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하정우·최민식·마동석’ 천만배우 넷 케미가 티켓파워로 이어질지 관건
사진=영화 ‘백두산’ 홍보 스틸 컷
#500억 대전, 누가 울고 누가 웃을까?
12월 19일 포문을 여는 ‘백두산’(감독 이해준, 김병서)은 제목과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 백두산 화산 폭발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대한민국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백두산 폭발이 발생하고,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에 한반도는 아비규환이 된다. 화산 폭발이라는 가상의 상황은 물론 VFX(특수효과)와 CG(컴퓨터 그래픽)로 메우고, 이 과정에서 대규모 물량이 투입된다. ‘백두산’의 순제작비는 약 260억 원. 개봉을 전후해 광고 마케팅비가 추가로 쓰이는 것을 고려할 때 이 영화의 총제작비는 3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최소 800만 관객을 모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에 맞서는 영화 ‘천문’(감독 허진호)에도 제작비 120억 원이 들었다. 사극은 고증이 생명이기 때문에 세트와 의상, 분장 과정에 쓰이는 제작비 비중이 상당히 높다. 여기에 마찬가지로 광고 마케팅비가 더해지면 총제작비는 150억 원 수준까지 상승한다.
‘천문’은 한민족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손꼽히는 세종, 그리고 그를 보필한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장영실의 위인전을 보면, 세종이 타고 가던 가마가 부서지고 이로 인해 이 가마를 만든 장영실이 문책당해 궁 밖으로 쫓겨난다. 이후 장영실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거의 없다. 연출자인 허진호 감독은 바로 이 지점에 초점을 맞춘 후 상상력을 덧대 ‘천문’의 이야기를 펼친다.
우리의 주변 이야기를 다룬 ‘시동’은 상대적으로 몸집이 가볍다. 순 제작비가 90억 원이고, 총제작비는 100억 원 언저리다. 유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학교도, 집도, 공부도 싫은 반항아가 무시무시한 아우라를 지닌 주방장이 버티고 있는 중국집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미디다. 이 영화는 올해 여름 개봉해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결과를 낸 영화 ‘엑시트’의 제작사 외유내강이 선보이는 차기작이다. 제작 규모는 세 영화 중 가장 작아도, 내실을 기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이유다.
사진=영화 ‘시동’ 홍보 스틸 컷
영화계 관계자는 “세 영화의 총제작비만 더해도 550억 원이 넘는다. 세 영화가 모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어림잡아 연말연시에 총 관객 1600만 명 이상이 극장을 찾아야 한다. 쉽게 넘볼 수 없는 숫자지만 영화의 만듦새가 좋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며 “충무로가 ‘겨울왕국2’에 뺏긴 흥행 주도권을 되찾아올 기회”라고 말했다.
#이병헌X하정우, 최민식X한석규…마동석 vs 마동석
이번 극장 대전에는 4명의 ‘1000만 배우’가 뛰어든다. 최민식(명량), 이병헌(광해, 왕이 된 남자), 하정우(신과 함께, 밀정), 마동석(신과 함께, 부산행) 등이다. 혼자서도 능히 1000만 관객을 모을 수 있는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병헌과 하정우는 ‘백두산’에서 처음으로 연기 대결을 펼친다. 하정우는 백두산 폭발이라는 사상 최악의 재난을 막기 위한 비밀 작전을 시행하는 특전사 대위 역을 맡고, 이병헌은 이 작전의 키를 쥔 북한 무력부 소속 리준평을 연기한다. 여기에 배우 수지, 전혜진 등이 가세하며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특히 하정우는 뉴스 앵커 역을 맡아 마포대교 폭발 사건을 다뤘던 ‘더 테러 라이브’와 붕괴된 터널에 고립된 남자의 사투를 그린 ‘터널’에 이어 ‘백두산’을 통해 ‘하정우표 재난 3부작’의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민식과 한석규는 20년여 만에 재결합하게 됐다. 두 사람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충무로 르네상스를 주도한 인물이다. 당시 영화 ‘넘버3’에서 한석규가 넘버1을 꿈꾸는 건달 역을 맡고, 최민식은 건달보다 건달 같은 검사를 연기한 바 있다. 또한 1998년에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쉬리’에서 남북한 베테랑 요원으로 각각 분해 다시 한번 어깨를 견줬다. 그리고 20여 년이 흐른 후 다시 한 프레임에서 연기 대결을 펼치는 터라 관객뿐만 아니라 영화 관계자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영화 ‘천문’ 홍보 스틸 컷
최민식은 동국대학교 후배인 한석규에 대해 “20년이라 하지만 사실 엊그제 본 것 같다. 길다면 긴 세월인데 (한)석규를 봤을 때 학교 다닐 때로 돌아간 것 같다. 세월이 흘러도 좋은 동료를 또 만나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 말했고, 한석규는 “든든하고 편안하다”며 “(최)민식 형님과 20세 전후쯤부터 연기라는 같은 꿈을 꿔왔다. 한 작품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다렸는데 조금 오래 걸렸다. 근 시일 내 같은 작품에서 또 뵙고 싶다”고 화답했다.
마동석은 자신과의 대결을 펼친다. ‘시동’에서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중국집 주방장 거석이형 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선사한다. 이미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그의 모습은 웹툰 속 주인공의 모습과 똑 닮았다는 평을 받았다. 반면 ‘백두산’에서는 화산 폭발이라는 재난을 막으려는 지질학 교수로 분해, 오랜만에 몸보다 머리를 쓰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영화계 다른 관계자는 “이번 연말연시 극장가는 충무로 대표주자들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라고 볼 수 있다”며 “그들의 경쟁이 격해질수록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즐거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