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이어 노키즈존·오역 논란…“아동 혐오냐” “얼음장판이 웬말” 시끌
하지만 이런 인기의 이면에서는 여러 가지 구설이 불거졌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시작으로 노키즈존(No-kids zone), 오역 논란 등이 배턴을 이어받듯 수면 위로 올라오며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다. ‘겨울왕국2’가 한국 영화계에 던진 세 가지 화두를 짚어봤다.
‘겨울왕국2’ 포스터.
각 영화관이 ‘겨울왕국2’에 상영관을 몰아줬다는 비판은 개봉과 동시에 시작됐다. 11월 21일 극장에 걸린 ‘겨울왕국2’의 상영점유율은 63.0%, 좌석점유율은 70.0%였다. ‘블랙머니’, ‘나를 찾아줘’, ‘신의 한수:귀수편’ 등 한국 영화는 나머지 상영관을 나눠 가져야 하는 형국이었다. 개봉 이튿날인 22일 영화다양성확보와독과점해소를위한영화인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스크린 독과점은 특정 영화의 제작·배급사와 극장이 아니라 그것이 무제한으로 가능한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영화법을 개정하고 바람직한 정책을 수립·시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2월 1일에는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겨울왕국2’는 11월 23일 기준 스크린 점유율 88%, 상영횟수 1만 6220회로 ‘어벤져스:엔드게임’의 한국 영화관 사상 최고 상영 횟수 기록을 갈아치웠다”며 “이는 1개 사업자가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서 독과점 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고발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관객들과 몇몇 극장 관계자들은 반대 입장을 내놓기도 한다. “관객이 찾는 영화에 더 많은 상영관을 배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11월 29일부터 12월 1일 사이 각 영화에 배정된 좌석 중 실제로 관객이 구매한 비율을 따지는 좌석판매율을 보면 ‘겨울왕국2’는 42.6%로 1위였고, ‘블랙머니’와 ‘나를 찾아줘’가 각각 38.8%, 28.2%로 그 뒤를 이었다. 상영관을 많이 내줘도 ‘겨울왕국2’의 빈 좌석이 가장 적었다는 의미다. 거슬러 올라가 개봉 첫 주 ‘겨울왕국2’의 좌석판매율은 57.5%에 이른다.
한 영화 관계자는 “극장 입장에서는 빈자리가 적어야 더 높은 수익을 올린다. ‘겨울왕국2’에 더 많은 상영관을 배정해도 다른 영화에 비해 효율이 높다는 경제적 논리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또한 11월은 상대적으로 영화계의 비수기인 것을 고려할 때, ‘겨울왕국2’와 같은 대작이 파이를 키운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가 관람 방해” vs “아동 혐오 말라”
‘겨울왕국’ 시리즈는 어린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애니메이션이다. 그렇기 때문에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전편에 이어 ‘겨울왕국2’에도 어린이 관객을 포함한 가족 단위 관객들이 대거 몰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관크’(관객 크리티컬·타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 논란이 발생했다.
‘겨울왕국2’ 홍보 스틸 컷.
표현이 즉흥적인 어린이들은 극장에서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따라 부른다. 또 몇몇은 자리에서 일어서 호응하는 과정에서 뒷자리 관객들의 시야를 가리기도 한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SNS에는 이로 인해 불편함을 겪었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성인 관객의 ‘볼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키즈존’ 상영관을 따로 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아동 혐오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겨울왕국2’의 상영 등급은 ‘전체 관람가’다. 어린이들도 똑같이 관람료를 지불하고 극장에 오는 만큼 그들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겨울 큰 인기를 끈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이들이 있었던 것처럼 어린이들이 ‘겨울왕국2’의 OST를 함께 부르는 것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논리다.
지난 주말 두 아이와 함께 ‘겨울왕국2’를 보고 왔다는 직장인 김선영 씨(여·37)는 “어린이들의 특성상 영화를 보며 크게 반응을 보이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함께 극장에 온 부모들이 최대한 아이들을 진정시키며 주변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보헤미안 랩소디’ 때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싱얼롱 상영관을 만든 것처럼 가족 단위 관객이 편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패밀리관을 더 많이 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일부 자막 오역” vs “흐름 파악에 지장 없어”
일부 장면의 자막이 잘못됐다는 지적 역시 ‘겨울왕국2’의 오점으로 남게 됐다. 이 영화의 초반부에는 안나가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며 돗자리에 앉아 있는 올라프에게 “Enjoying your new permafrost, Olaf?”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의 해석은 “새 얼음장판 마음에 드니?”였다. 하지만 ‘permafrost’는 영구적으로 얼어있는 상태를 뜻한다. 1편에서는 녹지 않도록 눈구름을 몰고 다니던 올라프가 엘사의 마법으로 더 이상 녹지 않는 상태가 됐기 때문에 “몸이 녹지 않으니 좋니?”로 해석해야 한다.
‘겨울왕국2’ 홍보 스틸 컷.
영화의 마지막 장면, 안나가 엘사에게 보내는 초대장에 적힌 문구 역시 도마에 올랐다. ‘금요일에 열리는 무도회에 늦지 않게 와’라고 해석했는데, 이 해석이 뜬금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해당 문장 중 ‘charade’라는 단어의 해석이 문제였다. ‘charade’는 ‘제스처 놀이’를 뜻한다. 영화 초반 안나와 엘사가 제스처 놀이를 했기 때문에 모든 갈등이 해결된 뒤 다시 제스처 놀이를 하자고 안나가 엘사를 초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번역가는 charade의 또 다른 뜻인 ‘가식’ 혹은 ‘위장’에 초점을 맞춰 ‘가장 무도회’로 해석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대해 ‘겨울왕국2’ 측은 “번역가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두 장면 모두 흐름을 파악하는 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관객도 적잖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