기도 한다. ‘보수 4.0’에서 보수라는 단어는 내부 논의를 거쳐 변경될 여지가 있다. 외연을 확장하려면 보수라는 단어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부 의견이 있다. 하지만 4.0은 당명에 무조건 포함될 예정이다. 시대 교체라는 당의 과제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보수가 역사 발전을 이끈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지금까지 보수 세력은 한국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하면서 봉건주의를 탈피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긴 했지만, 한국의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엄청난 물적 성장을 이끌었다. 혁명적이면서 혁신적이었다. 하지만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집권한 뒤 한국 보수는 길을 잃었다. 군부 독재를 저지하고 문민시대를 여는 시대적 과제를 달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뒤의 계획이 없었다. 이벤트 정치만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보수는 혁신 세력이 아닌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했다. 우리 신당은 다시 한번 역사를 발전시키는 보수로 한국 정치에 기여하고자 한다.”
“새로운 정치 철학의 깃발을 들어올리겠다”는 이언주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4.0이라는 단어의 정치적 의미를 설명해달라.
“개인적으론 1987년 체제를 3.0으로 본다. 한국 정치의 문제는 여전히 1980년대 패러다임에 갇혔다는 점이다. 4.0이란 숫자엔 우리 정치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1987년 이후 한국 보수 세력은 자체적인 가치와 철학을 정립하지 못한 채 추락해왔다. 이전 세대에서 쌓은 기득권을 까먹으면서 버텨온 거다. 그리고 2010년대 들어 기득권 중심 정치는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한국 보수 정치인들은 정신을 못 차리고 기득권을 놓지 않았다. 이젠 보수가 혁신해야 한다.”
―진보 세력을 보는 시각이 궁금하다.
“한국 진보 세력은 세 갈래로 나뉜다고 본다. DJ(김대중 전 대통령), YS의 세력과 주사파라고 불리는 친북·민족 세력이다. 우리나라 진보의 주류는 남미와 유사하다. 반미 민족주의 세력이다. 통상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보이는 정치 형태다. 사교집단에 가까운 절대주의 국가 북한과 맥락을 같이 하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 정치 전반에 있어 시대 교체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 한국 정치는 국가관이 뚜렷한 진보와 혁신을 이뤄낸 자유주의적 보수가 경쟁해야 한다고 본다.”
―신당 이야기로 돌아가자. 인재 영입이 관건이 될 것 같다.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 첫 번째는 시대 교체에 대한 사명이다. 다음은 용기와 양심이다. 마지막으론 자수성가형 인재다. 보수 세력이 한국 역사를 발전시킬 때 주축이 된 정치인들은 이 세 가지 덕목을 갖추고 있었다. 시대를 교체하고, 굳건한 용기를 바탕으로 ‘정치 철학’의 깃발을 높게 쳐들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기득권 2세, 3세가 아닌 자수성가형 인재가 필요하다. 이게 우리 당의 인재 영입 가이드라인이다.”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 백승재 변호사, 고려대 학생회 집행부 출신 이아람 씨 등을 영입했다.
“총선 출마와 무관하게 우리 신당엔 각 분야의 인재들이 모이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 전문가를 비롯해 여러 분야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발기인 대회에 참석한다. 뇌과학자로 유명한 조장희 수원대 교수가 우리 당의 멘토로 활약할 것이다.”
신당이 나아갈 길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언주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창당 이후 자유한국당과 당대당 통합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맹은 가능하지만 통합은 글쎄다. 우리 신당은 자유한국당과는 결이 조금 다르지 않나. 앞서 인재 영입 핵심 키워드로 언급한 시대 교체, 용기와 양심, 자수성가형 모두 자유한국당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대한민국 불행의 시작은 이 세 가지 가치와 반대되는 사람들이 보수의 주류가 됐다는 데 있다. 어느 순간부터 한국 보수 주류는 기득권과 현실에 안주하고, 비겁하게 눈치를 보면서 보신주의가 팽배해졌다. 우리나라가 새로운 도약을 하려면 보수는 바뀌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우리 방식으로 변화하겠다면 통합이 가능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통합이 가능한 얘기인가. 그렇게 되면 우리만 흡수되는 것 아닌가. 그런 통합은 국민들이 보기에 우스운 일이 될 것이다.”
―동맹은 가능하다는 것인가.
“반사회주의 동맹을 맺는 것엔 확실히 동의한다는 뜻이다. 사회주의나 종북세력, 맹목적인 민족주의에 대한 반대,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공감대는 명확히 형성될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선 동맹이 가능하다. 하지만 통합에 대한 입장은 ‘글쎄’다.”
―차기 총선 지역구와 관련해서도 말이 많다. 부산 출마설이 돌고 있는데.
“다음 총선에 어떤 지역구에 출마할지는 백지 상태다. 민주당을 탈당할 때부터 이미 광명을엔 출마하지 않을 거라고 주변에 얘기해왔다. 내 기득권을 다 버린다고 선언했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혁신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부산에서 ‘돌아오라’는 이야기도 종종 듣고 있다. 또 생뚱맞은 지역구로 출마할 수는 없지 않나. 하지만 지금 창당이라는 굉장히 큰일을 벌여 놓았다. 지역구 문제는 부차적이다. 때가 되면 전략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다. 다음 선거 지역구를 고민했으면, 민주당에서 탈당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창당도 하지 않았을 거다. 의미 있는 정치를 하지 못한다면 국회의원이 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겠나. 먼저 한국 정치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데 힘쓰겠다.”
―신당이 간판으로 내세울 만한 정책 비전을 밝혀달라.
“‘아젠다 4.0’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쟁은 자유롭게, 안전망은 확실하게’가 우리 당의 모토다. 규제를 네거티브 형식으로 전면 개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규제 완화보다 더 나아간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선 법적 근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국가가 허가를 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말이다. 이게 무슨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 이건 국가가 국민에게 사기를 치는 거다. 국가가 뭔가를 금지하지 않으면, 개인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우리 당이 추구할 ‘규제의 네거티브 형식 전면 개편’의 요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