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티브 인수’ KCC, 인적분할 예정…실적 부진 속 광폭 행보에 재무부담·불확실성 증가 지적
KCC 정몽진 회장(왼쪽)과 정몽익 수석부회장. 사진=KCC
KCC는 정상영 명예회장의 차남 정몽익 대표이사 사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정몽익 수석부회장은 형 정몽진 회장과 함께 KCC 공동대표로서 형제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정몽진 회장의 경우 이번에 직책의 변동은 따로 없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공동경영 체제를 끝내고 본격적인 분리경영에 나서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KCC는 지난 7월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존속법인인 KCC는 실리콘과 도료를 중심으로 한 화학·신소재사업을 맡고, 분할 신설법인 KCC글라스는 유리와 홈씨씨인테리어 사업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몽진 회장이 KCC를 맡아 그룹을 총괄하면서 해외사업과 신사업을 담당하고, 정몽익 수석부회장이 KCC글라스를 통해 유리·인테리어 등을 맡는 형태로 분리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형제간 사업 교통정리 시점은 모멘티브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는 내년 1월로 예상된다. 앞서 KCC는 세계 3대 실리콘 업체인 모멘티브를 30억 달러(약 3조 5400억 원)에 인수했다.
모멘티브 인수가 완료되면 KCC는 모멘티브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모멘티브의 지난해 매출은 27억 달러(약 3조 2000억 원)으로, KCC 지난해 전체 매출 3조 7822억 원에 육박한다. KCC의 지난해 실리콘 생산량은 약 7만 톤으로, 모멘티브까지 품에 안으면 세계 24개 생산공장에서 연간 30만 톤 이상의 실리콘을 생산하는 세계 2위 회사로 도약하게 된다. 모멘티브는 자회사 혹은 사업부로 편입되는 방안들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구 KCC그룹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실제 모멘티브의 적자가 이어지면서 KCC는 인수 첫해부터 애를 먹고 있다. 모멘티브를 인수한 KCC컨소시엄 ‘MOM 홀딩 컴퍼니’가 KCC 관계사로 추가되면서, 모멘티브의 실적이 KCC 재무제표에 반영됐다. 모멘티브는 3분기 순손실 1346억 원을 기록, 보유지분 45% 지분법에 따라 612억 원이 KCC 손실로 잡혔다. 이에 따라 KCC는 올해 3분기까지 순손실 1879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2조 4698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25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나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KCC는 이 기간에 모든 주요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는데, 특히 건자재 부문의 영업이익이 4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1184억 원에 비해 63% 급감했다. 건자재 부문은 국내 주택 시장 침체로 외형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료 부문 역시 중국 컨테이너 물량 감소 등으로 해외법인 불확실성이 높아져 실적에 대한 우려가 높다.
KCC는 그동안 비교적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올해 모멘티브 인수를 위해 금융권에서 단기차입금을 끌어왔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 기준 단기차입금은 6150억 원이 증가했다. 반면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영역과 현금성 자산이 KCC글라스로 옮겨진다. 갚을 빚은 늘었는데, 매출과 현금은 줄어드는 셈이다.
이러한 우려는 기업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KCC의 모멘티브 인수와 사업부문 분할 등을 이유로 올해 신용등급을 두 차례나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KCC의 신용등급은 기존 Baa2 등급에서 투기등급인 Ba1까지 하락했다. S&P 역시 차입 부담 증가 등을 들며 BBB0에서 BBB-로 등급을 낮췄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최근 KCC에 대해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KCC 관계자는 “모멘티브 인수 및 인적분할과 관계없이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실적이 부진하게 반영되고 있다”며 “내년에 사업구조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모멘티브를 통한 실리콘 사업 등 사업영역을 확장하면 상황은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KCC건설 일찍 선점한 삼남 정몽열 사장 정상영 명예회장의 장남 정몽진 회장과 차남 정몽익 수석부회장은 현재 KCC의 공동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 셋째 아들인 정몽열 사장은 일찌감치 계열사 KCC건설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잡았다. 정몽열 사장은 KCC건설의 지분 29.99%를 갖고 있다. KCC(지분율 36.03%)에 이은 2대주주다. 또 KCC 지분 5.28%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정몽열 사장은 인적분할 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KCC건설을 넘겨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KCC건설은 그룹 전체 매출에서 약 30% 정도 차지하고 있다. KCC건설은 지난해 매출액 1조 636억 원, 영업이익 477억 원, 당기순이익 241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실적도 좋다. 지난 3분기까지 매출도 1조 1171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456억 원과 296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실적에 근접하거나 넘어섰다. 재계 관계자는 “KCC건설의 경우 재무구조나 실적이 안정적”이라며 “정몽진 회장이나 정몽익 부회장의 경우 실적악화나 재무구조 개선 등 과제가 많다. 미래성장 동력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막내 정몽열 사장이 가장 튼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